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좌파와 양식 있는 우파의 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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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내상 큰 좌.우 이념사단, 증오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지 불과 1년 남짓한 시점에 치러진 4.29 보선에서 보수 성향의 표심마저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고 기뻐하던 ‘우파’가 이제는 한숨 소리를 내고 있다. 그 다음 날인 4월 30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었다. 무언가 희망을 주는 새로운 변화를 노무현에게 기대했던 ‘좌파’의 내상도 매우 커 보인다. 좌우 양 진영이 절망에 빠져 있다.

오랫동안 대통령 선거의 쟁점은 정통성과 지역감정이었을 뿐, 정권을 지키려는 세력이든 그 반대 세력이든 정책 노선에 관한 생각에는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종전과 다소간 다른 내용을 섞자 기존의 노선을 당연시했던 쪽에서 ‘좌파 정권’이라고 성토하기 시작하면서 ‘이념’이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정통성이나 지역감정과 같은 원초적 쟁점이 부각되는 사회는 아직 정상적인 수준이 아니다. 이런 쟁점은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 질문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념이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정통성이나 지역감정과는 달리 이념에 있어서는 서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자칫 확신에 의한 증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새로운 문제가 있다.

이념은 이론, 운동, 정치의 3박자가 맞아야 빛을 보게 된다. 확고한 이론이 있고 이를 국민에게 전파하여 지지기반을 다져야 하고 마침내 정권을 획득하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론을 제시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국민 대다수가 소극적인 풍토에서 운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도 그리 넓지 않다. 그러므로 이념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실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대통령은 현실 이념사단(理念師團)의 최고 야전 사령관으로서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민은 대통령을 통해 이념을 평가하게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노무현 ‘사령관’과 이명박 ‘사령관’은 국민에게 매우 나쁜 인상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대표하는 이념 자체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말았다.

이념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지도자가 오히려 이념 혐오증을 일으키는 현실을 보면서 참담한 심경이 되지만 그러나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언제 희망이 넘친 시대가 있었던가? 또 이념 없이 어떻게 사회 개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나?

좌든 우든 진정한 이념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인간이 잘 되기를 소원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지금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노무현의 실패가 좌파의 실패로, 이명박의 실패가 우파 실패로 등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 모든 이념에 대한 혐오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다른 이념사단의 진정성을 존중하도록 자신이 속한 이념사단을 설득하여 증오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증오는 이성적인 대화의 적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좌파와 양식 있는 우파라면 이런 점에 합의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윤상 칼럼 19>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yskim@k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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