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이 그렇게지만, 부동산정책은 예측 가능한 정책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부터 10개월전인 작년 10월 23일 정부는 모든 부서의 지혜를 모아서 투기 억제, 아파트 분양권의 과열방지가 주된 내용으로 10. 29 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인간의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의.식.주의 하나인 주거공간에 대한 투기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정책 결정이 된지 불과 10개월도 안된 8월 23일, 주택투기지역이 부분 해제되고 투기과열지역까지도 해제가 될 것 같은 뜻을 정부당국에서는 보이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동산 거래를 늘려서 그 자금들이 기업이나 소비를 하게 하여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이다. ‘물 붓고 기름 붓는 정책’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꼴이다. 참여정부에서만은 이런 일들이 없으리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보면, 부동산정책의 조삼모사(朝三暮四) 때문에 정부를 믿고 행동하는 사람은 손해보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은 큰덕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이번 또한 같은 결과를 낳고 있어 유감스럽다.
특히, 10. 29 부동산투기억제 정책의 효과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주택회사들은 자생적인 경영을 할 때쯤에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나옴으로써, 주택건설회사는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 당연히 부동산규제를 풀 것이라고 생각하게 해 스스로의 '힘 기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큰 문제점으로 남는다.
정부 정책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부동산시장 특히나 주택시장은 너무나 불안스럽다. 대구지역에는 전지역이 투기과열지역으로, 중구와 서구, 수성구는 주택투 지정됐다가 이번에 주택투기지역은 해제되었다.
그러나, 주택투기지역은 지정부터가 잘못된 것이였다.
대구지역은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나 투기는 원래 없다. 1988년부터 단독주택의 붐이 일다가 90년대 초반에 개인들에 의해 주택이 건축되어 일시적으로 붐이 있었지만 그후로는 전혀 없는 상황이였다.
특히 중구 동인동, 대신동, 봉산동, 서구의 평리동, 이현동, 비산동, 원대동 등의 주택 거래는 상승 기류는 커녕 매매 사례가 실종되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작년에 재건축, 재개발 붐이 일면서 중구와 서구의 몇 몇 곳이 거래되어 아파트가 신축되면서 조금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그 거래에 따른 가격상승이 숫자로 표현되어 불행하게도 중구와 서구를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되게 한 이유가 되었다.
형법에 ‘열명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명의 도둑 아닌 도둑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뜻이 있는데, 재개발에 따른 극소수의 거래로 몇몇 곳의 가격인상을 전지역을 투기지역으로 묶게 하여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정부터 잘못된 주택투기지역을 지금이라도 해제된 것은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택투기지역 해제에 이어 투기과열지역도 해제될 것이라 한다.
투기과열지역은 분양권 전매를 억제하는 것인데, 이를 해제한다면 분양권전매를 허용한다는 이야기다. 해제이유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주택, 건설경기 부양책의 방법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에서는 부동산을 묶었다 풀었다하는 방법으로 경기를 조정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너무나 잘못된 방법이다.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허용은 5년전 김대중 정부에서 건설경기 부양의 극단적인 처방으로 사용한 것이다. 아파트 선분양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준공도 되지 않은 것을 분양권을 만들어 건설회사가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인데, 이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고 팔도록 조장(?)한다는 것은 기가 막히는 일이다.
분양권이 한손, 두손 넘어가면서 아파트에 입주할 시점에 가서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이 여파는 주변 아파트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IMF의 국가재난 상황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1순위 자격자가 경제능력이 없어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다보니 건설회사가 자금 압박을 받고 흑자 도산에 이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1순위 자격이 없는 자금력이 풍부한 사람에게 분양권을 넘겨주어 중도금과 잔금을 정확하게 납부해 주택회사의 건전한 자금을 확보하게 할려는 것이 분양권 전매제도의 취지였다.
그런데 이런 좋은 취지를 이용해서 많은 자금을 갖고 있는 투기세력들이 분양권을 매점 매석하여 아파트 시장을 교란시켜 많은 이익을 보게 되었고, 분양권시장의 과열과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를 악용해서 주택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분양가로 내집 마련을 준비중인 국민들을 가슴아프게 하고 있다.
내가 살 아파트에서 직접 분양 받을 수 있는 후분양제가 하루속히 정착된다면 모델하우스에 경품을 걸어놓고 분양받으러 온 사람과 경품 때문에 온 사람, 단지 구경온 사람을 한곳에 모아 투기 붐을 일으키는 분양시장은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가능하게 하는 투기과열지역 해제를 할 수밖에 없다면 분양권을 전매 받을수 있는 사람을 분양 1순위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가능하게 해, 서민들에게는 주택공급 기회를 주고 투기세력에게는 투기수단을 차단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의 주거공간이 투기의 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용(부동산 평론가.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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