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라! 4대강! 멈춰라 토건삽질!"
"4대강은 자유롭게! 생명은 평화롭게!"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500여명의 간절한 외침 너머로 포크레인은 쉴 틈 없이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올해 첫 전국 생명평화미사가 28일 오후 대구에서 열렸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가 주최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생명평화미사는 '4대강 되찾기'라는 주제로, 천주교 사제와 신자, 지역 정당인과 시민단체회원, 시민을 비롯해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원유원지 강변주차장에서 봉헌됐다.
이날 미사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허연구 원로사제의 주례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조해붕 상임대표 (서울대교구)와 서상진 집행위원장 (수원교구)을 비롯해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 광주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안동교구, 마산교구, 예수회,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사제 53명이 공동 집전했다.
대구대교구에서는 허연구 원로사제와 김영호 사목국장, 권혁시 (경산 용성성당), 박병규 (대구 구암성당), 박용욱 (포항 이동성당), 신종호 (성가요양원 원장), 윤지종 (경주 모화성당), 원유술 (포항 죽도성당), 이강재(구미 고아성당), 이찬우 (국내유학) 신부를 비롯한 사제 10명이 참석했다.
허연구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무분별한 개발로 아름다웠던 금수강산이 똥수강산이 됐다"며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와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4대강 사업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조해붕 상임대표는 "자연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라며 "그 축복을 되살리고 되찾기 위해 공정이 단 1%만 남았다 하더라도 강을 원래의 모습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4대강 살리기'가 아닌 '4대강 되찾기'"라며 "오늘 미사를 기점으로 4대강사업 중단과 함께 강을 되찾는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이날 미사에서 '4대강사업에 대한 입장' 건의문을 통해 "공정률 70%를 넘긴 4대강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국적인 결과가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렀다"며 "홍수 위험이 높아지고 식수의 질이 악화되며 국토는 척박해지고 생명은 위협받게 되는 경고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4대강 개발을 일단 중지하고 생태환경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고,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과 동의를 가로막는 일체의 선동을 중지하고,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가능하도록 4대강 사업에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 공개하며, ▶국회는 현행 친수법을 폐기하고, 하천 유역권의 통합적 관리 틀 안에서 친수구역의 제한적 이용과 활용을 규율하는 대체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미사 중간에 열린 낙동강 생태보고에서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은 "최근 있었던 일본의 대지진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며 "화원유원지 주변을 비롯해 4대강사업으로 죽어가는 강의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경철 사무국장은 "정부가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 보트와 카누를 포함한 생태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다“며 ”찾아오는 철새들을 되레 쫒아내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성습지와 강정습지를 비롯해 강변의 멀쩡한 아름드리나무들을 뽑아 놓고, '다시 나무를 심겠다'고 한다“며 ”위선과 허위를 넘어 사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4대강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허공에 뿌린 돈을 대기업들이 서로 줍겠다며 달려든 꼴"이라며 "돈벌레들의 장난"이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으로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피해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대구경북골재원노조 문수진 사무국장은 "4대강사업에 지역 업체를 참여시키겠다던 정부가 대기업에만 돈을 퍼주게 돼 결국 지역 영세업체들이 문을 닫고, 골재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했다"며 "골재노동자 뿐 아니라 강 주변에 농사를 짓던 농민들까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실업급여를 받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왔는데, 이제는 실업급여마저 끊기게 됐다"며 "생계가 막막해지는 바람에 지난 해 7월부터 2.28기념공원 앞에서 274일 동안 이어온 천막농성도 결국 3월 18일자로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 앞서 도시교육공동체 '곰네들 누리터' 학생들과 대구지역 생활성가 밴드 'F.O.R', 'PAX'의 보컬 장성녕, 이민정씨가 각각 천주교 성가를 부르며, 차분한 분위기에서 미사 장소에 도착하는 참가자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미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주차장부터 전망대까지 걸어가며 공사가 진행 중인 화원유원지 일대 4대강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순례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생명평화미사와 순례를 마친 뒤 천주교 대구대교구 김영호 사목국장 신부와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조해붕 신부를 비롯한 대표 5명은 김연창 대구시 정무부시장과 면담을 갖고, 4대강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4월 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4대 종단(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성직자 생명평화기도회를 갖고, 5월 16일 광주에서 두 번째 전국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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