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해도 다시 또?...두터운 '보수'의 벽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3.2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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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수성을] "심판은 무슨...새누리당" VS "대구 1석이라도...야권단일후보"


동아백화점 수성점 네거리 횡단보도에 걸려있는 '민주통합당'과 '친박연합' 현수막(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아백화점 수성점 네거리 횡단보도에 걸려있는 '민주통합당'과 '친박연합' 현수막(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수성구 을' 유권자들의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는 견고했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4년을 비판했지만 '그래도 해본 사람이 잘할 것'이라며 '다시 잘 해보라고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욕을 먹기 마련'이라며 '특별히 심판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앞선 18대 총선에서 주호영 후보를 65.36%의 높은 지지율로 뽑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당시 유시민(무소속) 후보는 32.59%, 신귀남이(평화통일가정당) 후보는 2.04%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새누리당 일당독점에 대해 '12석 중 1석이라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냐'며 '소신 있게 투표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4.11 총선 '수성구 을' 선거구에는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새누리당 주호영(51) 후보가 '3선'에 도전하고, 민주통합당 남칠우(52) 수성을 위원장이 '야권단일후보'로 맞선다. 또, 전 대구시의원을 지낸 정기조 후보와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친박연합의 최경훈 후보도 선거 레이스에 뛰어 들었다. 새누리당 주호영.민주통합당 남칠우 후보는 22일 '수성구 을' 선거구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고 친박연합 최경훈, 무소속 정기조 후보는 23일까지 후보등록을 할 예정이다. 반면, 새누리당 이노수(전 TBC 이사장).무소속 이원기(전 한국투자증권 직원).김형렬(전 수성구청장) 예비후보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수성시장 네거리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형렬 예비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시장 네거리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형렬 예비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구 을' 선거구는 수성동, 중동, 상동, 파동, 두산동, 지산동, 범물동을 아우른다. 이 가운데 22일 범물동, 수성동, 지산동의 재래시장과 아파트 촌을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범물동에 있는 동아백화점 수성점 일대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정당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수성시장 네거리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 사진이 여전히 걸려있었다.

수성시장 입구(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시장 입구(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구 을' 민심은 '3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주호영 후보에게 호의적이었다.

지산1동에 사는 김윤(51.경비)씨는 "아무래도 해봤던 사람이 잘하지 않겠냐"며 "새누리당 주호영 후보가 잘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주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알아서 잘 할 것 같다"며 "19대 국회의원도 그 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성2가동에 사는 강희숙(49.주부)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주호영 후보는 큰 무리 없이 잘 해왔다"며 "이번에도 지지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황모(55.범물1동)씨 역시 "새누리당의 FTA 정책과 대북정책이 마음에 든다"며 "새누리당 주호영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했다.

점심시간이 돼도 한산한 수성시장(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점심시간이 돼도 한산한 수성시장(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다른 당' 깃발이 대구에 꼽히기를 바라는 유권자도 있었다. 이들은 대구 경기가 살아나려면 '1석이라도 바뀌어야 한다'며 '소신 투표'를 강조했고, '야권단일후보' 남칠우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윤기원(58.범물2동)씨는 "어제도 전화로 누구 지지하냐고 물어서 '새누리당은 아니다'고 했다"며 "12석 중 1석이라도 다른 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윤씨는 "새누리당이나 대통령이나 약속해놓고 지킨게 있냐"며 "우리가 다 죽을 판인데도 빤히 보고만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주변 택시기사들도 "소신 투표를 해야 한다"며 "대구는 무조건 새누리당만 찍다가 이 꼴이 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학원 강사인 박성국(28.지산1동)씨는 "정치적 성향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은 뽑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 남칠우 후보를 뽑을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무소속 후보는 검증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야권단일후보'인 남칠우 후보를 염두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시장에서 꽃가게를 하는 장옥희(57.수성2동)씨는 "좀 섞여야 된다"며 "맨날 새누리당만 되니까 '보수꼴통'소리 듣는 거 아이가"라고 했다. 장씨는 "최소한 3석은 바뀌어야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남칠우 후보 또 밀어줘야 안되겠나"하고 변화를 희망했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옆 아파트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아백화점 수성점 옆 아파트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권자들의 입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그러나 '대구.경상도는 무조건 새누리당'이라며 옹호하는 층도 두터웠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옆 아파트에서 노점을 하는 이앵숙(66.범물1동)씨는 10년째 채소를 팔고 있지만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이전에는 팔지 않던 콩나물까지 팔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잘살게 해주겠다더니 나아진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씨는 "대구.경상도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다른 당 후보가 되면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수성시장 칼국수 집에서 만난 김청환(62.수성1가동)씨는 "BBK부터 시작해서 FTA까지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며 "진실을 알고 싶다"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씨는 "대구는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해봤던 주호영 후보가 되는 게 났다"며 "다른 당 후보가 당선 되려면 2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40-60대 남성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지산 3단지' 아파트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산 3단지' 아파트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2012.3.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0대 이상 유권자들은 새누리당과 주호영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을 꼽았다.

수성시장 주변 한식 가게를 찾은 회계사 이모씨(44.수성1가동)는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되려면 새누리당이 힘이 있어야 한다"며 "주호영 후보가 이뻐서 찍는게 아니다"고 했다. 이씨는 또,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게 된 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문"이라며 "대구.경북에서 아무리 다른 당이 노력해도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성시장의 한 과일가게를 찾은 70대 손님도 "박정희 덕분에 대구 경기가 살아났는데 왜 민주통합당을 찍냐"며 "새누리당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11총선 후보 등록은 22일과 23일 이틀간 이뤄지고 5일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2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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