
우리나라는 묘지가 국토의 1%나 되며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3배 정도의 국토가 묘지로 잠식된다고 한다.
이처럼 국토의 활용을 어렵게 만들고 과다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소모되는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화장, 납골시설의 건립운영 및 각종 계몽활동이 활발하다. 정부에도 사업자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가 많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시구역 외의 부동산을 개발하다 보면 야산에 수많은 묘지들이 산재되어 있어 개발에 엄두를 못내는 경우도 있고, 개발을 위해 건설업체가 매입을 하려고 해도 조상들의 산소가 있는 산을 매각 후 이장해서 납골당에 모시려면 주위의 눈총을 받을까 걱정이고, 스스로도 자손 된 도리를 못하는 것 같고, 혹시나 하는 일들이 잘못되면 그 이유가 이장 때문이 아닐까 두려움도 있는 듯하다.
이런 이유로도 조상을 처음 모실 때부터 납골당에 모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납골당의 필요성을 보면 날로 심각해져가는 묘지난, 풍수해, 나무뿌리와 벌레의 침입으로 인한 시신훼손, 후손들의 무관심과 비뚤어진 장례문화가 우리조상들을 두 번 죽음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납골당의 필요성 몇 가지를 열거해보면,
첫째, 묘지 면적은 전국토의 약 1%로 이는 주거지역의 반이며 공업지역의 약 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매년 약9㎢씩 잠식되어가고 있는 묘지도 서울은 2년, 수도권은 5년, 전국적으로 10년 이내에 묘지 공급에 한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국토 활용의 비효율성, 환경파괴의 주요인으로 국토의 건설, 택지공급에 방해가 되고 일부층의 호화분묘는 계층간의 위화감을 주고 있다.
셋째, 빈번한 자연재해로 시신이 유실되고, 묘지는 산사태의 주요인이 된다.
넷째, 핵가족제도로 전국의 무연고 묘는 총묘지 2천만기의 40%인 800만기에 달해 국토는 황폐화 되고 조상을 모신다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다섯째, 이장을 경험해 본 사람은 봉분속의 실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나무뿌리와 벌레, 습기에 훼손된 모습은 조상에 대한 마음을 달리할 수 있다.
명당 찾는 매장문화, 국토훼손과 관리소홀...납골문화 정착으로 효율적인 장묘문화를...
몇 해 전에 전 경산대 풍수지리학과 최창조 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조상을 잘 모셔서 동기감응(발복)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사람은 피(血), 육(肉), 골(骨)이 있는데 세 가지가 모두 흙으로 변한 후에는 동기감응이 끝난다고 봅니다. 매장문화를 꼭 고집한다면 1대 즉 30년 동안 흙에 모셨다가 다시 화장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일본은 97%, 태국은 90%, 영국은 68%, 중국은 99%까지 화장을 하여 납골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넓이를 감안한다면 납골 문화는 시급한 사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마을 중심이나 가장자리에 마을에서 함께 살던 이웃의 납골당이 자연스럽게 산 사람과 같이 하고 있다. 오사카 옆 히메지섬에 있는 ‘물의 절’은 납골당 바로 옆에 있는 기존 절을 일본의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부탁해 지었는데, 수반처럼 만든 물에 잠긴 지붕에는 연꽃이 피어 납골당과 어우러진 관광 명소가 되어 있다. 절에는 부처님이 계셔 납골당에 있는 영혼(마을에 같이 살던 어른들)을 기원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해 보더라도 나무가 우거지고 잔디가 잘 가꾸어진 유명공원에는 그리워서 또는 사랑해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자주 보고 싶어 도심공원에 묘지를 만들어 묘비석(봉분이나 재단이 없이)만이 세워놓은 공원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문화의 차이인지 몰라도 돌아가신 부모도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때로는 명당이라고 찾아 첩첩산골에 모시고는 1년에 겨우 한두 번 찾아뵙는다. 하지만 후손들로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그 찾음 또한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조상 섬김의 원뜻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의 변화에 맞추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라도 화장, 납골문화 정착에 국가적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할 때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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