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연금'이 처음 지급된 7월 30일, 그러나 대구지역 장애인들은 이날 '장애인연금 반납.포기'를 선언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와 중증장애인 30여명은 장애인연금 최초지급일인 7월 30일 오전 국민연금관리공단 대구지사 앞에서 '장애인연금 반납.포기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인연금을 신청하기위해 필수적인 '장애등급심사'가 문제였다. 뇌병변.지적 장애인 이상국(28)씨는 최근 장애인연금신청을 위해 받게 된 장애등급심사에서 기존 1급이었던 장애등급이 2급으로 떨어져 1급 이상만 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는 받지 못하게 됐다. 현재 이씨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의의신청을 낸 상태다.
이러한 피해사례는 이씨 뿐 만 아니다. 지적2급 장애인 하모씨(대구.여.25세)도 장애인연금 신청을 위해 장애등급심사를 다시 받았으나, 변경된 장애등급기준에 의해 지적2급에서 3급으로 하락됐다. 또, 자폐 1급 장애인 안모씨(대구.여.22세)도 장애등급심사 결과 1급에서 2급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안씨는 최근 이의신청을 통해 1급으로 조정됐다.
이상국씨의 어머니 김금자(62)씨는 피해자발언을 통해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될까 신청한 장애인연금 때문에 오히려 그동안 받아오던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에 혼자 둬야 하는 아들에게 활동보조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이런 아들을 두고 부모는 편히 눈도 못 감는다"며 "장애인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씨와 장차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날 지급받은 장애인연금 9만원을 동전으로 바꿔 자루에 쏟아 붓는 장애인연금 반납.포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리고, 자루에 담긴 동전을 국민연금관리공단측에 전달했다.
장차연 조민제 사무국장은 "이상국씨의 사례처럼 장애등급 하락으로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장애인들이 연금을 신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장애수당을 고작 2만원 올려주고 장애인연금이라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피해자발언이 끝난 뒤 장애인들의 장애인연금 반납.포기 선언이 이어졌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하형석씨는 "이상국씨가 겪고 있는 일이 앞으로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니 눈 앞이 캄캄하다"며 "사람을 등급으로만 판단해 연금을 지급하는 장애인연금제도를 이 자리에서 포기.반납한다"고 선언했다.
장차연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전 세계에서 장애등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며 "일본에서조차 장애인들에게 매달 약 8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작 월 9만원의 연금으로 장애인의 생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장애인복지는 필요한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씨와 장차연관계자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 김은경 대구지사장과 면담을 가졌다.
장차연 조민제 사무국장은 "국민연금관리공단도 이상국씨에게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장애등급을 하락시킨 것은 모순"이라며 "단순히 의사의 소견과 진단서만으로 장애등급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차연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이상국씨가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장애등급을 1급으로 다시 올려줄 것"과 "장애인의 상태를 직접보고 판단할 수 있는 대면심사제도를 시행 할 것", "장애연금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자로서 장애인들의 이러한 의견과 고충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은경 대구지사장은 이에 대해 "단순히 진단서와 소견서만이 아닌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장애기준표와 수정바델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애등급판정이 이루어진다"며 "재심사 결과를 장담 할 순 없지만, 공단 측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