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지도층, 안으로 골병드는 나라”

평화뉴스
  • 입력 2004.07.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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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22>...“신행정수도, 이제껏 뭣하다가 이제와서 난리들인가”



참여정부의 트레이드마크를 하나만 고르라면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어느 후보보다 강력한 지방분권화 의지를 천명한 바 있으며, 행정수도 충청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내에 <지방분권.정부혁신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두고 나라의 틀을 새로 짜기 위한 구상 다듬기에 들어갔다.

대통령 자신이 전국 각지를 돌며 지방분권과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의 모색을 위한 순회 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작년 6월 12일에는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방분권의 3대 원칙과 7대 과제>를 대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여, <대구구상>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은 1년여에 걸친 각급 수준의 논의를 거친 뒤, 드디어 작년 12월 29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지방분권 특별법> 그리고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등 3대 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결실을 맺었다. 전문 태스크포스팀의 수많은 연구와 전문가 회의, 공청회 그리고 국회 토론을 통해 21세기 지방화-세계화-정보화시대를 헤쳐 갈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여당이 소수정당이었고 여야간 정쟁이 도를 넘었던 당시의 정치 여건에서 참여정부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3대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참여정부로서는 의미있는 성과였다. 노무현대통령은 금년 1월 29일 대전에서, 전국 각지로부터 당일 아침에 떠나 KTX를 타고 모여든 지방 인사들과 함께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개막 선포식>을 가졌다. 수도권과 지방이 그리고 전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와 마스터플랜을 선포한 것이다.


3대 특별법...<국가균형발전 특별법>,<지방분권 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지난 해 12월에 국회 통과...“신행정수도 건설, 이제껏 뭣하다가 이제와서 난리들인가”


그 때부터 위의 3대 특별법에 근거한 <지방화>와 <지역혁신>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의 프로그램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예컨대,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에는 <지역혁신협의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해서 각 지역의 혁신체제(RIS : Reg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해 가고 지역사회의 혁신 역량들을 모아가기 위한 법정기구로 출범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입지 선정에도 착수하였다. 최근 충청권의 4곳이 일차로 선정되고 다시 충남의 연기․공주가 가장 높은 평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발표된 것도, 작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입각해서 진행되어 온 과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뜬금없이 위 안건들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조선과 동아가 대대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작년의 국회 통과에 대해 사과까지 하고 나서면서 원점에서 재론하자고 나섰다.

도대체가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메이저 언론이 작년 한 해 동안 그리고 금년 한 해의 절반을 보내면서 수많은 회의와 공청회와 국회 토론을 지켜보면서 아무 말도 없다가 한참 진도가 나간 지금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하자고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무책임해 보인다.

한나라당 역시 자신이 압도적인 다수당일 때 국회에서 심의 후 통과시켜 놓은 법에 대해 그 때는 경솔했다고 한마디 하고는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이, 집권을 목표로 하는 거대 정당 치고는 뭔가 석연치 않을 뿐만 아니라 영 무책임해 보인다. 이래서야 국정의 책임자가 누구고 집권당이 누구인들, 어떻게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는가?

<대구경북 지역혁신협의회>, 의장만 뽑고 두달 넘게 겉돌아...
“내일을 바라보는 지도자, 자신을 버리는 지도자가 너무 그립다”


지역 안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혁신협의회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입각해 지역사회의 혁신과 지역혁신체제 구축의 임무를 띠고 출범한 법정 기구이고, 대구와 경북도 지역의 학계, 언론계, 기업계, NGO, 언론계 등에서 혁신 역량을 대표하는 100인으로 <대구경북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해 지난 5월 10일에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 뒤 이 기구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다. 정작 대구광역시장과 경상북도지사가 위촉장을 주고, 위촉받은 100인이 모여 <대구경북 지역혁신협의회> 의장을 선출하였는데, 이 중차대하면서도 거대한 기구를 운영해 갈 예산과 사무국이 뒷받침되지 않아 겉돌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법에 의해서 마지못해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아무런 뒷받침도 하지 않아 그냥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문제는 대구와 경북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체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하겠다는 것인가? 보통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겠지만, 나라의 내일을 책임져야 할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 그러는 것은 정말이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때는 그들이 가만히만 있어 줘도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니 이쯤 되면 보통 비극이 아니다. 가만히 있기는커녕 자신에게 불리하고 또 불편을 주는 일이라면, 아니 경쟁자가 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어떤 일이든 무조건 반대하고 훼방놓기까지 한다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기라도 하겠는가? 정략과 선동과 무책임과 발목잡기가 판치는 소위 지도층 사회, 이 나라와 우리 지역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이 태산같다.

이제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자. 우리 지역의 미래도 좀 생각하면서 고민하며 살자.
부디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갈 2034년, 아니 최소한 2014년이라도 좀 생각해 가며 책임있게 판단하고 행동도 하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 지역의 내일을 위해, 우리 자식들을 위해 지금 나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 좀 해가며 살자. 특히 소위 정치권과 행정계, 언론계, 학계 등 각계의 지도층 인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내일을 바라보는 지도자가 그립다. 자신을 버리는 지도자가 너무 그립다.

홍덕률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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