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통보'된 마스터플랜, '반대'는 안듣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대구설명회> 학계 "실망 또 실망" ...시민단체 "전면 재검토"

4대강 살리기 사업 대구지역 설명회(2009.5.18 대구경북디자인센터 / 사진.남승렬 기자)
4대강 살리기 사업 대구지역 설명회(2009.5.18 대구경북디자인센터 / 사진.남승렬 기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대구지역 설명회'에서 마스터플랜에 대한 실망이 쏟아졌다. 또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수렴은 제한받거나 사실상 배제돼 비판을 샀다.

18일 오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사업 대구지역 설명회에 200여명이 몰렸다. 설명회는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중앙 부처가 합동으로 개최했다.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은 "4대강 살리기를 통한 국토 재창조를 목표로 ▶물 확보 ▶강 중심 지역발전 ▶홍수 방어 ▶수질 개선 생태복원 ▶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 창조 등을 핵심과제로 삼고 이달 말까지 마스터플랜을 확정, 하반기에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명필 본부장은 "지구온난화로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은 4대강을 정비하는 것으로 사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흥사단 '불참'...설명.홍보 '방침'만

심 본부장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이날 설명회는 4대강 정비에 대한 정부 측 입장과 당위성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설명회 초반, 7분간의 4대강 살리기 홍보 동영상 상영에 이어 국토해양부 측의 마스터플랜 설명이 약 30분 동안 이어져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원론적인 정부 방침만 듣게 됐다.

지정토론과 지역민 의견을 듣는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민단체인 '대구흥사단'이 불참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반대 입장을 보여온 환경단체들이 토론회에 빠진 상황에서, 시민단체로는 유일하게 참석하기로 했던 흥사단마저 불참하자 시민단체 측 목소리는 사실상 배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측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큰 틀은 공감하면서도 실망과 함께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정부가 유량 확보를 위해 낙동강 유역에 추진하는 보 설치와 관련, 보 설치는 수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ㅁ
"마스터플랜, 이게 하천 살리는 것인가"

경북대 민경석 교수는 "마스터플랜을 보니 실망스럽다. 정부의 핵심 사업이 아니라 국토부 차원의 단순한 하천정비 수준의 사업으로 보여진다"며 "수자원과 수질, 생태가 함께 어우러져 사업이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자전거 도로 설치 등 레저시설은 생태가 복원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면서 "낙동강 정비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는 생태 복원을 주요 목표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량 확보를 위해 낙동강에 수중 보 8개를 설치하면 수질은 철저하게 악화될 것"이라며 "보 설치가 불가피하다면 보 내 수질 개선대책 수립 등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명대 배상근 교수도 "하천 살리기에 대한 정의는 깨끗한 물이 사시사철 적당량으로 흐르는 것"이라며 "그러나 마스터플랜은 보 설치와 하상준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하천을 살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 설치에 따른 수질환경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쏟아지는 질의는 시간 관계상 안돼?

대구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취수원 이전 문제는 이번 마스터플랜에서 빠졌다. 5월 안에 마스터플랜을 확정한다는 정부의 속도전이 지역 현안을 제외시켰다는 지적에 정부 측도 인정했다. 국토해양부 이상헌 서기관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마스터플랜 확정 시일이 촉박해 계획 안에 넣지 못했다"며 "검토를 통해 나중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구시는 오는 2011년 지역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에 모든 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토론회 후 청중석에서 질의가 쏟아지자, 주최 측은 시간과 다음 일정을 이유로 질의를 사실상 제한시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끝내 질문을 하지 못한 시민은 "못한 질의는 대구시를 통해 서면으로 제출해라고 했지만 설명회에서조차 이런 상황인데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겠느냐"며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정부 계획의 일방적 통보만 있었지 주민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2009.5.18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 / 사진.남승렬 기자)
4대강 살리기 사업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2009.5.18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 / 사진.남승렬 기자)
이에 앞서, 18일 오전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영남자연생태보전회 등으로 구성된 대구지역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낙동강지키기대구경북시민행동'은 설명회 장소인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살리기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합동보고대회가 있은 후 한 달 만에 지역설명회를 마치고 5월 말에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애초부터 의견 수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보 8개...상하류 차단, 하천 기능 마비"

민주화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인 경북대 노진철 교수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자연 중심의 복원이기보다는 인간을 위한 개발"이라며 "경부운하의 전 단계로 의심받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자연생태보전회 류승원 대표는 "낙동강에 보를 8개나 만들면 강물이 흐를 수 있겠느냐. 이것은 강의 상류와 하류를 완전히 차단시키는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하천의 기본적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재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기 걸렸다고 수술하나?"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낙동강 일부지역이 오염된 것을 두고 강이 완전히 죽었다며 강 전체를 정비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낙동강이 감기가 걸렸는데 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으며 "구미지역 공장의 오염원 차단과 세부적 대책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27일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를 시작으로 현재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대한 지역 설명회를 열고 있으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달 말 안에 계획을 완성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각 계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사실상 열지 않아 어떤 방법으로 의견을 들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대구 설명회에서 보듯 현재로서는 유일한 소통창구인 지역설명회마저 정부 마스터플랜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이 할애돼, 일부에서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정작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ㅁ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