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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파묻은 미군, 오염 정화비용 지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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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SOFA 환경규정 'KISE' 살펴보니...


주한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경북 칠곡 캠프 캐롤 미군기지에서 실제 고엽제 오염이 확인되더라도 불합리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에 미국 측이 오염 치유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정부는 사건이 알려진 19일 SOFA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주한미군 측에 고엽제 매립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20일 환경부는 캠프 캐롤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고, 기지 외부를 버스로 돌며 실개천 3~4곳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준에 그쳤다. 문제의 캠프 캐럴 기지내부에 국방부.환경부 관계자가 미8군 관계자와 함께 '답사'차 들어간 것은 지난 21일이었다.

정부는 22일 미8군 측과 공동조사를 조속히 진행하고 23일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공동조사단 구성과 조사 범위를 놓고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은 "우리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캠프 캐럴 주변의 한국과 미국 국민에게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올바른 순서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조사가 실제 이루어져 오염이 확인되더라도 SOFA의 환경관련 규정 때문에 미국 측이 오염 치유비용을 지불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지난 2003년 용산기지 반환협정 당시 SOFA 규정에 들어간 KISE(Known Imminent &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규정 때문이다. KISE란 미국 환경법에서 나오는 개념으로 글자 그대로 '밝혀진'(Known) '급박한'(Imminent)하고 '실질적으로'(Substantial) '인체에 유해한'(Endangerments to human health) 오염에 대해서만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SOFA 환경조항은 한국의 환경관련 법률을 존중하기로 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SOFA 합의의사록 제3조 2항에는 "미국정부는 한국정부의 환경관련 법령과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SOFA의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양해 각서'에는 "주한미군은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KISE)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후 주한미군 측은 그동안 기지를 반환하면서 확인된 오염이 모두 KISE 기준 이하라고 주장해 왔다. 참여정부에서 환경부가 KISE의 오염물질 기준과 미군 측이 실시한 환경오염 조사 보고서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고, 정부는 아직까지도 KISE의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오염이 안됐다고 주장하면, 안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한국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반환된 23개 주한미군 기지는 환경오염 치유없이 반환됐고, 정부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오염 정화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를 비롯해 지난해 1월 반환된 7개 미군기지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처리됐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민중의 소리] 2011년 5월 23일 조태근 기자 (민중의 소리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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