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화원 테러'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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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청장 박형룡 후보, '미군기지 이전 방안' 제안..."평화공원.서민병원의 꿈을"


"저는 과거 미문화원에 분노의 폭발물을 던졌습니다. 귀국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라 할 수 있겠지요"

자신을 '전(前) 테러리스트'라고 소개한 대구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군기지 이전 방안'을 담은 편지를 띄워 눈길을 끌고 있다.

박형룡(45) 후보
박형룡(45) 후보
6.2지방선거 대구 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박형룡(45) 후보는 "전 테러리스트, 현 대구 남구청장후보가 평화의 마음으로 미군최고통수권자 오바마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5월 25일 미국 백악관에 영문 편지를 띄웠다.

박형룡 후보는 이 편지에서 "저는 22년 전인 1988년, 한국의 대구시에 있는 미문화원에 '광주학살 배후세력, 독재지원 내정간섭 미국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2명의 일행과 함께 사제폭발물을 투척해 감옥 살았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제 자신은 저를 민주화, 자주화운동가라고 하지만 귀국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폭발물 투척에 따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아직도 분노의 함성...미군기지, 있어야 할 이유 없다"

박 후보는 초등학생 시절 대구 남구에 있는 미군기지(캠프워크)에서 뛰어놀던 기억과, 대학시절 광주학살과 독재지원에 대한 분노로 폭발물을 던졌던 기억을 적은 뒤 "그러나, 대구시 남구는 여전히 미군에 대한 분노의 함성이 맴돌고 있다"며 "미군기지 때문에 가슴 앓는 남구 주민들에게 혹시나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을까 싶어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오바마대통령께 편지를 보낸다"고 편지 이유를 밝혔다.

특히,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따라 미군기지의 일부분인 H-805헬기장과 A-3비행장 할주로는 2006년까지 반환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것조차 환경오염 조사, 비용 문제 등 한미 간의 이견으로 계속 늦어져 아직까지 구체적인 반환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국방부 등 행정기관에 어떠한 요구를 하여도 미군기지이기 때문에 명쾌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답답한 마음을 적었다.

이어, "대구 남구의 미군기지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IT기술에 바탕한 군사혁명(RMA: revolution of military affair),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의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구의 경제적 실상, 미군기지의 전략적 가치, 남구주민의 미군기지 반대정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미군기지가 남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군기지 이전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미군기지 이전 3단계 방안>

1단계 - 2010년 : 캠프워크 내 헬기장, 활주로 이전
: 이미 합의되어 있는 부지에 대해서는 신속히 반환

2단계 - 2012년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맞추어 골프장 등 유흥시설 반환
: 2012 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국군 주도의 협력방위 체제가 형성되므로
  남구에서도 꼭 필요한 미군시설을 제외하고 골프장을 비롯한 여타의 시설들은 반환

3단계 - 한반도 평화협정체결과 함께 이전 내지 반환
: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북안보환경이 급변하게 되는 바,
  한국의 남쪽 대구에 위치한미군기지는 그 역할이 적어질 것이므로 전부 이전 내지 반환


"평화공원 만들고 서민병원 세울 꿈..."

박 후보는 미군기지가 이전되면 "가난한 남구에 주민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평화공원을 만들고, 인도의 아라빈드병원 같은 서민병원을 세우고, 무공해 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남구를 새롭게 만드는 꿈을 꿔 본다"면서 "미군기지로 인해 병들고 가난해진 남구를 살려보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는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남구청장 선거에 당선되면 남구 주민들의 염원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오바마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세계평화를 사랑하는 오바마대통령에게 우리 남구 주민들의 고통이 담긴, 그리고 희망을 담은 편지보내기 운동을 할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의 최고 통수권자로서 오바마대통령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남구 주민에 대한 평화와 애정의 답변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박형룡 후보는 경북대 총학생회장과 대구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대구경북연합 사무국장, 대구새로운청년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1996년 무소속으로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에, 2008년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선거에 각각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편지 전문)

남구청장후보 기호7번 무소속 박형룡사무소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 1동 788-2번지(덕화빌딩 2층)
 ▪전화: 053-626-0301 ▪전송: 053-626-0311

전 테러리스트, 현 대구 남구청장후보가
평화의 마음으로
미군최고통수권자 오바마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먼저, 지난 3월 22일 통과된 ‘100년만의 쾌거’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를 축하드립니다. 주제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통령의 노력에 제3국의 국민으로서 지지와 찬사를 보냅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통령과 건강보험개혁안이 꼭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는 과거 미문화원에 분노의 폭발물을 던졌습니다.

  저는 22년 전인 1988년, 한국의 대구시에 있는 미문화원에 “광주학살 배후세력 미국은 물러가라”, “독재지원, 내정간섭 미국은 물러가라”라고 외치며 2명의 일행과 함께 사제폭발물을 투척하여 감옥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제 자신은 저를 민주화, 자주화운동가라고 하지만 귀국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요.

  대통령께서도 알고 있듯이 1979년 한국에서는 전두환, 노태우씨를 비롯한 일부의 군인들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켰고 1980년 집권을 위하여 광주시에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광주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간첩과 폭도들의 난동으로 조작하여 대거 학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른 바 ‘광주민주화운동’입니다.

  당시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 전시작전통제권 모두가 미국의 군대에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공수부대를 비롯한 모든 군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으므로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벌인 엄청난 살육전을 귀군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기에 군부쿠데타와 광주학살을 미국이 사주했거나 묵인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1982년부터 한국의 애국적인 젊은이들은 미문화원 방화 및 점거 사건을 전개하였던 것입니다.

  어릴 적 미국은 저에게 축복과 은혜의 나라였습니다. 미군기지가 있는 대구 남구에 살았기에 초등학생 시절, 미국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면 친구들과 캠프워크에 놀러가서 즐겼던 추억이 있습니다. 영내에서 벌어지던 행사들은 저의 어린 시절 뇌리에 깊은 추억과 신비로움으로 아로새겨 졌습니다. 독립기념일에 쏘던 폭죽은 ‘부러움의 폭죽’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시절, 저의 조국 한국을 사랑할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뜨거울수록 독재자들과 미국에 대한 분노심이 커져 갔고 남구의 미군기지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알게 되었기에 광주학살과 독재지원에 대한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분노의 폭발물’을 투척했던 것입니다.

대구시 남구, 여전히 미군에 대한 분노의 함성이 맴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민주정부가 들어섬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관계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오바마대통령이 당선된 후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군사적인 문제에서도 1994년 귀국이 가지고 있던 평시작전통제권은 환수 되었고 전시작전통제권도 2012년 환수 받게 되어 군사적인 면에서도 불균형은 점차 시정되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여깁니다. 저 역시 국회의원(국방위원회) 정책보좌관 시절, 국방 전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한미군사관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미관계가 발전적으로 변함에 따라 요즘에는 “독재지원하는 미국을 몰아내자”라는 주장도 미군시설에 폭발물을 던지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미군에 대한 원성과 분노가 아직 그대로 맴도는 곳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 곳 중의 한 곳이 대구에서도 미군기지가 있는 남구, 바로 제 고향입니다.

  존경하는 오바마 대통령님,

  미국 내 기지의 경우 민간인 지역과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대구 남구의 미군기지는 미군기지가 들어서던 60년 전에는 외곽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가장 핵심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 남구에는 17만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시가지의 1/10인 약 101만㎡가 미군기지입니다.

*캠프워크(71만 3천㎡)‐ A‐3 비행장, 골프장, 가족숙소, 민간차량대기소, 주유소, 학교, 장교 및 사병클럽
*캠프헨리(24만 1천㎡)‐ 후방기지사령부, 대구지구 사령부, 군 수송부 등의 시설물
*캠프조지(6만 3천㎡)‐장교숙소와 체육시설 등

  미군기지로 인해 대구 남구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고 재정자립도는 대구에서 꼴찌입니다. 2009년을 기준, 한국 247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가 53.6%인데 비해 대구 남구는 17.5%에 불과합니다.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세수 결함은 연간 80억에 달합니다. 얼마지 않아 대구 남구는 부족재정을 채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도시계획도 군부대를 피해 기형적으로 수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도로(3차 순환도로 등) 미개설로 인한 교통체증도 극심합니다.

  주민들의 피해 또한 60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택가의 캠프워크 골프장으로 인한 피해, 헬기소음, 헬기추락사고, 분진, 기름유출사고, 폐수방류 등으로 주민들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개발제한구역이나 비행안전고도구역 등으로 묶여 있어 개발 자체가 봉쇄되어 있음에도 2009년 말 한국 국방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치로 재산권을 침해 받는 주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미군에 대한 감정이 날로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남구를 사랑하기에 오바마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의해 기지의 일부분인 H‐805헬기장과 A‐3비행장 할주로는 2006년까지 반환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이것조차 환경오염 조사, 비용 문제 등 한미 간의 이견으로 계속 늦어져 2010년 3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반환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등 행정기관에 어떠한 요구를 하여도 미군기지이기 때문에 명쾌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미군기지 때문에 가슴 앓는 남구 주민들에게 혹시나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을까 싶어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오바마대통령께 편지를 보냅니다. 미군기지로 인해 병들고 가난해진 남구를 살려보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는 마음을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당선될 경우, 남구 주민들의 염원을 구체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면담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선거 이전이라도 미군기지에 대해 의견을 전달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구 남구의 미군기지 이전 3단계 안과 주민들의 뜻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대구 남구 미군기지의 전략적 필요성 유무에 대해 대화할 기회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미국의 2010년도의 4개년국방검토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에 따를 경우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2012년에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전환하면 한국영토에서의 연합방위는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60년 전 설치되었던 대구 남구의 미군기지의 역할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합니다.

  대구 남구의 미군기지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IT기술에 바탕한 군사혁명(RMA: revolution of military affair),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의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못하고 있습니다. 남구의 경제적 실상, 미군기지의 전략적 가치, 남구주민의 미군기지 반대정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미군기지가 남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저와 남구 주민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제대로 살기 위해서 주한미군사령부, 미 국방성, 백악관 등 모든 통로를 통하여 대구 남구 미군기지 이전의 당위성을 알리고 촉구해 나갈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미국과 미국국민, 세계평화를 사랑하듯이 저 역시 제 고향 남구를 사랑합니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의 최고 통수권자로서 오바마대통령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남구 주민에 대한 평화와 애정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주민들은 세계평화를 사랑하는 오바마대통령에게 우리 남구 주민들의 고통이 담긴 그리고 희망을 담은 편지보내기 운동을 할 것입니다. 남구 주민들의 분노와 원망이 평화와 희망으로 꽃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가난한 남구에 주민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평화공원을 만들고 인도의 아라빈드병원 같은 서민병원을 세우고 무공해 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남구를 새롭게 만드는 꿈을 꿔 봅니다.
다시 한 번 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안 통과를 축하 드리며 대구 남구에 아라빈드병원 같은 병원을 건설하고자 하는 저의 꿈을 오바마대통령께서도 같이 한 번 꿈 꿔 주셨으면 합니다.

<미군기지 이전 3단계 방안>
1단계 - 2010년 : 캠프워크 내 헬기장, 활주로 이전
이미 합의되어 있는 부지에 대해서는 신속히 반환

2단계 - 2012년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맞추어 골프장 등 유흥시설 반환
2012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국군 주도의 협력방위 체제가 형성되므로 남구에서도 꼭 필요한 미군시설을 제외하고 골프장을 비롯한 여타의 시설들은 반환

3단계 - 한반도 평화협정체결과 함께 이전 내지 반환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북안보환경이 급변하게 되는 바 한국의 남쪽 대구에 위치한미군기지는 그 역할이 적어질 것이므로 전부 이전 내지 반환

2010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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