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와 '박근혜', 언론이 외면한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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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법' 개정 반대한 한나라당 / 박근혜 경주 방문, 공무원 동원 파문


‘중요성과 흥미성’, 매스컴 사전에서 말하는 뉴스가치(News value)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독자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와 어느만큼 흥미를 느끼냐에 따라 뉴스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 모든 특징을 가진 현안이라면 보다 큰 뉴스가 될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독자를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언론에서 선택하는 뉴스가 달라질 것입니다. 주요 독자가 국민 5%에 해당하는 힘 있는 권력층 또는 언론사 주요 광고주일 경우와 정직하게 세금내고 법대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일 경우 뉴스의 방향이 달라지겠죠.

지역언론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아래 두가지 뉴스, 지역언론 데스크에서는 어떤 독자에 무게중심을 둔 것일까요?

영화 '도가니', 정작 청각장애인은 못본다. 

9월 말에 개봉한 영화 ‘도가니’. 최근 ‘도가니 현상’으로 불리며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관객수, 경찰의 재수사 천명, 복지부 장애인시설 인권침해 조사를 비롯해 여야가 입을 모아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합니다.

넘쳐나는 ‘도가니’ 뉴스 속에서 다수 언론이 외면한 사안이 있습니다.

<한국경제> 2011년 9월 30일 28면
<한국경제> 2011년 9월 30일 28면

첫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반대했던 한나라당. 2007년 17대 국회에서 참여정부가 사회복지법인 이사회의 폐쇄적인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었죠. 그들 중 대다수가 아직도 국회의원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텐데, 언론은 이들의 오류를 추적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2011년 9월 30일 6면
<국민일보> 2011년 9월 30일 6면

두 번째, 정작 청각장애인들이 ‘도가니’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지난 30일 한국농아인협회는 <영화 ‘도가니’에 대한 한극자막 확대 상영요청>이라는 논평을 발표합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들은 영화 ‘도가니’ 관람에서 소외받고 있다”며 “‘도가니’는 현재 전국 10여개 스크린에서 매일 1회 내지 2회만 한글자막이 제공되어 정작 영화 ‘도가니’를 보고 싶은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없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도가니’공식 카페에는 <‘도가니’한글자막 상영관(추가확대)>메뉴가 개설되어 있고,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200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반대했던 한나라당 의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입장을 바꾸었는지 궁금하고, 청각장애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자막 상영관 정보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이 두 현안에 언론은 주목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의원 온다고, 공무원 동원한 경주 부시장

9월 28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우병윤 경주시 부시장(이하 우 부시장)을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경주 방문 당시 시 공무원들을 동원한 것과 관련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시민과 약속한 대로 고발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 <경주포커스> 김종득 기자
자료 출처 / <경주포커스> 김종득 기자

이 사건은 9월 3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주엑스포를 방문할 당시 우 부시장이 시청 산하 전 공무원에게 행사참여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이를 보도한 경주포커스 기사에 따르면 “우 부시장은 시청 시정새마을과(옛 총무과) 직원을 통해 전 공무원들에게 행사장 집결을 지시”했고, “경주시 시정새마을과의 A씨(7급)는 이날 오후 2시 16분 경주시 산하 1400여 명의 공무원들에게 '부시장 긴급 지시사항'이라며 "엑스포 백결공연장으로 15시 20분까지 집결"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일제히 발송했다는 것입니다.

야당 및 민주노총의 주장은 이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정치운동 금지' 조항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우 부시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엑스포 측에서 바람이 많이 불고 사람이 적어 박 전 대표를 초청해놓고 체면이 말이 아니라며 협조를 요청해 왔다"며 "외부 인사가 오기 때문에 엑스포 홍보를 위해 한 것이지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은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모습입니다. 9월 3일 대부분 언론은 차기 대선후보의 경주 방문을 대서특필했을 뿐, 우 부시장의 부적절한 행위 및 이에 항의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었습니다. 대선 후보의 지역방문에 지방자치단체 고위간부가 ‘공무원 동원령’을 내린 사안을 어떤 기준에서 외면한 것일까요? 이 뉴스를 선택하지 않을 때 데스크의 마음속에는 어떤 독자가 중요하게 와 닿았을까요?

3일 일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불거지고 지난 8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경주지부 등에서 경주시청앞에서 우 부시장의 사과와 경주시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되고, 29일 우 부시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과정까지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노컷뉴스> 2011년 9월 29일
<노컷뉴스> 2011년 9월 29일

지역의 <매일>, <영남>, TBC는 이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고, KBS대구는 9월 8일 오전 7시 뉴스에서 ‘우 부시장의 사과와 경주시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단신으로 보도했을 뿐입니다. 포항MBC도 8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들 기자회견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했지만, 정작 그 뉴스는 대구MBC를 통해서는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뉴스가치(News value)를 선택할 때 항상 약자나 사회소외계층을 우선 순위에 두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독자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기자로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조금은 신중하게 고민해달라는 것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54]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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