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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혹은 '뜬 구름 잡는' 선거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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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선거 기획 눈길..."유권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선거보도를"

2월 22일, 지방선거 D-100일이 되던 날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사무실로 배달되는 7종의 신문을 스크랩하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부산일보>를 먼저 찾게 됩니다. 부산의 정치상황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 매번 선거때마다 신선하고 독특한 기획으로 유권자 또는 독자의 눈과 귀를 자극한 <부산일보>가 이번엔 어떤 화두를 던졌을까에 대한 궁금증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번 선거는 대형 스포츠축제 즉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사이에 끼어있는데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허무함이 더욱 높아 시민들의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낮을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의 축제’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로 ‘공천권자와 후보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선거문화는 벌써 수십년이나 지속되어왔는데요. 그 원인은 딱히 누구만의 문제라고 책임지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선거를 즐겁고, 민주주의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주요한 매개체가 언론이라는 데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왠지 대구지역 신문을 보고 있으면 이 화두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연례행사처럼 특정 시기가 되면 <유권자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하고, 각 선거구별 후보예정자를 소개하고, 공천권자인 정치권의 논리다툼만을 중계하고. 정작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가능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고.

<부산일보> 6.2 지방선거 D-100일 기획 ‘눈에 띄네’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비후보 등록과 선거 D-100일 정도를 앞둔 시점에, <영남일보> 2월 19일 <公明 지방선거 유권자 의식에 달렸다>, <매일신문> 2월 22일 사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지역발전 다진다>를 통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덕교과서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갑갑함을 벗어나기 위해 <부산일보>를 찾는가 봅니다.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1면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1면

<매일신문> 2010년 2월 22일자 27면 사설
<매일신문> 2010년 2월 22일자 27면 사설

지방선거 D-100일이 되던 2월 22일, <부산일보>는 <풀뿌리 20년 희망을 캐자>를 통해 색다른 기획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후보를 원합니다」라는 유권자의 글을 받아 지면에 편집하고, 각 지역구별 후보를 소개하는 지면인 <풀뿌리 20년 희망을 캐자>에서 글 도입부를 ‘유권자가 원하는 후보’로 구성했더군요.

한편 같은 날 오피니언면에는 칼럼 <밀물썰물 : 기호 0번 무걱정 후보>에서는 “기호 0번을 등장시켜 현실 선거판을 비판하는 것도 선거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한 방법”이라며 “지난 대선때 부산 한 복지연대와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청소년단체, 올해 부산시민네트워크가 기획 중인 ‘기호 0번 무걱정 후보’”등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역구도에 갇혀 있는 선거판에서 ‘무걱정 후보’가 벌이는 적극적 선거운동이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실제 가상후보들과 정책 대결을 벌이면서 선거판에 신선한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부산일보> 유권자 100인 생생 인터뷰, '신선'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2면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2면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3면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3면

대부분 신문이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선거민심을 조사할 때, <부산일보>기자들은 부산지역 곳곳을 누비며 시민 100명을 직접 만났더군요.

전 국민이 동계올림픽에 집중하고 있을때, <부산일보>는 지방선거 유권자 조사를 위해 23일 낮시간 동안 부산지역 유동인구가 많은 10곳을 선정, 길가는 유권자 10명씩, 총 100명을 만나 선거민심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25일 신문에 기사화했습니다.

「유권자 100명 길거리 생생인터뷰」의 결과를 보도한 이날 지면은 1면 <“선거 날짜도 후보도 우린 몰라요”>, 2면 <“톡톡 튄 오답에 ‘아…’, 예리한 분석에 ‘아~’ >, 3면 <”먹고 살기 바쁜데…“ 경제에 발목 잡힌 풀뿌리>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눈에 띄는 기사는 3면 <"투표율 78% 믿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3면
<부산일보> 2010년 2월 25일자 3면

해당기사에서는 “이번 조사결과 중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 시민들이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답변한 대목이다. 후보를 고를 때 ‘도덕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선거에서 답변대로 한다면 아주 이상적인 모델이 될 듯하다”라며 “유권자들이 이처럼 ‘모범 답안’을 내놓은 데는 기자들이 직접 대면 조사한 형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73%가 투표하겠다고 답변한 결과는 지난 2006년 치러진 제4대 지방선거의 부산지역 투표율(48.5%)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라고 해당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아무래도 유권자들은 조사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조사의 경우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결과를 제시하더군요.

이런 반론을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뭐 별거 없구만”,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랑 뭐가 달라”, “유권자 100명 여론이 부산 전체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가?”, “기준이 불분명하다” 등등

맞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고,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조금도 흥미롭지 않은 선거보도 틀에 얽매여 유권자의 관심을 식히고 있는 대구지역 신문보다, 유권자를 만나면서 민심을 듣고, 결과를 재해석하고, 유권자의 목소리를 지면에 반영하려고 했던 <부산일보>의 시도가 꽤나 흥미롭습니다.

선거보도의 정석은 없습니다.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신문사 편집국의 틀을 넘어 유권자 가 제안하는 신선한 아이이더 등이 버무려지는 과정이 중요할텐데요.

지역신문 관계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대구가 답답합니다. 정치상황도, 경제상황도, 그리고 시민들의 민심도.
최소한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이 중 일부가 어떤 형태로든 표현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동안 ‘시민들, 유권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선거보도’를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은 채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시민들을 다그치는 것은 ‘뜬 구름 잡는 소리’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72]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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