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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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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촌지 개념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의 보도로 드러난 김준규 검찰총장의 1인 당 50만 원(각 8명씩 400만 원) 기자 촌지 추첨 이벤트에 대해 대검찰청이 6일 촌지도 아니고, 특수활동비 유용도 아니며 더 이상 사후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아침 언론보도에 대해 기자실을 통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있었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본의와 달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3일 김 총장을 비롯해 대검 간부 8명, 팀장급 법조 출입기자 8명이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취임 이후 첫 간담회를 겸한 저녁식사를 했는데 식사가 끝날 무렵 김 총장은 서먹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이벤트를 실시했다.

김 총장은 추첨을 통해 당첨된 8명의 기자들에게 봉투를 건넸다. 기자들이 받은 봉투에는 '격려' '검찰총장'이라고 씌어있었고, 그 안에는 50만 원 씩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이를 회수하기로 했고, 일부 기자는 반납했으며, 일부는 복지단체에 기탁하기도 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대검찰청
김준규 검찰총장 ⓒ대검찰청

경향과 한겨레는 이를 촌지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그러나 촌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공개된 자리에서 추첨하는 촌지가 어디있느냐"며 "촌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출처가 특수활동비 아니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특수활동비는 아니었다"면서도 공금임은 인정했다.

조 대변인은 "서부지검 행사를 마치고 오다가 격려의 필요가 있어 마련돼있던 봉투(돈)를 사용했다"며 "당시 별도의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며, (이를 나눠준 뒤) 김 총장은 다음날 자신의 돈으로 메꿨기 때문에 바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이 공금을 빼다 쓰고 다음날 자기 돈으로 메꿨다면 어떠했을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 대변인은 "공금유용은 아니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다만 검찰은 수사할 때 '기간'을 따져 공금유용 여부를 따진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검찰의 수사내용과 검찰총장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때로는 비판하기도 하고, 때로는 검찰 수사를 지지해주기도 하는 출입기자들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별된 인사에 대해 50만 원 씩을 제공한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관계를 고려할 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가성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검찰측은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무엇보다 50만 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첨을 통해 기자들에게 제공한 것이 촌지가 아니라는 발상은 어떻게 만들어낸 논리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김 총장의 일종의 사과 외에 징계 등 별도의 조치가 있을지를 묻자 "사후 조치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2009년 11월 06일(금) 조현호 기자 (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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