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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민원처리 잘하면 ‘유능한’ 기자?” (200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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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기자들 고해성사 연재



대구경북 인터넷신문인 평화뉴스(편집장 유지웅·www.pn.or.kr)가 연재하는 ‘기자들의 고백’ 시리즈가 촌지수수, 민원청탁 등 기자들의 진솔한 고백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6일 게재된 <지방지 기자의 사회적 행복>이란 고백으로 연재 20회째를 맞은 이 시리즈는 경북일보 영남일보 등 14개 언론사 기자 20명이 취재과정 중에 겪은 일들을 자성과 함께 털어놓는 기획이다.





영남일보 사회부 정혜진 기자는 이날 <지방지 기자의 사회적 행복>이란 글에서 “별 ‘빽’이 없는 집안에서 자란 나는 기자 초창기 시절에 글 쓰는 재미 외에도 고위 공직자, 경제계 CEO, 잘 나가는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면 내 신분이 상승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권력의 주변을 서성이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영남일보 편집부 백승운 기자는 <나는 의도된 제목을 달아왔다>는 글에서 “광고와 관련된 기사라는 주문(?)을 받게되면 의도적으로 우호적인 제목을 달아 내 배를 살찌웠다”라고 고백했다. 경북일보 사진부 이기동 기자는 <사진기자의 조용한 반성문>에서 “지하철 방화참사 때 좀더 리얼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슬픔에 젖어 흐느끼는 유족들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돌아서면서 좋은 장면을 잡았다고 좋아했던 일”을 부끄러웠던 과거로 꼽았다.

신문사 내부, 또는 세간에서 ‘유능한’ 기자로 평가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다. ‘유능한’이란 접두어는 사내 안팎의 민원이나 청탁 처리에 능력을 발휘할 때 붙여진다는 것이다. 내일신문 최세호 기자는 <나도 한때 유능한 기자였다>에서 “조직내부의 부탁은 특히 사활을 걸고 덤볐다. … 사주의 계열사 민원까지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고국의 민원이 출입기자에게 바로 떨어지는 적도 많았다”고 ‘유능한’ 기자 시절을 회상했다.

한겨레 박주희 기자는 <왜 기자가 됐어요?>에서 어느 사찰의 ‘홍보담당스님’으로부터 본의 아니게 받은 촌지를 되돌려준 일화를 들려준다. “차에 타기 전에 스님이 쓴 에세이집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한겨레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5만원 이하의 선물’인데다 책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받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침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운 동안 책을 펼쳐 봤다. 책 중간에 흰 색 봉투가 하나 들어있었다. … 머릿속에 무소유와 촌지봉투가 뒤엉켰다. …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퀵서비스를 불러 그 봉투를 돌려보냈다. ‘책만 감사히 읽겠다’는 쪽지와 함께.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자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늘 그렇게 해오던 터라 별 생각없이 그랬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기자들의 고백은 평화뉴스의 지향점과도 같다. 평화뉴스는 지난 2월28일 창간 당시 <언론계 관행 “젊은 기자들이 바꿔야”>에서 “언론개혁, 그것은 언론계의 오랜 관행을 하나씩 바꾸어 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평화뉴스는 이제 광주전남의 ‘시민의 소리’(www.siminsori.com), 전북의 ‘열린전북 참소리’(www.cham-sori.net) 등과 제휴하며 대구경북의 대안언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력의 주변을 서성이던 과거를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대신 ‘신분 강등’으로 얻은 ‘지방지 기자’의 시각을 잃지는 말아야겠다고,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영남일보 정혜진 기자), “무능해도 좋다. 무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기자 완장 없이도 기사를 잘 쓸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을 뿐”(내일신문 최세호 기자)이라는 기자들의 진실한 고백은 평화뉴스의 언론개혁 의지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입력 : 2004.08.25 11:44:23 / 수정 : 2004.09.01 1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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