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심, 내년 총선서 일낼까? 이 심상찮은…

유지웅 평화뉴스 편집장
  • 입력 2011.06.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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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서문시장 상인 "다음에는 한나라당이 긴장 쫌 해야 될끼라"


초여름 기온이 섭씨 31도까지 올라간 6월 17일 낮,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최근 당사를 옮긴 대구시당 ‘개소식’에 앞서 “오시는 김에 민생도 살필 겸”이라고 당직자는 귀띔했다.  유력 정치인들에게 대구 ‘서문시장’은 단골집이나 마찬가지다. ‘전통시장’을 챙기는 모습에 ‘서민적’ 이미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한 시간 남짓 시장 곳곳을 돌며 옷 가게에서 파란색 점퍼를, 노점에서는 순대와 참외, 수박을 샀고 포장마차에서는 수제비를 먹었다. “인사 좀 받고 가세요”라며 지나치는 시민들에게도 일일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곁에는 30여명의 당직자와 기자들이 따라다녔다. 손 대표는 “상인들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뜻은 민주당이 잘하면 뒷받침 해주시겠다는 것”이라며 만족스러운 듯 ‘민생탐방’ 소감을 말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열세’지역으로 꼽히는 ‘대구’ 민심에 대한 기대 섞인 말이었다. 손 대표는 “민심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서문시장 골목 안에서 '야권대통합'에 대해 말하고 있다(2011.6.17 서문시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서문시장 골목 안에서 '야권대통합'에 대해 말하고 있다(2011.6.17 서문시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는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 12곳 모두 ‘한나라당’이며, 대구시장을 비롯해 8개 구.군 가운데 6곳의 단체장이 6.2지방선거 때 푸른색 점퍼를 입고 다녔다. 대구시의원 ‘지역구’ 당선자도 야권에는 1명도 없다. 올 4.27재보선 역시 ‘구의원’ 4명 모두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이런 대구를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언론은 무슨 상징처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손 대표의 말처럼 “민심의 변화”가 대구에도 엿보이고 있다.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손 대표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다음에는 한나라당이 긴장 쫌 해야 될끼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인자는 어느 당이라고 그냥 마음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은 “모르겠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표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4.27재보선 때도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결과는 4대 0 ‘싹쓸이’였지만 속내를 보면 예전과 좀 다르다. 한나라당 이해봉 국회의원이 내리 4선을 한 ‘달서구 마’ 선거구에서 민노당 후보가 28.99%의 득표를 했다. 3명 중 꼴찌였지만 당선된 한나라당 후보(39.19%)와 차이는 10.2%였다. 그 차이는 야권에 특별했다. 대구에서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차이가 10%정도 밖에 나지 않는데 따른 기대였다. 물론, 당시 민노당 후보는 ‘야5당 단일후보’였다. 영남일보는 선거 다음 날(4.28) 1면에 <한나라당 텃밭이 없어졌다 / TK도 ‘反한나라당 정서’ 휘몰아칠 가능성>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여론조사도 이례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시사저널> 조사(5.28-29)에서 ‘내년 4월 총선’ 물음에 “야당 후보” 응답이 48.5%로 “여당 후보”(39.9%)보다 높았다. 오차범위(±4.4%p)를 넘지는 못했으나, 대구에서 야당이 여당보다 더 높은 여론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리서치뷰> 조사(5.26-28)에서도 ‘내년 총선’에 대해 대구는 “야권단일후보” 45.2%, “한나라당” 33.9%로 오차범위(±3.1%p)이상 높았다. 리서치뷰는 “4.27재보선 이후 변화된 민심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해 6.2지방선거 때는 기초의원 ‘범야권단일후보’ 16명 가운데 10명이 당선되기도 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각각 2명씩 배지를 달았다. 4년 전에는 102명의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99명이 한나라당 간판이었다.

언론도 ‘대구 변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뒤 대구의 매일신문은 <대선마다 70-80% 영남 몰표, 이젠 그만...>(4.7, 3면), 영남일보는 <쉽게 단 금배지...’정치약골’된 TK의원 / 비경쟁적 일당 독식구조...중앙무대서 놀림감>(4.15,1면)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실제로 변화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얼마 전 대구 야5당 사무처장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내년 총선 구도를 그려봤다. 물론 ‘야5당 단일후보’를 전제로 한 대진표였으나 “한 곳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4년 전보다는 여론이 좋지만, 여론의 우위와 실제 지역구 당선 가능성은 다르다는 의견들이었다.

손학규 대표는 서문시장에서 “민심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저희가, 민주당이 잘 해야죠”라는 말을 서 너번 되풀이했다. 4.27재보선이 끝난 뒤 민노당은 “야권연대 가능성은 확인했으나 한나라당을 심판할 준비가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우리의 준비”가 관건이라는 말들이다. 대구에서 ‘야권’ 기초의원 10명을 배출한 민선 5기가 7월이면 출범 1년을 맞는다. 2012년 총선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총선이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별로 없다. 대구의 변화는 가능할까?
 







 유지웅 / 평화뉴스 대표 겸 편집장

[미디어오늘] 미디어현장 2011.06.22  14:13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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