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평화뉴스
  • 입력 2004.06.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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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적십자병원.양심수후원회
...지역 장기수.민주화운동 유가족 무료건강검진


◇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장기수 할아버지 강모(75)씨가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경산에 살고 있는 장기수 할아버지 강모(75)씨는 요즘들어 기침이 심해지고, 손끝도 많이 아린다.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25년간 옥살이를 한탓에 몸 구석구석에는 자주 멍이 들었다가 사라진다. 얼마 전에는 기침 도중에 피가 나와 약만 조금 써봤을 뿐 병원 진료를 계속 받지는 못했다. 국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 20만원과 간간히 하는 소일거리로는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6.25) 대한적십자사대구병원(대구적십자병원)에서는 강씨를 비롯해 의료부분에서 소외돼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장기수 할아버지들에게 무료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오늘 건강검진에는 장기수 할아버지 6명을 포함해 민주화운동 유가족 등 모두 9명이 검사를 받았다.

강씨는 “그동안 몸이 많이 안 좋았지만 병원에 쉽게 갈 수 없었다”며 “이렇게 나마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건강검진은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와 대구적십자병원이 함께 마련했는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치료를 돕기로 했다. 건강검진 결과,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집 근처 병원과 연결해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윤보현 사무국장은 “장기수 할아버지들은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그 액수가 턱없이 적고, 대부분이 마땅한 직업이 없어 생활이 어렵다”며 “이 할아버지들에게는 무엇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국장은 또, “대구경북에는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10여명 정도 계시지만 아직 파악이 안 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보다 훨씬 많다"며 "하루 빨리 그 분들과도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대구적십자병원 김진국 신경과장은 “장기수들은 그동안 사회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놓기 힘들어 많이 소외돼 있었다”며 “대구적십자병원에서는 이러한 장기수들을 의료부분에서 돕기 위해 무료건강검진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적십자병원이 공공병원으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반성이 컸다”며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공공의료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오늘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장기수들을 포함해 앞으로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가 파악하고 있는 출소장기수 전원에 대해 무료건강검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적십자병원은 올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한 공공의료 사업을 강화해 이주노동자와 쪽방거주자, 성매매피해여성, 가출청소년, 탈북자 등의 건강검진도 실시하고 있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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