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생활문화, 우리가 지킵니다”

평화뉴스
  • 입력 2004.06.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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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생활문화장터 지킴이’...“생활용품판매, 전통문화 강좌와 기행도...”

'생활문화장터 지킴이'에는 생활한복부터 도자기, 침구류, 향, 차 등 전통생활용품이 가득하다.(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생활문화장터 지킴이'에는 생활한복부터 도자기, 침구류, 향, 차 등 전통생활용품이 가득하다.(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은은한 향냄새와 잔잔한 피리소리, 물새가 앉은 솟대가 입구를 지키고 양 모서리에 나무장승이 서 있는 가게.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있는 ‘생활문화장터 지킴이’. 눈에 익숙한 생활한복부터 향이나 죽염, 정성스레 구운 도자기 그릇과 침구 등 이곳에서 파는 생활용품에는 '전통'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묻어있다.

이곳에서 9년째 ‘지킴이’로 살고 있는 김학진(35)씨는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항상 직접 우려낸 차를 건넨다. "대학시절부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벗어나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방식을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에서 발견한 거죠."

'생활문화장터'는 서울의 대학생들을 중심이 돼, 지난 ‘90년대 중반 소비와 향락에 젖어있던 풍토를 반성하고 잃어버린 전통문화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의미로 시작됐다. 신촌과 한양대, 홍익대 등에서 전통생활용품을 파는 동시에 전통문화 체험도 같이 하는 형태로 시작됐지만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생활문화장터 지킴이'.(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생활문화장터 지킴이'.(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그러다 지난 1997년 김씨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대구에서 '생활문화장터 지킴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통생활용품을 팔았지만 전통문화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일깨우자는 처음의 바램대로 서서히 전통문화 체험활동을 펼쳐나갔다. 전통 물품 판매와 문화활동을 같이하는 곳은 전국에서 '지킴이' 혼자인 셈이다.

현재 김씨는 가게 2층에 '전통문화공간'을 마련해 한지공예와 염색공예, 방패연만들기, 부채만들기, 전통놀이감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강좌를 틈틈이 열고 있다.

또, 매월 신청자들과 직접 시골을 방문해 메주와 된장, 고추장 등을 손수 담가보고, 차도 직접 따서 말려보고, 밭에서 밀도 구워먹는다. 또,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전통공예 강좌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의 교육 제도에서 우리 전통문화는 많이 소외돼 있고, 학생들이 전통문화를 접하고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부족해요. 나무, 종이, 흙, 천 네 가지 재료만 있으면, 충분히 전통공예를 가르쳐 줄 수 있고, 아이들 스스로 집중해서 정성스럽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인성교육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모든 프로그램은 김씨가 직접 기획하고 가르친다. 김씨는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대신, 직접 장인들을 찾아가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기술뿐 아니라 전통의 중요성과 소중함도 함께 배워왔다.

'하회탈 만들기' 전통문화강좌에 참여한 아이들.(사진제공. 생활문화장터 지킴이)
'하회탈 만들기' 전통문화강좌에 참여한 아이들.(사진제공. 생활문화장터 지킴이)

이것은 전통문화강좌만이 아니다. 김씨는 자신이 사용해보지 않는 물건은 사람들에게 절대 팔지 않는다. 향 하나, 그릇 하나도 만들어지는 곳으로 찾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재료를 직접 지켜보고, 집에서 사용해본 후에 가게에 내놓는다. 이렇다보니 향은 성주에서, 도자기는 경주에서, 차는 하동에서 죽염은 김해에서 직접 가져와 주말도 쉴 틈이 없다.

김씨에게는 앞으로 해야할 일이 또 있다. 그동안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생협'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생협을 통해 도시와 촌락이 단순히 직거래만 해서는 안됩니다. 같은 터전에 사는 사람들이 삶에 필요한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씨는 “이를 위해 지금 내실을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지킴이' 김학진(35)씨와 '작은지킴이' 장수영(33)씨.(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지킴이' 김학진(35)씨와 '작은지킴이' 장수영(33)씨.(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그러나 계속되는 불황에 김씨도 예외는 아니다. 몇 달 전 할 수 없이 같이 일하던 사람을 내보내고 지금은 혼자서 대부분의 일을 맡고 있다. 비록 힘들지만 김씨 곁에는 지난해 아내로 맞이한 '작은지킴이' 장수영(33)씨 가 있어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 주민들이 부쩍 가게를 많이 찾고, 인터넷 카페에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지킴이’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통은 그 외부는 변해도 내용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내용 중에서 무엇을 지켜야할까 고민하는 것이 우리 몫이고 저는 자연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조상들의 생활 방식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조상들의 삶과 거기에 녹아있는 가치를 지키려는 '생활문화장터 지킴이’.
그 바램대로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이 ‘지킴이’를 찾은 사람들의 생활에 하나, 둘씩 묻어나길 기대한다.

생활문화장터 지킴이 http://cafe.daum.net/smjjki, http://cafe.daum.net/smjjki, 053-424-2677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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