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 아닌, 가장 오래된 상처입니다"
삼덕파출소 앞 네거리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자 기다렸다는 듯 보라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횡단보도 한 가운데로 뛰어나와 형형색색의 우산을 펼쳤다. 우산에는 '성구매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한 글자씩 적혀있었다. 이들은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올 무렵 길을 건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걸어갔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구지역 여성단체가 동성로 일대에서 플래쉬몹 형태의 성매매 근절 캠페인을 펼쳤다. 대구여성인권센터 회원 20여명이 참가한 이날 플래쉬몹은 '성매매 없는 세상, 성폭력 없는 세상'을 주제로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플래쉬몹이란 짧은 시간동안 특정 장소에 모여 집단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퍼포먼스의 일종이다.
이들은 '성구매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한 글자씩 적힌 우산을 들고 거리행진을 펼쳤다. 특히, 대구백화점 앞 광장과 삼덕파출소 앞 횡단보도를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짧은 시간동안 우산과 현수막을 펼쳤다 흩어지길 반복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플래쉬몹 캠페인을 기획한 대구여성인권센터 송상민 활동가는 "성매매는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온 가장 오래된 직업이 아닌, 가장 오래된 상처"라며 "근본적으로 성 구매자와 수요가 없어진다면 충분히 근절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플래쉬몹 캠페인은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18차 대구여성대회의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는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여성광장을 비롯한 19개 시민단체가 참여했으며, 오후 3시부터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부스 행사와 기념식을 가진 뒤 오후 6시부터 참가자들과 함께 동성로 일대를 돌며 거리행진을 펼쳤다.
오후 5시에 열린 기념식에는 한 해 동안 지역에서 성평등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단체 또는 개인에게 수여하는 성평등디딤돌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올해 성평등디딤돌상은 지난해 환자식당 외주화로 직장을 잃은 뒤 7개월가량의 장기농성을 통해 고용 승계를 이루어낸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 여성근로자들이 선정됐다. 또, 성평등사회의 걸림돌로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성당새마을금고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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