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 남짓, 창고 같은 탈의실에서 200여명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병원 간병인.요양보호사 "식사도 휴식도 이 곳에서...근로환경, 임금 개선" 촉구

 

-"탈의실이 아니라 창고 같은데, 이 좁은 공간에서 200명이 옷을 갈아입는다고요?"
="네, 여기서 돌아가며 밥도 먹어요"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의 간병인 탈의실, 3평 남짓 돼 보이는 비좁은 공간에 옷과 가방이 담긴 종이상자가 어지럽게 쌓여있다. 이 공간에서 200여명의 간병인이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을 취한다. 탈의실을 둘러본 한 시민단체 회원이 "이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옷을 갈아입느냐"고 묻자 한 간병인은 "돌아가면서 식사도 하고 잠깐씩 쉬기도 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의 간병인 탈의실. 옷과 가방을 비롯한 개인물품이 담긴 종이상자들이 탈의실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3평 남짓 돼 보이는 이 공간에서 200여명의 간병인들이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2011.06.23)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의 간병인 탈의실. 옷과 가방을 비롯한 개인물품이 담긴 종이상자들이 탈의실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3평 남짓 돼 보이는 이 공간에서 200여명의 간병인들이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2011.06.23)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 인권운동연대를 비롯한 대구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경북대병원 1층 로비에서 '대구지역 2011 따끈따끈 캠페인단' 발족식을 갖고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2011 따끈따끈 캠페인'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에게 따뜻한 대우를 해준다면 환자에게 더욱 따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지난 3월과 4월 서울과 충북 지역에서 각각 먼저 시작됐다. 캠페인단은 '간병.요양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근로기준법을, 환자와 노인에게 따뜻한 돌봄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 한 해 동안 ▶간병인, 요양보호사 근로기준법 적용,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간병인 병원 직접고용,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 재개정을 꾸준히 요구할 계획이다. 

대구지역 17개 단체로 구성된 '2011 따끈따끈 캠페인단' 회원 50여명은 경북대병원 1층 로비에서 발족식을 갖고 ▶간병인, 요양보호사 근로기준법 적용,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간병인 병원 직접고용,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 재개정을 촉구했다 (2011.06.23)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지역 17개 단체로 구성된 '2011 따끈따끈 캠페인단' 회원 50여명은 경북대병원 1층 로비에서 발족식을 갖고 ▶간병인, 요양보호사 근로기준법 적용,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간병인 병원 직접고용,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 재개정을 촉구했다 (2011.06.23) / 사진.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2010년 6월 기준 전국 간병인 수는 24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22만명가량이 유.무료직업소개소를 통해 환자와 1:1계약을 맺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특수고용형태로 분류돼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간병인 94%, 주 144시간 근무, 임금 150만원 미만
 
현재 간병료는 24시간 기준 일반환자 55,000원, 중증환자 65,000원으로 책정되 있다. 이는 식대와 교통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단순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4,320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시급 2,292원~2,708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9년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와 병원노동자희망터의 자료에 따르면 24시간, 주6일 근무기준 월 평균 150만원 이상 임금을 받는 간병인은 6%,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 39.8%,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은 54.2%로 조사됐다. 94%의 간병인이 주당 144시간씩 일을 하고도 월 평균 150만원도 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간병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 / 병원노동자희망터, 2009) / 자료.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간병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 / 병원노동자희망터, 2009) / 자료.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근로여건도 열악하다. 24시간 주 6일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탈의실과 휴게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6개 대형병원 가운데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 4군데 병원에만 탈의실이 있으며, 휴게실의 경우 6곳 모두 없는 상태다.

근무환경 개선, '식사공간 및 식사시간 (48%)' 가장 원해 

점심식사의 경우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이 제공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각각 1,200원과 2,800원, 2,600원, 2,500원의 식대를 내야 한다. 공공노조 의료연대 이정현 대구지부장은 "간병인 대부분이 식대가 부담돼 집에서 얼린 밥을 싸와 탈의실이나 배선실 구석에서 식사를 한다"며 "따뜻한 간병서비스를 위해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와 앉아서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서 간병노동자들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식사공간 및 식사시간' (48%)을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탈의실(21%)과 휴식시간 보장(16%), 휴게실(9%), 샤워실(2%)이 뒤를 이었다.

간병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 / 병원노동자희망터, 2009) / 자료.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간병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 / 병원노동자희망터, 2009) / 자료.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사정이 열악한 것은 요양보호사도 마찬가지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격증 취득자 948,221명 가운데 23만여명이 전국 병원과 요양시설, 재가복지시설에 근무하고 있다. 2009년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와 병원노동자희망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교대 시설 요양보호사의 월 평균 입금은 1,232,400원으로 시급으로 계산할 경우 3,950원이다. 또, 요양보호사 61.2%가 24시간 맞교대 근무, 56.4%는 12시간 맞교대, 2.5%는 8시간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62.08%가 월 평균 12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보호사, 포괄임금제 적용, 이동시간 근무 인정 안돼

재가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서비스 제공시간에 따라 월 평균 644.970원에서 969.697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재가 요양보호사 45.45%가 월 평균 60만원 미만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60만원 이상은 21.82%, 80만원 이상 10.91%, 100만원 이상 13.34%, 120만원 이상은 8.48% 였다.

간병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 / 병원노동자희망터, 2009) / 자료.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간병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공공노조 의료연대분과 / 병원노동자희망터, 2009) / 자료.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대다수가 기본급과 법정수당액을 통틀어 임금총액을 확정한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연차수당과 주휴수당, 휴일근무수당, 야간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따로 산정하지 않아 일한 시간만큼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급제인 재가 요양보호사의 경우 대상자의 집과 집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임금사정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 '근로기준법' 적용, 요양보호사 '장기요양보험법' 개정 필요

이에 따라 특수고용형태로 분류되는 간병인들에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환자와 1:1계약형태가 아닌 병원 직접고용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전면 재개정해 일한 시간만큼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캠페인단의 주장이다.

공공노조 의료연대 이정현 대구지부장은 "간병인들이 꽤 오래 동안 실제 노동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령처럼 지내왔다"며 "더 이상 유령으로 존재하는 노동자가 아닌,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공공노조 의료연대 이정현 대구지부장, 의료연대 대구지부 간병분회 이미숙 대의원, 정성숙 조합원, 발족선언문을 낭독한 산업보건연구회 김은미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공공노조 의료연대 이정현 대구지부장, 의료연대 대구지부 간병분회 이미숙 대의원, 정성숙 조합원, 발족선언문을 낭독한 산업보건연구회 김은미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의료연대 대구지부 간병분회 이미숙 대의원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을 받는데다 밥값도 비싸고, 밥 먹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며 "가장 기본적인 밥 먹을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도 없고 탈의실도 비좁아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실정"이라며 "작은 휴게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질 좋은 케어를 할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숙 조합원은 "환자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들의 근로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며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4대보험을 적용해 저임금과 불안정노동, 산재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오는 7월 21일 두류공원을 비롯한 도심 일대에서 선전전을 갖고 시민들에게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