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맨 몸뚱이, 울지 말고 투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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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현 / 구미 KEC 농성투쟁 중 분신하신 김준일 지부장을 생각하며


불에 탄 맨 몸뚱이, 울지 말고 투쟁하라!!
- 구미 KEC 농성투쟁 중 분신하신 김준일 지부장을 생각하며


                                                                신경현 (시인.  성서공단노동조합 선전부장)

이것은 시가 아니다, 더 이상
시가 될 수 없는 시
체제가 거부하고
세상이 외면하는  
낡고 낡은 불온의 냄새가 묻어나는
손가락 잘라먹은 프레스의 얼굴이 떠오르는
살기 위해 죽을 만큼 일해야
겨우 살만큼의 밥을 보장하는
임금 노동자가 보이는
쫓겨난 공장 앞,
플랭카드와 피켓을 들고 서성이는 노동자가 보이는
시가 될 수 없는 시
이것은 시가 아니다, 더 이상

불에 탄 맨 몸뚱이, 울지 말고 투쟁하라!!

이것은 경찰이 아니다, 더 이상
쫓겨난 노동자들
쫓겨나 갈 곳이라곤 공장 밖에 없는 노동자들
공장으로 들어가지도
일을 하지도 못하고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노동자들
용역깡패의 폭력은 늘 관대하게 처리하고     
노동자들의 공장진입 투쟁은 늘 폭력적으로 막아서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노동자들을 내리찍는
몽둥이와 군화발과 방패의 완벽한 하모니를 열창하는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공공연히 공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본에 충성을 외치는
자본의 영원한 파수꾼
이것은 경찰이 아니다, 더 이상

불에 탄 맨 몸뚱이, 울지 말고 투쟁하라!!

이것은 국가가 아니다, 더 이상
가난 앞에서
쫓겨날 일도
억울하게 줄을 일도 없는
가난을 생산하고 생산된 가난을 되팔아 장사를 하는
매번 강요당하는 이별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거나
고주망태로 마신 지난 밤
쓰린 속을 달래며
허한 아침, 술국 한 그릇 마실 뿐인
더듬어 봐도 멈추질 않고 흐르는 상처뿐인 노동자들을
단 한번도 지켜줄 생각 없었던
자랑스런 국가는
단 한번도 보듬어 준 적 없었던
위대한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불에 탄 맨 몽뚱이, 울지 말고 투쟁하라!!

 
 

이것은 마침내 시가 아니다, 더 이상
날아가서 
견고하게 들어선
저들만의 안락과 평온을 깨트리는 
부딪혀서 
완벽하게 안정된
저들의 거짓과 협박을 깔아뭉개는
부서져서
치밀하게 짜여진
저들의 질서와 체제를 산산히 부서버리는
눈물과 한숨과 불안을 떨쳐버리는
마지막 울부짖음이다
이것은 마침내 시가 아니다, 더 이상

불에 탄 맨 몸뚱이, 울지 말고 투쟁하라!!   


[기고] 신경현 / 시인.  성서공단노동조합 선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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