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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봄
권미강 / "이상화 시인은 지금의 봄을 어찌 표현했을까?"
2010년 03월 12일 (금) 12:13:16 평화뉴스 pnnews@pn.or.kr

참 유난히도 어렵게 찾아온 봄이다. 2010년 봄은 특히 더 그렇다. 53년 만의 폭설이 오고 여전히 겨울의 추위가 이곳저곳에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그리움이 더해진다. 새삼 '봄'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늘 써오고 있는 딱 이맘 때 오는 '봄'

'봄'이라는 이름의 원천을 찾아보니 두 가지 정도의 뜻을 만날 수 있었다. 하나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명사형 '옴'(來)이 합해지고(블+옴) 여기에서 'ㄹ'받침이 떨어져 '봄'이 됐다고 한다. 이를 풀이한다면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온다’는 정도 된다. 

또 하나는 보다(見)라는 동사의 명사형 '봄'에서 온 것인데 이 뜻이 훨씬 더 근거 있고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뜻이다.

얼었던 대지가 녹고 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이 고개를 내밀고 푸른 새싹들과 겨울잠에 빠져 분명 죽은 듯이 조용했던 세상이 활기가 넘치는, 새 세상으로 변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새봄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봄 말고 다른 계절에는 ‘새로운’이라는 ‘새’자가 붙지 않는다.  

이러한 어원을 찾아내는 학자들도 참 대단하고 그런 뜻을 가지고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 할미꽃(왼쪽) / 쇠뜨기와 양지꽃

아무튼 우리가 ‘봄’을 이러한 뜻을 가진 ‘봄’으로 부르듯이 중국에서는 봄을 '春'이라 하는데 여기에도 역시 두 가지의 뜻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일(日)자와 초(艸)자, 둔(屯)자를 합한 글인데 봄의 햇빛을 받아 무리지어 나는 모양,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 나오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라고 한다. 

또 하나는 '두' 상형문자가 합해져 이루어진 회의문자인데 뽕나무 상(桑)자의 옛 상형문자와, 해를 뜻하는 날일(日)자의 옛 상형문자가 합한 회의문자가 春이라는 옛 글자라고 한다. 따뜻한 햇살을 받은 뽕나무의 어린 새싹이 돋아나오는 날을 뜻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찾아보니 내 의도든 아니든 영어의 ‘봄’의 어원도 따라 찾을 수 있었는데 영어에서의 봄인 'Spring'은 원래 ‘돌 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콸콸 솟아 나오는 옹달샘’을 뜻한다고 한다. 여기에 '솟아나온다'는 뜻을 담아서 땅을 뚫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새싹들과 나무에서 움이 트는 어린잎들과 꽃잎들 그리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뛰쳐나온다는 뜻에서 'Spring'이 됐다고 한다.

결국 ‘봄’은 한국이든, 중국이든 그리고 영어를 쓰는 영어권 국가든 웅크렸던 생명들이 또는 새로운 생명들이 세상에 나와 세상을 환하게, 활기 넘치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의 ‘봄’만이 그러한 자연들의 새롭고 싱그러운 변화를 본다는 뜻이 담겨있으니 역시 자연의 이치는 물론 자연을 즐기는 법과 풍류를 아는 민족인거 같다.

봄의 어원을 찾다보니 봄이야말로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꽃이 만발하고 숨만 쉬어도 배부른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계절인거다. 천국 같은, 극락 같은, 유토피아 같은 봄이 우리 곁에 매년 그렇게 찾아온다니 정말 경이로운 것이다. 그래서 인생사에서도 역경을 헤치고 좋은 시절이 오면 ‘드디어 봄을 맞았다’고 하는 모양이다.

   
▲ 봄의 들녘...

대구의 시인 이상화선생은 일제강점기 속에서 조선의 천국 같은 독립과 자유를 기원하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지었다. 만물이 추위로부터 자유로워진 봄은 왔는데 그 기쁨도 잠시 그 봄은 다만 빼앗긴 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괴로움이 담겨 있다.

물론 봄을 노래하면서 우리 민족의 자유의지도 봄이 오듯이 맞이했으면 하는 염원이 시 곳곳에 드러나 있고 그것이 이 시가 저항시임을 암시하고 있지만 말이다.

유난히도 어렵게 찾아온 봄 속에서 우리 삶의 봄을 돌아본다. 일제강점기도 아닌데 유난히 싸늘하다. 이 시대에 이상화 시인이 살았다면 지금의 봄을 어찌 표현했을까?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빼앗긴 들도 아니지만 아지랑이 일렁이는 들판 속에서 온전히 몸도 마음도 정신까지도 궁핍해진 이 상황을 어떻게 읊었을까?

봄이 깊어지면 며칠의 꽃샘추위도 있겠고 황사 같은 반갑지 않은 손님도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노란 산수유, 연분홍 진달래, 보랏빛 노루귀, 얼레지 등등 많은 봄꽃들과 연둣빛 새싹들이 싱그럽게 세상을 즐길 것이다. 그 즐거움이 온전하게 우리 삶에도 전해질 수 있기를 봄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주말에세이] 권미강

권미강씨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의 사진은 어느 사진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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