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독한 악몽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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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편지> "부딪히며 처절하게...벅찬 희망으로 뵙겠습니다"


한 무리에 쫓겨 미친 듯 달렸지만 헛발질에 숨이 막혔습니다.
몇 걸음 못가 붙잡혀 내 심장 앞에 비수를 들이대는 순간, 고함을 질렀습니다.
두려움이 온 몸을 짓누르고, 목덜미에 날카로운 뭔가 꽂혀 흐르는 물 속에 내던져졌습니다.

아팠습니다. 꿈이라면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아팠습니다.
잡히면 안되는데, 잡히면 죽는데, 쫓기는 걸음 걸음 정말 무서웠습니다.
으으으, 아아아, 비수가 꽂히는 두려움, 내 소리에 내가 놀라 깨어났습니다. 

악몽이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지독한 새벽 악몽.
내가 왜 이런 악몽에 시달렸는지, 아침 내내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악몽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쫓기는 이유, 두려운 이유를...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에서 숨진 이들도 그러했겠지요. 
설마 이렇게까지, 설사 잘못을 했다 해도 죽을 죄는 아니었을텐데,
죽어도 풀리지 않고 1년 열두 달 외치고 싸워도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늦겨울 2월에 김수환 추기경이 떠나시고
늦봄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떠나셨고
늦여름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노무현. 그렇게 기뻐했던 대통령 당선이었는데,
기대가 컸던 때문일까, 5년 내내 그를 탓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 간 지금의 권력, 그 비수에 치를 떨었습니다.
"패장의 마지막 저항"... 그의 뜻이든 남은 자들의 해석이든, '저항'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용산, 미디어법, 쌍용차, 4대강, 세종시.
아직도 이해해되지 않는 권력과 사법부의 논리.
가진 자 모두 한 통속으로 없는 자 모두 쫓고 있는 세상 같습니다.


"대구 민주.개혁세력의 대응과 전망"
지난 6월 15일, 이 주제로 시국토론을 열었습니다.
대구 야당과 시민사회에 대응을 묻고 '연대'의 전망을 물었습니다.
그 토론 이후 2010지방선거 연대를 화두로 당사자들의 생각을 펼쳐봤습니다.
하자, 하겠다, 문제는, 조건은, 방법은... 토론 후기 모임은 12월까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대구'입니다.
대구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합니다.
일색 일당. 이런 대구가 좋으면 그만이지만,
좋은가요? 당연한가요? 한계인가요? 그대로 갈까요?


악몽의 이유.
잘 못하기에 부끄럽고
그러다 한 칼 맞으면 환장합니다.
소심한 탓이며 쫓기는 자의 자책 탓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악몽.
저항하는 이들은 "악몽 같았다"고 합니다. 
생명을 잃었고 일자리를 잃었고 언론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권력 탓이며,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원귀처럼 통곡하고 독사처럼 물고 늘어져라"
1년 전 1월 평화뉴스 이 칼럼 제목을 다시 생각합니다.

잘 못한 이유를 반성하고 저항하지 못한 이유를 짚어보고
문제의 본질에 날을 세우고 '이유'의 핑계와 변명을 가려내고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고 버려야 할 내 것을 털어내고
가야 할, 풀어야 할 매듭을 화두로 만나고 부딪히며 처절하게 다시 처음처럼.
악몽을 떨치고 그렇게 2010 새해를 꿈꿔야겠습니다.
...

올 한해도 읽어주시고 곁에 있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껴주시고 보내주시는 사랑만큼 잘하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 같지 않아 늘 부족하고 더뎌 고개가 숙여질 뿐입니다. 

열심(熱心)과 진심(眞心), 그리고 항심(恒心).
2009년 한 해를 접으며 이 세 단어를 마음에 새깁니다.
대안과 희망, 막연한 말들을 온 마음으로 하나씩 풀어가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챙겨주신 분들,
시기 시기마다 온 마음으로 좋은 글 주신 필자들,
어려운 가운데 잘 해보라며 마음 내어주신 후원인들,
도움주신 취재원과 쓴소리로 비판하며 읽어주신 독자들,
떠오르는 많은 고마운 분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또 다짐합니다.
"새해에는 더 잘하겠습니다"

2010년, 벅찬 희망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31일
PN <평화뉴스> 편집장 유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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