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고 싶다. 당신의 목숨도 중요하듯, 내 목숨 역시 중요하다. 여기서 제발 나가달라”
한국인 피랍자 김선일씨의 절규가 너무나 가슴 아프다. 아니 가슴의 아픔을 넘어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분노가 치솟는다.
이 문제는 김선일씨와 그의 가족들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김선일씨가 서 있던 그 자리에 내가 설 수도, 당신이 서 있을 수도, 아니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서있을 수도 있기에 이 문제는 우리의 문제요, 우리정부가 적극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애시 당초 미국 부시행정부의 전쟁에 대한 거짓된 명분과 한미동맹관계라는 그럴듯한 핑계, 그리고 국익이라는 치졸한 이유로 파병을 하게 된 것에 따른 자업자득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는 파병을 주도한 사람들이 마땅히 서있어야 할 자리 아닌가! 왜? 아무 잘못도 없는 한국의 젊은이가 그곳에 서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감히 말하고자 한다. 김선일씨가 서있는 그 자리에 파병을 주도했거나 추가파병을 시도하고 있는 자들이 대신 서 주길 바란다. 그래야 자업자득 아니겠는가!
정부는 이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길 바란다. 과연 우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미동맹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국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고 해도 내 국민 한 사람, 내가족의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것인지 말이다.
"명분없는 파병...죄없는 김선일씨 대신, 파병론자들이 그 자리에 서야 한다!"
평화재건을 위한 파병, 치안을 담당하기 위한 파병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정부에서는 이라크 현지의 주민들로부터 우리 군대가 신뢰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런 의견은 있을 수 있다. 설령, 이라크 국민의 100의 90%가 한국군에 대하여 호감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나머지 10%가 한국인에 대하여 적대감을 갖고 있다면 이와 같은 끔찍한 일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의 명분과 무장된 힘으로 똘똘 뭉쳐있는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파병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하면서 현혹시키지 말아주길 바란다. 저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이미 미국에 맹종하며,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병력을 지원해 주고 있는 적대국가의 하나로 인식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 가지고도 막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한국정부는 김선일씨를 구출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신속한 대응을 하여야 할 것이다. 남아있는 시간이 없다.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저들은 우리와 협상을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라는 식의 이성적 협상자세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협상이란 말인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철군에 대한 약속과 추가파병 백지화 방법 이외에는 없다. 정부는 지금 당장 가시적인 조처를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김선일씨가 하루속히 한국에 있는 어머니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미국의 광란적인 전쟁에 희생되는 한국인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권혁철(평화뉴스 자문위원. 교수. 대구대 재활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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