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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논란 외면하는 지역신문,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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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 '감사관' / 서문시장 재건축 비리 / '종편' 논란과 지역신문


지난해 방송된 KBS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늪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데요. 재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을 이 잡듯 뒤져 체크하고, 블로그, 카페 등 사이버공간에 기록된 각 인물어록을 빠지지 않고 메모합니다. 또한 명품 대사를 만들었던 공자와 제자 간에 ‘빡세게 토론한 기록’ <논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고, <조선왕조실록>, <책만 읽는 바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유생들의 나날>등 당시 시대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아니 해당 인물 중 누구에겐가 몰입하기 위해 관련 책들에 푹 빠져있습니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그 중 가랑(佳郞) 이선준 인물로 빙의해, 그가 읊었던 각종 대사들, 주요 현안에 대한 그의 명석한 해법 및 분석능력을 빌어 오늘 세상과 연계시켜보고, 학인이자 정치가로써 자신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죽을 만큼 애쓰는 그를 조금이라도 흉내 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노론의 수장 이정무의 그늘과 영향력 아래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원리주의자’로 살게끔 만든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흔들릴때마다 지탱해준 힘이 무엇이었는지도 끊임없이 찾아보고 있는데요.

'학인․정치인으로서 원칙' 위해 죽을 만큼 애쓰는 '이선준'

물론 자신의 오류에 대해선 처절하게 반성도 합니다. 드라마 속 대사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등에서 기록된 것을 보면 ‘글 읽는 선비라 기개는 드높지만, 백성의 삶을 살피는데 어두운 자가 관원이 된다면 그는 선무당’이란 말에 공감하고 ‘다수의 선량한 백성을 위하여 법은 엄격하게 집행되어야 하지만, 당장 입에 풀질하는 문제(서민들의 문제)는 배제한 채 하는 말은 공염불’이라며 윤희와 벌인 논쟁에서 윤희 편의 의견을 수용하게 되죠.

즉 잘금 4인방으로 어울려 다니며 ‘백성의 삶’을 배제한 법과 원칙의 한계, 글과 두뇌로만 생각했던 스스로의 오류를 깨닫고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보다 풍부하게 보완해나가는데요.    

이런 관점으로 2011년 1월 지역신문을 살펴보았습니다. 청와대를 둘러싼 정치권이 시끄러웠던 이슈들이 유사한 형태로 지역사회에 나타나고 있지만, 언론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원칙, 즉 ‘권력의 오류에 대한 비판’은 꽤나 느슨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현안에 대해 지역언론의 행보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누가 뭐래도 언론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즉 선출직 공직자, 고위공직자, 비리게이트 등에 대해 언론의 감시와 비판일텐데요. 이 부분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공직자 오류․토착형 비리' 외면하는 '지역신문'


1. 정동기 감사관 내정자 사태 축소판 '경북도교육청 감사담당관 임명'

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채 스스로 사퇴할 수 밖에 없었던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인물이 헌법적 독립기관인 감사원장(?)= 무모한 발상’이라는 상식이 작용했었죠. 그런데 유사한 일이 경북도교육청 인사과정에서 나타납니다. 경북도교육감 비서실장이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으로 발령받는데, 지역 언론은 조용했습니다. 아니 몇 군데서 짧게 보도하긴 했지만, 경북도교육청이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는가 봅니다. 그리고 주변의 대부분 지인들도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사회에서 모르게 쉬쉬하면서 스쳐지나간 현안인 것 같습니다.

<한겨레> 2011년 1월 12일자 23면(영남)
<한겨레> 2011년 1월 12일자 23면(영남)

이를 보도한 <한겨레>,<영남일보>, <cbs 노컷뉴스> 등의 뉴스를 종합하면, 감사담당관을 개방직으로 임용하도록 규정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1차 모집을 시작했는데, 적절한 인물이 없어 12월 재공모했다고 합니다. 대학 교수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선발심사위원회’는 8명의 응모자 가운데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정모 변호사를 1순위, 박 비서실장을 2순위로 결정해 도교육청 인사위원회(교육청 내부인사 4명, 외부인사 2명)에 통보했는데요. 인사위원회에서는 2순위였던 박 모씨를 감사담당관으로 추천했고, 지난 14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박 비서실장을 감사담당관으로 임용을 결정했습니다. 

도교육청 인사위원회는 하루 아침에 같은 식구(경북도 교육감 비서실장)가 ‘감사관’이 되어서 교육감의 업무와 활동 등을 조사, 점검, 확인, 분석, 검증하고 그 결과를 ‘독립적’으로 처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7조(감사기구의 독립성 보장)에 의하면 “중앙행정기관 등의 감사기구의 장은 자체감사활동에서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까요?

2. '함바 비리' 축소판 '서문시장 재건축' 비리

‘건설노동자’의 밥값을 아니 간을 떼서 조성된 비자금이 함바집(건설현장 임시식당)운영권 뿐만 아니라 각종 건설민원을 포함한 인사청탁의 뒷돈이 되었다는, ‘치사한 인간들’의 ‘몰상식한 행태’에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권력의 뒷배와 검은돈이 얽혀 돌아가는 전형적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하고, 검찰의 수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규모는 다르지만 유사한  형태의 ‘비리사건’이 대구에서도 있습니다.

대구지방검찰청 보도자료(2011.1.13)
대구지방검찰청 보도자료(2011.1.13)

대구지방검찰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서문시장 상인연합회 비리사건 수사결과/상인연합회회장, 전직 공무원, 기자 등 총 10명 구속, 4명 불구속>에 따르면 “△ 서문시장2지구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시공사, 설비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상인연합회장과 임원,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 직원 및 브로커 등 5명을 배임수재,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기소, 3명을 불구속기소하고, △ 서문시장 아케이드 설치공사와 관련하여 공사업자로부터 수억원을 수수한 상인연합회 임원 및 동인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전 대구 중구청 행정지원국장 등 3명을 구속기소, 1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상인연합회 비리 관련 기사를 인터넷뉴스에 올린 후 이를 내려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기자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합니다.

복잡한데요. 2005년 12월 서문시장 2지구 화재 후 재건축을 위한 시장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검은 돈을 받은 상인연합회, 아케이트 공사와 관련해 검은돈을 받은 상인연합회와 공무원, 이들간에 로비와 사전 담합으로 시공사 선정에 ‘공개입찰은 무력화’되었고, 이 과정에 시공사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지역 유력일간지, 전 대구경북기자협회장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담합, 비리사실을 인터넷 뉴스에 보도한 다음 이를 내려주는 댓가로 검은 돈을 받은 언론사 기자도 있었습니다.

서문시장 재건축 로비를 통한 사전담합으로 인해 공사금액이 원래 예정보다 높게 책정,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 즉 시장상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함바 비리’에서 건설노동자의 밥값을 떼서 ‘검은 돈’이 형성된 것과 마찬가지로, ‘언론인, 상인연합회, 건설회사, 공무원, 브로커’들의 짬짜미로 인한 피해는 상인들들 몫이니 이 두사건의 맥은 통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문제 역시 지역언론에서는 ‘쉬쉬’하고 있습니다. 지역유력일간지 기자(물론 이 기자는 해당 언론사에서 퇴직상태)와 인터넷신문 기자가 연계되어 ‘동종업체 침묵의 카르텔’ 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청목회’ ‘함바 비리’등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치사한 비리’유형은 중앙정치권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도 나타나고 있지만, 이상하게 지역언론의 관심은 냉답합니다.

'종합편성채널 논란' 외면한 '지역신문'

2010년 12월 31일 발표된 종합편성채널. 일명 조중동매연(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연합뉴스)들의 안하무인격 행태에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추가 특혜를 요구하고, 광고시장 확대를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고,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등.

<경향신문> 2011년 1월 4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
<경향신문> 2011년 1월 4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

연초부터 불거진 종편 사업자의 요구가 타당한지, 법제도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방송생태의 황폐화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지역언론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역신문-종합편성 채널 MOU 현황
지역신문-종합편성 채널 MOU 현황

그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종합편성채널사업자들과 지역신문은 각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종합편성사업자들이 잘 되는 것이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지역신문에게는 떡고물이기 때문에, 즉 논란이 되는 현안이 결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이득이 없기 때문에 그냥 쉬쉬하며 조용히 묻어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 생존을 위해서는 법제도적 원칙도 사회의 공공선도 언론의 힘으로 정치권을 압박하는 부당한 행위도 모두 모두 눈감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2011년 1월 지역언론 행보를 보면 노론 수장 아버지의 그늘을 버리고 학인과 정치인으로써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이선준 보다는, 병조판서인 아버지와 가문의 권세를 믿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쟁취하기 물불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에만 능한 하인수가 생각납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나쁜 남자’가 대세인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원칙 없는, 비인간적인 하인수는 ‘나쁜 남자’의 매력조차 얻지 못했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2011년 올 한해 동안 한국사회 모든 문제와 향후 전망, 서민들의 삶의 질을 정책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치열하게 토론될 것입니다.

매력적인 시기입니다.

이 참에 서민의 삶 만큼이나 팍팍한 지역언론의 현실도 그 토론의 장에 올랐으면 합니다. 지역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그늘에서 자신들만의 혜택(?)에 안주하기 보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죽을 만큼 고생’하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저널리즘 본연의 자세를 지키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봤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신문 생존방안, 이것이 최선입니까?”






[평화뉴스 미디어창 118]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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