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서는 대형버스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무고한 시민 여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는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이다. 브레이크 고장은 치명적 피해를 가지고 온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온 나라에 강 살리기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정부는 4대강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것이라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엄청난 예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거는 사업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대운하 → 하천정비 → 강 살리기?
4대강 살리기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반도 대운하’라는 그야말로 엄청난 프로젝트를 국민들에게 선보인다. 그러나 그 꿈도 잠시. 많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면서 거칠게 제안된 한반도 대운하는 점점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그러면서 다시 등장하는 것이 4대강 하천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의 정책이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대한민국 하천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슬쩍 ‘4대강 살리기’로 탈바꿈하면서 수질도 개선하고, 삶의 질도 좋게 하고, 지역발전도 이루자고 한다. 아마도 정부는 이 사업을 ‘4대강 살리기’로 정하고 계속 추진할 모양이다. 강을 살리자는데 더 좋은 이름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운하는 아닌데 강바닥을 6미터 준설?
정부 발표 자료를 보면 낙동강의 강바닥을 6미터까지 준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8개의 보를 설치하여 강 자체를 정체 수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당초 한반도대운하 논란이 한창일 때 강바닥 준설을 6미터로 하면 운하가 다닐 수 있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운하가 아니라면서 그 때와 똑 같이 왜 강바닥을 6미터까지 파야 하는 걸까?
수심이 4미터일 때 2,000톤급 배가 다닐 수 있고, 수심이 6미터일 때는 5,000톤급 배가 다닐 수 있는 것이 운하의 원리이다. 기후변화를 대비해 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너무도 많다.
물이 부족하다?
정부는 가까운 장래에 다가올 물 부족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2011년에는 8억 톤, 2016년에는 10억 톤으로 4대강에 보를 16개 설치, 댐을 3곳, 하천바닥 준설을 물 확보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당시 건교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나와 있듯이 실제로 지역 간 가용수자원의 물이용을 감안하면 2011년에는 3.4억 톤, 2016년에는 5억 톤이 부족하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는 맞지 않다.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는 심각해져가고 있고, 그 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마땅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강바닥을 준설하고 댐을 만들어 물을 확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속되는 산업구조에 대한 대책 없이, 노후한 하수관로로 버려지는 물을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단위의 물 순환시스템에 대한 자구책 마련 없이, 대형 댐 위주의 물 가두기식 대책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간 물 분쟁을 더욱 촉발하게 될 것이다.
희망 그러나 망상.
정부가 4대강 살리기를 선전하고 홍보하면서 국민들에게 온갖 희망을 심어 주려 한다. 물 문제도 해결하고 삶의 질도 높이고, 지역발전도 가지고 오겠다고. 그 덕(?)에 4대강 개발사업 유력지의 땅값이 오르고, 취수원 이전으로 지역 간 물 갈등이 생기고, 하천주변 경작지에 채소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 채소 값이 폭등할 것이라며 농민들은 벌써부터 시름에 젖어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다양하다. 기업하는 사람, 농사짓는 사람, 공부하는 학생, 살림하는 주부, 몸이 불편한 장애인, 힘 없는 노인, 걸음마 떼는 아이. 이렇게 다양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희망을 대통령이 혹은 국가가 모두 책임지고 제시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특정한 집단이 이득이 되고, 또한 특정 집단이 피해를 보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더구나 거대한 국토 훼손과 변형을 초래하는 사업은 조급하게 희망해서도 추진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4대강 살리기라는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일부에게는 부를 창출해줄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 특히나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주민들에게는 무슨 희망과 꿈이 남게 되는 것일까?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미흡한 정책진단으로 시작한 부실한 정부정책이 아닐 수 없다.
1개월 뒤 최종 확정?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될 계획인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9, 10월에 공사를 착공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또한 5월말 마스터플랜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과업지시서도 공개되지 않고 건설기술연구원에서 모든 정보를 차단한 상태에서 4대강 살리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해 밀실운하계획을 추진하였던 국책연구기관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최종 마스터플랜이 나오기까지 1개월 동안 전문가 자문, 정부위원회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치고 지역별 설명회 등 절차를 통해 지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파트 보일러 교체 공사를 해도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몇 개월 거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14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국책사업을 1개월 정도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확정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의견수렴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구나 자문회의, 설명회 등은 지극히 형식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살리기가 정부의 주장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게 될 사업이라면 이렇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몇 달 만에 탄생한다면 그것은 모래위의 성에 불과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를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생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그 기반을 시작으로 희망을 품어야 할 것이다.
[기고]
공정옥(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정옥(대구환경운동연합).."한달 뒤 최종확정? 차라리 모래 위에 성을 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