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만 해도 생활비에서 40% 가까이 되요. 겨울 석 달간은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야죠."
중학생 두 자녀와 함께 사는 신모(48.여.북구 읍내동)씨는 요즘 난방비 걱정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전날까지 대구지역에 20년만의 강추위가 몰아친 데다 매년 기름 값도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동사무소의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해 매달 80만원가량 버는 것이 전부인 신씨의 집은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해결한다. 거실 겸 부엌과 방 두 칸이 딸린 1층 주택에서 아침저녁으로 각각 한번 씩만 보일러를 사용하는데도 매달 기름 값이 30만원가량 든다.
신씨는 "작년엔 20만원정도면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는데, 올해는 기름 값이 많이 올라 30만원정도 든다"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20년만의 강추위와 계속 된 기름 값 인상으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정의 겨울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공개사이트 오피넷의 유가통계를 보면 2009년 12월 5주 1L당 1,018원이던 실내등유 주유소 판매가격이 올해 1월 2주 1,191원으로 173원이 인상됐다. 1년여 동안 200L들이 실내등유 한 드럼 당 약 34,600원가량 인상 된 것이다.
방 세 칸짜리 한옥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사는 정모(여.49.북구 고성동)씨의 집도 기름보일러를 사용한다. 정씨는 "작년 초 21만원하던 실내등유 한 드럼이 최근 24만원까지 올랐다"며 "1년 전엔 30만원정도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한 달에 난방비가 40만원정도 든다"고 밝혔다.
중구 동인동에 사는 한 할머니도 "작년 이맘 때 한 드럼에 21만원 하던 게 올해 24만원까지 올랐다"며 "그래도 우리 집은 방이 작아서 다른 집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동에 사는 한 세탁소 주인은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 보일러가 동파될까봐 이불로 덮어뒀다"며 "추운 날씨에 기름 값까지 올라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구청, 저소득층 난방 실태조차 몰라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중구와 북구 관내 저소득층가구 중 연탄보일러 사용가구에 비해 기름보일러 사용가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 지자체와 민간차원의 난방지원은 '연탄'에만 쏠려, 실제 난방비가 더 많이 드는 기름보일러사용 저소득층가구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다. 게다가 저소득층 난방사용실태 조차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북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정국철 생활보장담당은 "대구시에서 1월21일까지 저소득층가정의 보일러 사용실태를 전수조사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아직 각 동사무소마다 조사가 끝나지 않아 현재 24개동 가운데 파악된 곳은 9개동 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정명희씨도 "각 동사무소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보고 된 곳이 현재 3개동 밖에 없다"며 "이번 주 안으로 조사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구는 남산1동과 남산4동, 동인1.2.4가동의 저소득층 950가구 가운데 기름보일러 사용가구가 639가구인 반면, 연탄보일러 사용가구는 7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41가구 중 도시가스사용 92가구, 전기난방사용 136가구, 기타 13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구는 연탄과 기름보일러 사용가정에 비해 도시가스 사용가구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완료된 9개동 저소득층 5,710가구 가운데 도시가스 사용가구가 4,494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16가구 가운데 기름보일러사용은 998가구, 연탄보일러사용 87가구, 전기난방사용 55가구와 기타 76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가스 사용가구의 대부분은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며, 기름보일러 사용가구는 단독주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단독주택 거주민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 난방지원, '연탄'에만 집중
이처럼 연탄보일러 사용가구에 비해 기름보일러 사용가구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저소득층 난방지원은 '연탄'에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는 '따뜻한 중구 만들기' 사업으로 2010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저소득층 751가구에 연탄을 지급했으나,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에 대한 구청의 지원은 없었다. 대신 지난해 말 민간단체 두 곳에서 저소득층 205가구에 실내등유 100L씩을 지원했다.
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박길숙씨는 "'따뜻한 중구 만들기'사업은 주로 연탄보일러 사용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현재 기름보일러사용 저소득층가구에 대한 구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신, 동사무소에서 추천한 저소득층 220가구에 매달 난방비 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 '광해사업단'의 '연탄쿠폰사업'으로 지난해 말 저소득층 370가구에 각각 16만9천원상당의 연탄쿠폰을 지급했다. 또 북구청 공무원노조와 공무원봉사단 등 공무원단체에서 각 가정별로 200장씩 저소득층 77가구에 총 15,400장을 지원했다. 또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본부'에서 대구시 전역의 저소득층가구에 꾸준히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었다.
북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정국철 계장은 "구청 공무원과 민간차원의 연탄지원은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에 대한 지원은 아직 없다"며 "다만, 국제유가가 폭등했던 2008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기초생활수급가정 8,238가구에 매달 유가보조금으로 2만원씩 지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저소득층 전부에게 난방비를 지원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든다"며 "구청 차원에서 지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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