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해고자 '복직' 판결에도 미적미적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 입력 2012.03.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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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속한 복직, 해고.탄압 중단" 촉구 / 대학 "판결 이행할 예정"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눈과 귀를 막고 법질서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경북대 어학원 영어강사(외래교수) 정일우(50)씨의 '부당해고'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3일 대학 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정 교수를 '원직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학이 개학을 앞두고도 '복직' 판결을 이행하지 않자 정 교수가 이 같이 말하며 대학을 비판했다.

경북대 어학교육원 정일우 외래교수(2012.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경북대 어학교육원 정일우 외래교수(2012.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대학은 지난 2010년 10월 '무기계약직'으로 어학원에서 토플(TOEFL)을 가르치던 정일우(50) 외래교수를 해고했다. 이에 2011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정 교수를 '원직 복직' 시키라는 재심판정서를 대학으로 보냈다. 그러나 대학은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2012년 2월 23일 행정법원은 정 교수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원직복직 판결을 내렸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 민주노총 대구본부를 포함한 7개 단체는 29일 오후 경북대 북문에서 '경북대 어학교육원 노동탄압 중단과 원직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에 "정일우 교수를 즉시 무기계약직으로 복직시키고, 부당해고와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며 "법원 판결을 이행해라"고 촉구했다.

'경북대 어학교육원 노동탄압 중단과 원직 복직 촉구' 기자회견(2012.2.29 경북대 북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경북대 어학교육원 노동탄압 중단과 원직 복직 촉구' 기자회견(2012.2.29 경북대 북문)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예식 어학교육원장이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지를 계속 약화시켜왔다"며 "외래교수들을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것은 노동 탄압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또,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원직복직을 지시했는데도, 대학이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 소송까지 진행한 것은 안하무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어학원이 직접 고용된 외래교수 40여명을 지난 해 3월 '개인사업자'로 변경한 것에 대해 "대학이 앞서서 비정규직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지난 해 9월 강의개설 조건을 수강생 4명에서 10명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대구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이 이달 15일까지 시정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행하지 않자 "시정명령에 따르라"고 요구했다. 또, 어학원이 '경영압박'을 이유로 외래교수들의 근로조건을 변경(4대 보험 박탈, '개인사업자' 등록)한 것에 대해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감사를 받고 세부적인 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당사자 정일우 외래교수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됐고, 행정소송까지 진행돼 여기까지 왔다"며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대학과 어학원은 즉각 판결을 실시하고,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왼쪽부터)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지부 임순광 위원장, 경북대 이건구 총학생회장(2012.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왼쪽부터)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지부 임순광 위원장, 경북대 이건구 총학생회장(2012.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임순광 경북대분회 위원장도 "정일우 교수를 즉각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이행하라"며 "정 교수가 노동자로 인정받았으니, 같은 어학원 외래교수들에게도 4대 보험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덧붙였다. 경북대학교 이건구 총학생회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우리 대학생들의 문제"라며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사회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책임에서 대학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대 시설경비 해고노동자 이춘섭씨(2012.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경북대 시설경비 해고노동자 이춘섭씨(2012.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이 가운데 경북대 경비원 해고노동자 이춘석씨도 참석해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복직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씨는 간접고용형태로 2년 3개월 동안 경북대 경비원으로 일하던 가운데, 2011년 2월 27일 동료 노동자 3명과 함께 해고됐다. 이씨와 동료 노동자들은 당시 학교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원봉'으로부터 고용승계에서 탈락해 일자리를 잃은 뒤, 2011년 5월 27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구제신청을 취하할 경우 2012년 2월 차기용역업체를 통해 본교 근무지에 고용을 보장 하겠다"는 확인통보서(2011.6.22)를 이씨와 동료들에게 보냈고, 이들은 지노위에 제출한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그러나 차기용역업체가 선정되고, 2012년 2월말이 돼도 대학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총장 직인까지 찍힌 통보서를 보내고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2월 29일로 시설경비에서 4명이 정년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원이 생겼으니 복직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사무국 총무과 신용수 노무사는 "정일우 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고 이행할 예정"이라며 "근로자로 인정해 4대 보험도 보장하고, 강좌개설 요건도 수강생 4명이상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4대 보험은 희망하는 외래교수에 한해서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원장 해임과  어학원 감사는 법원 판결과 상관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이춘석씨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5%내리며 충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재정적인 이유로 결정된 것이지 노동탄압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기용역업체 '새시'를 설득해 결원이 생길 시 고용승계 협조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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