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3개 공중파 채널이 그토록 ‘염려’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론 최적지여서 대구 선정을 자신하지만 정략이 개입해 나눠 먹기 식으로 또는 가중치 여부에 따라 복수 지정될 우려도 있다는 보도는 적중했고 대구 신서 혁신도시와 함께 충북 오송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대구 신서 혁신도시가 오송과 함께 공동으로 선정된 것은 여러모로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 동안 첨단의료복합단지 관련 보도는 그야말로 외화내빈이었다.
이와 함께 ‘문경학살사건’ 유족 항소심도 패소(대구MBC 8월 4일), 국가범죄 시효 논란(안동MBC 8월 6일), 영남대 시간강사 80여명 해촉…반발(KBS 대구 8월 6일), MBC를 무력화하려는 정부의 조치, 언론법 무효 시민 운동을 다룬 ‘지역 MBC 매각’(대구MBC 8월 4일), , ‘누구 위한 지역 타령?’(8월 5일), ‘공공성 파괴’ 우려(8월 8일), 미디어법 무효 서명 대구서 3천명 돌파(8월 8일) 기사도 시.도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 한 주일 동안 대구 공중파 3개 채널이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과 관련해 쏟아낸 보도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너무 많아 메인뉴스만 선택).
위 표에서 드러난 대로 대구지역 공중파 세 채널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관련 보도는 5일에 열린 정부 평가단의 실사와 실사 예고, 실사를 받은 대구시의 반응, 다른 경쟁 지역의 동정 등을 중심으로 다뤘다.
첨단의료복합단지 개발의 규모, 그 단지로 대구가 선정됐을 때의 개발/발전 효과는 이미 전 단계에서 다뤘으므로 이번 보도에서는 ‘반드시 선정돼야 하고 선정될 수 있다’는 각오와 자신감을 부각했다.
첨복, 유력후보지 정보는?
그럼에도 이번 보도는 유력 후보지역과 관련한 정보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나아가 대구 선정을 확신한 나머지 평가단이 고려할 만한 또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정략적 고려’ ‘나눠 먹기 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시청자=대구.경북 시.도민이 일정부분 감성적으로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로 대구가 ‘모든 것을 갖췄다’고 했으나 결과론적이지만 갖추지 않은 것도 적지 않았다. 충북 오송은 대구가 갖추지 않은 것, 그것도 핵심적인 요건들을 갖췄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보건.의료 관련 6개 국책기관이 2010년 12월까지 신청사를 지어 이전하기로 돼 있다. 그 때문에 오송은 첨단의료단지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줄곧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고 한다. 그와 함께 오송은 국가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점은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점에서 누가 뭐래도 흠 잡을 데 없는 이점이다. 바로 이점에서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관련해 허를 찔렸다. 언론이 제대로 정보를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보도를 종합해 보면 오송은 생명과학기술.보건의료 분야에서 90년대 중반 이래 줄곧 정부의 전략 핵심이었다. 여기에 지리적 이점을 겸했다. 이에 비해 대구는 의료 인프라로 즉 ‘중후장대(重厚長大)’로 표현할 수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오송과 신서는 더이상 경쟁 관계가 아니므로 앞으로 특장을 살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관련한 대구 공중파 세 채널의 보도는 위의 표, 기사 제목에서 드러난 대로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정보를 덤프트럭으로 쏟아 붓듯 다뤘다. 다시 말해 대구의 공중파 세 채널은 시.도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취재, 보도하기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쟁취라는 당위성을 향해 시.도민을 동원한 느낌이 짙다. 대구.경북 시.도민을 대구의 공중파 세 채널은 적어도 ‘첨단복합단지’와 관련해서는 방송의 목표인 ‘고객’ 섬기기가 아니라 정해진 목표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그렇지 않다면 위 표와 같이 거의 매일이다시피 시간차만 있을 뿐 맥락이 같은 기사를 집중 보도하기는 여간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저수지 '둑' 높이기...4대강 사업과 무관한가?
이와 같은 보도는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살리기’ 관련 보도에서 다시 반복됐다(대구MBC 뉴스데스크 8월 1일 수몰 부작용, 8월 9일 MBC “둑 높이지 마라”).
지난 1일 대구MBC는 낙동강 유지수를 확보하기 위해 청송군 부남면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화장 저수지'의 둑을 현재보다 9.1m 높여 저수량을 4배 이상 늘리는 공사가 주민들의 반발로 난관에 부딪쳤다고 전했다. 이 공사가 계획대로 끝나면 물 3백40만t이 더 확보되지만 그 대신 10가구가 수몰되고 토지도 백60만~백70만㎡가 물에 잠긴다. 물 5천 3백만t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공사비와 수몰민 피해를 기회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달성군 최대 저수지인 옥연지 일대 주민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옥연지의 관개면적은 3백85ha. 당국은 이 옥연지 둑을 지금보다 2.9m 높이고 무넘기 제방도 7m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여론은 다르다. 주민들은 둑을 높이기 전에 기존 둑을 보강하고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인근 기세천도 정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태는 비단 화장지, 옥연지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도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무늬만 다른 ‘대운하’ 사업이란 반발이 여전한데다 청송과 달성군에서 발생한 저수지 둑 높이기 계획과 관련해 말썽이 잇따르고 있으므로 언론은 당연히 유사한 사태가 왜 잇따르는지 파장을 예측하는 한편 원인을 캐고 거시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온당했다. 그런데도 언론은 쌍둥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종합적으로 다루기보다 별개의 사건인양 낱낱이 부숴 보도했다. 이래가지고서는 시.도민은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살리기’의 의도는커녕 당장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이나 생활 근거인 논밭이 어떻게 되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언론의 근본 책무가 정부의 나팔수가 아니라 비판기능에 있다면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고 문제 삼아야 할 사태를 시청자들이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제대로 알 수 없게 처리하고 말았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시.도민의 이익보다는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살리기’에 무게 중심을 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4대강, 일회성 보도로 다룰 일인가?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살리기’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일 대구MBC는 대구시가 내년 국비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뉴스데스크 ‘예산확보 비상’). KBS대구도 같은 맥락으로 6일 보도했다(뉴스9 ‘국비확보 비상’). 정부가 4대강 사업비로 6조 2천억 원을 내년 예산에 배정하면서 다른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긴축예산을 짜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비로 대구시가 천8백억원을 요청했는데도 8백억원만 반영됐고 모바일융합강화사업(3벡억원), 육상진흥센터(백40억원), 스마트 비즈니스 육성(백억원) 사업비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고, 지능형자동차 상용화 기반 조성 사업비(3백20억원)는 겨우 10억원만 반영됐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토목사업을 강행하느라 시민 수요가 큰 사업이 기우뚱 하는 이 같은 사태는 풍선효과, 또는 ‘조삼모사’로 묘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기회비용은 물론 효과도 의문시되는 사업을 우선한 데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란 점에서 언론은 일회성 보도로 다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론의 문제제기는 현재로서는 여기서 머물고 있다. 개발의 미약(媚藥)에 취했기 때문일까. 시.도민과 거리두기를 언론은 얼마나 하려는가?
[평화뉴스 - 미디어 창 43]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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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은경(대경민언협)..."감성 자극에 그친 '첨복', 핵심 흐려놓은 '4대강'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