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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 불붙나… 광우병 왜곡 보도에 시민들 다시 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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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궤변,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광고를 "과장·감성광고"로 포장하기도


6년만에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돼 충격을 낳고 있는데도 언론은 국민의 편에서 쇠고기의 안전성 검증 노력이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부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우병 발견시 수입중단” 약속 안 지키는 정부 두둔=정부는 광우병 파동이 들불처럼 나타난 지난 2008년 5월8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시 수입을 중단’하고 ‘수입된 쇠고기 전수검사 및 현지실사’와 함께 ‘학교와 군대급식 중지’ 등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광우병 소가 발견됐는데도 즉시 수입중단은커녕 검역중단도 하지 않기로 한 정부조치에 대해 “거짓말 정부”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3개월 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방송3사는 이 사실 자체를 완전히 무시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정부가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내용과 마트 판매급감 등을 전하는데 그쳤다. 하루가 지난 뒤에야 정부의 ‘수입중단’ 약속을, 가축법 개정 때문에 검역강화로 결정했다는 정부해명과 함께 방송했다.

조선일보도 26일자에 정부 약속파기 문제에 대해 가축법 개정안이 여야합의로 개정됐고, 즉각 수입중단시 조치가 과도하며 외국에 같은 사례가 없고, 강제규정은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정부입장을 실었다.

▷황당한 궤변들 “정부광고는 과장광고” “감성광고”라니=정부광고를 두고 심지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잘못된 광고를 넘어 “과장광고” “감성광고”라는 비아냥까지 내놓은 신문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30일자 사설에서 “과장광고였다”며 “국가 간 교역에서 ‘즉시 수입 중단’ 같은 극단적 조치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수세에 몰린 정부의 ‘감성적인’ 광고”라고 폄훼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으로 9개 일간지 1면에 내놓은 입장을 한낱 장사치의 뻥튀기 쯤으로 치부한 것이다.  김 위원은 촛불 시민들에게 “광우병 유령을 다시 불러 이번에도 4월 총선 대패를 뒤엎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수입중단 부담” 정부 고민 대변하는 공영방송=정부가 수입중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부입장에서 고민을 대신해주는 듯한 뉴스도 있었다. 공영방송 KBS였다. KBS는 지난 27일 9시뉴스에서 “수입중단에 엄격한 법규정이 적용된다”며 “수입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려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쇠고기 재협상 요구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로선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KBS는 “4년 전 광우병 파동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도 국민 불안과 불신을 없앨 묘수는 없을까, 정부의 고심은 깊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쇠고기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고민만 하고 있는 정부의 처지를 애써 이해하려는 인상을 주는 뉴스이다.

실제 정부가 주장하는 가축예방방역법을 보면, “위생조건이 이미 고시된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BSE)이 추가 발생해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에 대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돼있다. 개정됐다하지만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이라는 대목에 대한 판단과 해석의 문제이다. 정부가 정말 국민 건강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 수입중단 권한은 우리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이나 방송3사는 이런 해석은 고사하고 이런 의견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임명현 MBC 기자는 “정부와 방송 모두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전성 검증도 외면=미국정부의 주장을 받아 우리 정부가 이번 광우병 소 발견에도 한국엔 지장없다고 강조하는 근거는 이번 광우병 유형이 비정형이며, 30개월 이상인 젖소라는 점이다. 조중동을 비롯해 방송3사는 초기부터 정부주장을 인용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KBS는 25일 9시뉴스에서 민경욱 앵커 멘트로 “30개월 미만 육우로 특정위험물질 등을 제거한 부분만 수입되기 때문에 이번에 발병한 젖소는 수입 대상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우리 정부가 수입을 중단한 2003년에 발견된 소도 젖소였다. 늙어서 광우병이 생긴 ‘비정형 광우병’이라 괜찮다는 주장 역시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임명현 MBC 기자는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의 월령과 해당 유형의 젖소가 사료로 가공돼 닭이나 돼지 등에 먹이고, 그 닭·돼지가 사료로 가공돼 다시 소에 먹이는 이종식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이런 문제를 왜 검증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조사단 친정부 일색·광우병 농장 대상 제외도 묵살=30일 광우병 소가 발견된 미국에 파견 정부·민간 합동조사단의 면면을 보면, 9명 가운데 8명이 전현직 공무원이며 정부의 광우병 대처에 비판적인 전문가는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광우병 발생 농장은 현지방문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방송3사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28~29일 내내 이런 점을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한마디도 방송하지 않았고, MBC는 ‘해당 (광우병소) 농장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라는 한마디만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SBS는 해당 광우병 소가 폐기처분돼 조사자체가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목소리를 반영했지만, 조사단 구성과 농장방문불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조사단의 편향 구성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훈 MBC 노조 민실위 간사는 “MBC광우병 문제를 가장 처음 제기한 방송의 보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조사단 파견 자체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엔 너무나 터무니없는 구성임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데도 조사단 구성에 대한 비판이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명현 기자도 “방송사의 보도는 조중동까지 보도하니 어쩔 수 없이 방송하는 것 외엔 ‘어서 광우병 정국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식”이라며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보도의지의 실종”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2012-5-2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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