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썩은 상처 모두 도려내고 새롭게 출발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재(북구의원) / "숨길 수 없는 부실.부정선거, '비례' 총사퇴는 최소한의 조치"

     
통합진보당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여기저기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친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잘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이것이 답변의 전부이다. 워낙 변수도 많고 의견들이 많아 정리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 공동대표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자투표로 속개한 중앙위원회 결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선비례대표 사퇴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공동대표단은 강기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비대위를 구성, 당 대표단 권한을 승계하고 장원섭 사무총장을 즉각 해임결정 했다. 하지만 소위 ‘당권파’에서는 전자투표의 법적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좀처럼 내흥이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명의 5월12일. 나는 중앙위원회가 개최된 일산 킨텍스에 있었다. 중앙위에 참석하면서 공동대표단간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중앙위원회 개회에 앞서 이정희 대표의 사퇴 발언은 큰 태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중앙위원회가 제대로 개최 될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회의장 분위기에서도 일촉즉발의 기운이 느껴졌고 상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예상대로 회의 개회선언부터 암초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성원보고를 둘러싼 논쟁을 몇시간째 이어갔다. 참석 중앙위원들의 인내의 시간이 시작됐다. 언제 안건 심의가 이뤄질지도 모른체 회의를 기다려야 했다.

시간은 흐를수록 참관인 측에서의 욕설과 고함소리가 커져갔다. 의장단에서도 회의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물론 서로 입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누구의 일방적인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당의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가 일부 당원들의 집단적인 회의 방해로 10시간이나 넘게 공전을 갖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급기야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그것도 당대표단에 대한 집단 폭력사태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 순간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전율을 느꼈다. 폭력사태에 대해 울분을 금치 못하며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대표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머리채를 잡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에 국민들과 당원들을 패닉상태에 빠져들게 했다. 폭력사태와 관련, 나는 가장 빠른시간 내에 신속히 조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 2012년 5월 14일자 1면
<경향신문> 2012년 5월 14일자 1면

통합진보당 건설을 향한 우리의 모습은 눈물겨운 여정이었다. 진짜 힘들고 어렵게 하나가 되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분열로 치닫고 있다. 매번 긍적적인 기대를 하고 또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울 뿐이다. 함께한 서로가 인간적인 동지가 되기도 전에 이별을 예고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때로는 정세를 바라보는 관점, 당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다름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각자가 살아 온 환경, 조직문화도 달랐다. 하지만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합의에 기초한 당 운영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합의와 존중보다는 서로의 길을 선택(?)하는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무겁다.    

비례경선 과정에서의 부실과 부정은 비켜갈 수 없는 문제이다.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이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 해결방도가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 누가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좀더 부정이 많고 적고의 문제도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대중적 진보정당이다. 국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 눈 높이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이번 비례선거의 부실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통합 이후 당조직 운영에서의 부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지금 통합진보당 당원 모두가 가슴 아파 하고 있다. 썩은 상처가 있다면 모두 도려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보여 주었다. 이 상처를 어떻게 치료하고 새 살을 돋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작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정능력이고 위기관리 능력을 백방으로 발휘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진정성과 우리의 저력을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당원들 또한 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관리부실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진상규명을 떠나서 이미 당의 명예 실추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들도 당원들도 당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상규명을 통해 해당 당사자들을 당기위에 제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차적으로 국민들과 당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믿음을 다시금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그래서 당 지도부와 비례 경선당선자들에게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던 것이다. 비례당선자들은 당원들이 당선시켜 준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해 준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고 고뇌에 찬 정치적 결단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들에 대한 정당의 정치적 책임이 무엇일까? 나는 경선에서 부정이 없었는데 그래서 사퇴할 수 없다. 맞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비례선거의 부실은 당의 전체적인 부분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 개인의 문제로 접근을 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정과 부실은 얼마든지 당원들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당내 계파간의 싸움으로 비춰지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후보자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후보자들이 부정선거를 지시를 했다는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선거관리 부실이 부정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떠한 상황에서 발생되었다 하더라도 숨길 수 없는 것은 부실 부정 선거라는 것이다.

이제 비상대책위원회가 과도기적 체제로 운영이 된다. 물론 아직까지 장담할 수 없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인적, 조직쇄신을 실시해야 한다. 그 이전에 국민과 당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 경선비례후보와 대표단 총사퇴는 현재로서 통합진보당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통합진보당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고]
이영재 / 북구의원. 통합진보당 중앙위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