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아파트 가격은 내리는 반면, 분양가가 턱없이 비싼 신규아파트는 분양하자마자 웃돈(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것이다.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불과 두달전에만 해도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될 것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던 아파트가 웃돈 1억원을 우습게 불러대고 있기 때문이다.
두달 사이에 대구의 경제상황 엄청나게 좋아진 것도 없고 아파트 분양이 과열될 이유가 전혀 없기에 업계 전문가들이 불안정한 시장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대구의 부동산정보(특히 아파트 시세현황)를 신문, 방송에 제공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K지사장의 말이 아파트 분양시장의 현상을 잘 표현하였던 것 같다.
“대구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코메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폭탄 돌리기'와 같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꼭 터지고 말 폭탄을 들고 웃음썩인 말로 몇마디(몇푼의 차액) 하고 다음 사람에 돌리고 있습니다. 대구의 아파트 시장은 몇 년동안의 거래 동향을 봐도 지금처럼 나쁜 적이 없습니다.
기존 아파트는 거래가 없고, 특히 27평이하 아파트 가격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수성구 ‘A’지역 같은 곳은 33평 기준으로 작년 10.29 부동산 대책이후 3000~4000만원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일간지에 기고했더니 정중히 거절하더군요. 시민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분양권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량화된 아파트 시세동향을 그려가면서 절규에 가깝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필자는 K지사장의 말에 똑같은 생각과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몇몇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며 정신없이 이리로 저리로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수성구 ‘가’아파트는 (평형에 따라 다르지만) 평당 1200만원이다. 60평이면 7억2000만원이다. 네거리 부근의 ‘나’아파트는 812만원이다. 요사히 분양한 ‘다’아파트는 평당 900만원이다. 이런 아파트들이 불과 두달 전에는 미분양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거래야 안되겠지만) 웃돈이 수천만원, 많게는 억단위가 된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 작전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며, 대구시민들은 또 다시 투기바람이 불까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
필자는 매일 아침 몇 통화의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 전문직종의 부인들이다.
“친구가 주상복합아파트를 사서 프리미엄이 상당히 붙었다고 하는데, 분양회사에서 한 개 남았다고 전화 왔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것이다. 어떻게 묻는 말들이 한결같은 것일까? 한세대 남았다는 이야기까지...
우리 이제 정신 좀 차려보자. 폭탄이 터질 위험을 무릅쓰고 몇푼 벌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것 없다. 남이 아파트 분양권 사서 돈 벌고 있는 것 보면서 내가 참가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고 아쉬워하거나 배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왜곡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장..."덕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피해자는 우리 이웃"
아파트 매매와 관련한 필자의 생각 몇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상복합에 살지 않으면 일등시민이 아닌 것처럼 선전하는 것에 반대한다.
주상복합이 있는 자리에 보면 밤새 자동차가 달리고, 교통이 정체되면 공회전하는 수 많은 자동차 공해를 마셔야 한다. 그런 곳이 최고의 주거지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둘째, ‘주상복합은 30층 이상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는 찬성할 수 없다.
상업지역에 용적율을 높이다 보니, 50~60층을 지어서 분양하는 회사들의 영업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한 층이 3M에 50층이면 150M 위에 살아야 된다. 즉, 인체가 지표면에 가까이 살면서 자연스러운 습도를 조절해 가며 사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지, 지표면에서 멀면 멀수록 좋다는 것은 어디서 나온 근거인지 모르겠다.
셋째, 중도금 무이자나 중도금 후불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처음 계약금만 몇푼 넣은 뒤 잔금 낼 때가 되면 수천만원에서 억단위의 웃돈이 붙는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그것을 확신한다면 주택회사가 왜 세대당 몇억을 손해보면서 아파트 선분양을 고집하겠는가? 아파트 후분양을 해도 될 것인데 말이다. 이는, 논리와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말들이다.
수성구에 지금 입주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로얄층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1000만원대. 평당 630만원인 분양가를 손해를 보면서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논리가 맞지 않는 영업을 하고 있어도 우리 시민들은 너무도 쉽게 생각하고 있다. 설령 '덕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결국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이기에 안타까울뿐이다.
최근 언론에 한창 나오는 군인공제조합에서 자금관리 한다는 범어네거리 부근의 한 주상복합아파트가, 우리 시민들을 또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지 걱정이다. 여관과 빌딩 등을 닥치는대로 최고가격에 사들였으니 보나마나 분양가가 하늘을 치솟을 것이다. 또, 방송과 신문 광고는 그들이 독차지할 것이다.
앞으로 신규아파트 입주가 수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분양권 투기 세력들이다. 분양권을 움직이는 몇몇 그룹을 제외하고는 10억원에 가까운 아파트에 살 사람이 몇 명되겠는가?
대구의 아파트 신규분양시장, 특히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장은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숨 한번 크게 쉬고 쉬었다 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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