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직접 연 직거래 매장 '농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구 동천동에 개장..."생산.소비자 모두 배려하는 친환경 공동체"

소비자.생산자 직거래 매장 '농부'...지역의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취급한다(2009.5.17 대구시 북구 동천동 / 사진.남승렬 기자)
소비자.생산자 직거래 매장 '농부'...지역의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취급한다(2009.5.17 대구시 북구 동천동 / 사진.남승렬 기자)
17일 오후 대구시 북구 동천동의 한 농산물 매장에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휴일을 맞아 장보기에 나선 그녀들, 매장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살핀다. 매장 안은 사과와 수박, 토마토를 비롯한 과일과 쌀과 참깨 등 다양한 곡식이 진열돼 있다. 벽면 진열장에는 꿀 가공식품과 여러 종류의 차(茶), 곡물로 만든 소면 등이 차곡히 쌓여있다. 농산물 대부분에는 '무농약 인증', '친환경.유기농'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 주부들은 물건을 꼼꼼히 살핀 뒤 매장 종업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버섯은 어디서 기른 건가요?"
"이거 정말 유기농 토마토인가요?"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도 취급하나요?"

주부들 질문에 종업원과 매장에서 카운트를 보는 김기수(48)씨가 설명에 나선다. "모두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믿고 드실 수 있는 제품입니다"

대구와 경북 지역의 우수 농산물과 친환경 먹을거리를 파는 매장이 대구 북구 칠곡지역에 문을 열었다. 사전적 의미로 '농사 짓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농부'가 가게 이름이다. 그런데 상호가 왜 하필 농부일까.

김기수씨는 "농부는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직거래 매장"이라며 "'마을장터', '우리마을', '농부' 등 여러 후보이름들 가운데 부르기도 쉽고 생산자, 말 그대로 농부들이 직접 참여해 매장을 만들었다는 점에 의미를 둬 가게이름을 농부라 지었다"고 설명했다.

농부는 대구 칠곡지역에서 주민 공동체운동을 하는 '강북우리생활공동체(추진모임)'의 첫 번째 사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설립해 지난 5월 7일 문을 연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협동조합적 성격을 띄고 있다.

농부의 수익금은 모두 지역 공동체 운동 사업기금으로 쓰인다
농부의 수익금은 모두 지역 공동체 운동 사업기금으로 쓰인다

농부는 추진모임 회원들의 노력과 농부들의 땀으로 일군, 그 자체로 '친환경 농산물'과도 같다. 추진모임 회원을 비롯해 모두 50여명이 설립자금을 냈으며 이 가운데 15명이 생산자, 즉 지역의 농민들이다. 농부들은 모두 대구와 가까운 군위, 칠곡, 의성, 상주를 비롯한 경북지역에서 유기농법을 이용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부의 운영원칙은 '친환경'과 '생산자 직거래'다. 조합원(생산자)들이 친환경 농법을 이용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우선으로 들여와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작기'(재배시기)가 다른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경북 이외 다른 지역의 조합을 통해 들여오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원칙은 있다. 반드시 '친환경', '직거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역은 달라도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을 위한 협동조합간의 협동인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통해 농부는 앞으로 소비자를 넓여 생산자 조직을 확대, 보다 많은 친환경 농산물을 도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가격과 잉여(수익금)의 쓰임새도 착하다. 소.도매상이 없어 중간거품을 제거했고, 수익금은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된다는 것이 매장 측 설명이다. 김기수씨는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생산자, 소비자 모두 적정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매장에서 발생하는 이익금 역시 청소년 문화교육, 육아.교육문제를 비롯한 지역 공동체 사업기금으로 재투자된다"고 말했다.

농부를 찾는 손님들이 "이 사과 어때요? 정말 유기농으로 재배한 건가요?"라는 질문을 할 때, 그에 대한 답을 사과를 직접 생산한 농민이 설명하는 모습이 직거래 매장 농부가 바라는 공동체의 상이다.

김기수씨는 "기존 농산물 직거래 매장이 소비자에 대한 이익은 충실했으나 생산자에 대한 배려와 이익은 부족했던 면이 있었는데, 농부는 이러한 기존 직거래 매장의 단점을 없애고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는 공동체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며 "바쁜 일상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공동체의 첫 출발"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