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던 행정수도이전을 둘러싼 국민투표 실시 논쟁이다. 국민투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쪽도 있지만,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행정수도이전은 합의된 것으로 보고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겠다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의 말인 듯 하다. 결국 국민투표에 대한 선거공약을 지켜야 된다는 쪽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쪽의 논리싸움이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이상 차지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선거공약 중에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있다. 노대통령이 시장경제원리를 들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쪽으로 굳어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노대통령의 말바꾸기가 국민들에게 많은 혼돈을 주고 있지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의 말바꾸기야말로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대한 꿈을 사라지게 하고, 대통령 재임기간에 주택가격 안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는, 임기후반도 아니고, 겨우 임기 1년이 넘은 상황에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밖에 볼 수 없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지난 6월 17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 “주택은 공공재 문제이므로 원가공개를 한다고 해서 시장 경제 원리를 본질적으로 훼손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할 것이고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기남 당의장이 지난 16일 “공공주택은 원가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힌데 이어 천대표까지 분양원가 공개에 당연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유독히 노무현 대통령과 몇몇 이해당사자인 건설회사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억지 소리에 불과한 것 같다.
주택은 사적재가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토지이용에 관한 법률”로 개인의 토지들이 국토이용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에서 주택의 공급은 시장원리에 의해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주택은 일반공산품처럼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정리될 수는 없다. 따라서, 주택가격을 시장원리에 맡겨둘 수만은 없고, 분양원가를 공개해 수요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토이용계획에 따라 시장에서 자기 땅이라고 해도 다른 공산품처럼 마음놓고 공급할 수 없는 규제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둘째, 주택 한 채를 짓는데도 몇 달이 걸리는데, 하물며 인허가를 받고 수십층 고층아파트를 지을 경우 3년 내외의 시간이 걸릴 수가 있다. 아파트 시장은 탄력시장이 아닌 비탄력 시장으로서, 서울의 동시분양아파트에서 보듯 담합이 가능하고 비탄력적인 시장을 이용하여 분양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외환위기 이전에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동일 회사로, 현대나 삼성, LG건설 등 대기업이 땅을 구입하여 분양까지 책임져, 국가나 사회에 대한 대기업의 기업적인 윤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행사가 땅을 구입하여 국내굴지의 주택회사의 브랜드를 빌리는 조건으로 시공권을 줌으로써, 아파트를 분양받는 국민들은 대형주택회사의 기업 이미지를 믿지만 실제로는 급조된 시행사가 모든 사업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업의 윤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넷째, 지금의 분양가는 토지비용+건축비+적정이윤이 아니다. 즉, 신축하려는 부지 주변 아파트의 기존 가격이나 이미 분양한 가격에다, 노 대통령이 말한 단순한 시장논리에 의해 받고 싶은만큼 최대한 분양가를 높여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양대행회사의 영업적 기술에 의해 분양시장이 왜곡되고 주위 아파트 가격은 신규 분양할 때마다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시행사 사업주 기분에 따라 정한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다섯째, 아파트 공급이라는 것이 시장에 맡겨 놓을 만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장 논리에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무한정 생산이 가능해 공급이 수요를 억제할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몇몇 주택회사들만이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 즉 독점적 시장을 가격통제 없이 시장논리에 맡겨둔다는 것은 몇몇 주택업체만을 위한 일이다. 만약 대통령의 이야기처럼 시장논리에 맡긴다면 전, 답, 과수원, 임야 어느 곳 가릴 것 없이 아파트를 짓게 하여 공급을 무한정 할 수 있게 한다면 가능하다.
분양원가 공개...“수요자의 신뢰 회복하는 계기 돼 아파트 가격은 안정되고 공급은 더 늘어날 것”
원가연동제...“업체마다 자재와 시공, 서비스가 다른데 어떻게 획일화된 값으로 묶는다는 말인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누군가 확실하게 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그렇게 강하게 이야기하니 정부 당국자는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참여 정부의 뜻과는 맞지 않는 듯하다.
몇 일 전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체 CEO 출신으로 대구에도 아파트를 짓고 있는 유림건설의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경남, 양산)이 “분양원가를 공개해 수요자의 신뢰회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모 신문과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아파트 원가를 공개해도 큰 문제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물량 부족 등으로 아파트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지만 수요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건설현장의 직접적인 소리다.
그는 또, 분양원가 계산 자체가 힘들다는 건설업체 주장에 대해 “공사 견적서만 내보면 원가 내역이 나오는데 나의 경험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논리”라며 “진짜 계산을 못 한다면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사업수지분석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필자는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사업분석을 한 내용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아파트 건립 연면적(주차장 포함) 3만평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직접공사비로 건축비 평당 240만원, 간접공사비(건축설계, 건축감리비 등)는 평당8만원, 공사부담금(학교시설부담금, 교통시설부담금, 상하수도 부담금, 미술 장식품 등) 평당 7만5천원. 준조세(전용면저 85㎡ 이하는 생략, 보존등기비 등) 약 30억, 판매관리비(분양대행수수료, 모델하우스 건립 및 임차료 등) 약50억, 그리고 토지비용과 금융비용이다. 토지비용이 평당 300만원에 용적율이 250%라면 세대당 토지가격은 평당 120만원이다.
결론적으로 분양가는 토지가격 120만원+건축비 240만원, 기타경비를 세대당 나누어 합하면 될 것이다. 이 계산에 이의를 달 주택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기업이윤을 더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이란 이윤을 창출해야 된다. 우리 국민이 ‘이윤없는, 손해보는 아파트 건립’을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싼 땅에 고급자재로 아파트를 짓는다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 비용을 알고 비싼 가격에 분양을 받으면 된다. 우리의 소비자는 상호비교를 통해 어느 한 회사가 일방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하자는 것이다.
정부에서 ‘원가연동제’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회사마다 자재와 시공, 서비스가 다른데 하나의 획일화된 가격으로 묶는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주택회사에서도 국민에게 신뢰를 받으며 영업할 수 있는 “분양원가 공개를 하라”는데 왜 대통령만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노대통령의 잣대는 본인이 필요하면 선거공약 때문이고 생각이 맞지 않으면 공약(空約)인지 아쉬운 마음뿐이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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