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내년에도 꼭 오실거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경산 400~500 가정에 선물..."나눔의 기쁨 알게 됐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착한 어린이를 찾아왔습니다"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저녁 6시. 대구 동구 신천동 작은 맨션 4층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 9명이 나타났다. 현관문을 두드리자 집 안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문이 열리자 목소리의 주인공인 제성(9)이와 4살된 동생 현성이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산타할아버지와 요정들을 본다. 내복을 입고 있던 형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몰래산타팀에 놀랐는지 엄마 뒤로 숨어 9명의 산타를 쳐다봤다. 제성이는 신천동으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에 친구들이 별로 없다. 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를 기다리며 동생을 보살피고 컴퓨터를 친구삼아 하루를 보낸다. 이날 찾아온 9명의 산타할아버지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루돌프 사슴코'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몰래 산타들(2011.12.24 대구시 동구 신천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루돌프 사슴코'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몰래 산타들(2011.12.24 대구시 동구 신천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제성이와 현성이는 거실 끝에 앉아 요정들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곧이어 요정들은 '루돌프 사슴코'를 기타연주에 맞춰 불렀고 아이들은 경계심을 풀고 곧장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또 요정들은 신문지로 하트 모양을, 풍선으로 강아지와 칼을 만들어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이어 "메리크리스!"를 외치며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보따리를 가지고 등장했다. "우리 제성이랑 현성이 올해 착한 일 뭐했어요?"라고 묻자 몸을 흔들며 엄마의 눈치를 살피던 제성이는 "동생을 잘 돌봐줬어요"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제성이는 산타에게 로봇선물과 상장을 받고는 "사실 축구공을 더 받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해 산타에게 내년 선물을 약속 받기도 했다.

 동생 현성이는 뽀로로 장난감 선물을 받고 "뽀로로가 좋아? 산타할아버지가 좋아?"라는 물음에, 뽀로로 장난감을 꼭 쥐어 안으며 작은 목소리로 "뽀로로"라고 말해 산타들을 웃게 했다.

'산타' 품에 안겨 선물을 받는 동생 현성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산타' 품에 안겨 선물을 받는 동생 현성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착한 어린이에게 주는 상"이라며 몰래 산타가 제성이에게 상장을 읽고 있다. 상의 이름은 제성이가 좋아하는 '파워레인져'상.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착한 어린이에게 주는 상"이라며 몰래 산타가 제성이에게 상장을 읽고 있다. 상의 이름은 제성이가 좋아하는 '파워레인져'상.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김군의 어머니 손(31)모 씨는 홀로 형제를 키우며 매일 일을 하러 나간다. "우리아이가 좋아하니까 너무 좋죠. 그리고 제성이는 2학년인데 아직 산타를 믿어요. 그러니까 내년에도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다.

"메리크리스마스"라며 활짝 웃는 산타들과 제성이 가족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메리크리스마스"라며 활짝 웃는 산타들과 제성이 가족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앞서, 첫 번째로 찾은 신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요정들이 아이들의 얼굴에 산타할아버지와 하트 모양을 그려줬다. 원송영(11)양 집에는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들까지 찾아와 산타와 요정의 품에 안겨 올 한해 착한 일을 꼽아보기도 했다.

"우리끼리 싸우면 송영이가 항상 이겨요"라고 통통한 볼을 움직이며 옆에 앉은 친구가 산타에게 고자질(?) 하기도 했다. 송영이는 "성경구절 암송대회에서 4년동안 최우수상을 탔어요"라며 "말싸움에는 잘 안져요"라고 말했다.

요정들이 송영이 얼굴에 하트 모양을 그려주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요정들이 송영이 얼굴에 하트 모양을 그려주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몰래 산타가 선물한 '가방'을 열어보는 송영이...4년째 같은 가방을 쓰고 있어 더 기쁘하고 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몰래 산타가 선물한 '가방'을 열어보는 송영이...4년째 같은 가방을 쓰고 있어 더 기쁘하고 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2011 사랑의 몰래산타'는 전국 1만 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깜짝 산타로 변신해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성탄절의 행복과 사랑을 실천하는 행사로, 대구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번째를 맞이했다. "올해는 대구와 경산지역에서 8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대략 400~500 가정과 양로원을 찾아 선물을 전했다"고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 최영오 언론팀장이 말했다.

 '2011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 운동본부'는<함께하는 대구 청년회>,<[사]대구청년센터>,<21세기 대구경북지역대학생연합>을 비롯해 19개 단체가 함께했다. 동구, 북구, 남구, 달서구, 경산 모두 5지역에서 2011년 11월 1일부터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12월14일까지 봉사교육을 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3시 동구청 현관에서 발대식을 한 뒤, 8~13명 정도로 이루어진 한조가 자신들이 방문할 가정이 있는 지역으로 흩어지며 시작됐다. 각 조는 오후 5시부터 3~5곳의 가정을 방문해 준비한 공연을 하고 선물을 나눠줬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주로 학용품과 장난감 선물이 많았고, 노인들이 있는 가정과 기관은 양말과 휴지를 비롯한 생활필수품이 많았다. 이 선물비용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2만원씩 모아 자신들이 방문할 가정을 위해 사용됐다.

대구지역의 '2011년 사랑의 몰래산타'에는 대학생과 직장인을 비롯해 85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대구지역의 '2011년 사랑의 몰래산타'에는 대학생과 직장인을 비롯해 85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동구에서 만난 이날의 9명의 산타는 살을 에는 강추위 속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다녀 지나가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연인끼리 참가한 이현준씨(27)와 김은영씨(25)는 "데이트는 성탄절이 아니어도 할 수 있지만 이 행사는 오늘 밖에 할 수 없잖아요. 신문광고에서 보고 곧장 하자고 여자 친구에게 말했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의미있는 일이잖아요. 특히 아이들에게 선물뿐이 아니라 좋은 기억도 주고 싶어요"라고 김은영씨도 맞장구를 쳤다.

 평균 20~30대로 이루어진 몰래산타들은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나눔의 기쁨 알게 됐다. 할 수만 있다면 내년에도 하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