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왜 이러죠?...답할 수가 없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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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또 스스로..."시교육청, 반성없는 밀어붙이기 대책으론 안돼"


지난 6월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6)군의 분향소(2012.6.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6월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6)군의 분향소(2012.6.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1학년 김모(16)군이 6월 2일 오후 7시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군은 "거의 매일 맞았어요. 고막이 찢어진 것도 그 녀석 때문이에요.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너무 많이 맞는거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수성경찰서 담당 형사는 5일 "김군의 유서를 토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숨신 김군을 부검했지만, 추락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외에 폭행에 의한 상처는 없었다"며 "목숨을 끊은 당일, 함께 축구를 했던 14명 중 8명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하지 못한 4명과 김군이 속한 개인 축구동아리, 휴대폰 문자와 카카오톡, 인근 초등학교 CCTV를 중점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군 유가족은 지난 4일 대구 중구에 있는 한 병원에 분향소를 차렸으며, 5일 현재 김군을 추모하기 위해 학교 친구와 친지, 이웃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장례식은 6일 거행된다.

앞서, 2011년 12월 20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중학교 2학년 권모(14)군이 자살한 이후, 6개월 동안 모두 10명의 학생이 자살을 기도해 8명이 숨졌다. 지난 4월 경북 안동, 영주, 상주에서 발생한 3건의 자살 사건까지 합하면 대구경북에서만 6개월 동안 '11명'의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남긴 유서를 보면 자살 원인으로 "학교 내 괴롭힘"과 "성적고민"이 각각 4건, "우울증"과 "가정문제"는 각각 2건, "지병"과 "이성문제"는 각각 1건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올 1월 자살 방지 목적으로 '학교폭력원스톱지원센터'를 구축했고, '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또, 지난 2월 21일에는 대구지방경찰청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경찰 활동 체험 프로그램 협약' 체결, 지난 3월에는 피.가해자 학생과 주변인에 대한 심리치료를 위해 '복수담임제' 도입, 5월에는 '대구교육헌장'을 선포했다.

그러나,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 야당은 "시교육청의 무수한 대책은 자살 재발방지에 소용없었다"며 "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시교육청과 교육감에 대한 분노가 교육감 퇴진까지 주장하는 사태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대구지부가 대구시교육청과 우동기 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살한 학생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2012.6.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교조 대구지부가 대구시교육청과 우동기 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살한 학생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2012.6.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교조 대구지부는 5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시교육청과 우동기 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 근본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 없이 밀어붙이기식 강요에 의한 대책만으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얻기란 불가능하다"며 "시범학교, 선도학교 등 경쟁 부추기에 낭비하는 예산을 인성교육에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대구인권운동연대를 포함한 1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했다.

특히,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동기 교육감 사과", ▷"인성교육 강화", ▷"강제보충수업, 강제야간자율학습 철회", ▷"교육권리헌장 폐기, 학생인권조례 실시",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며 "불행한 일이 재발하면 대구시민과 대구교육주체 이름으로 교육감 퇴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교육청이 수많은 공문을 통해 교사에게 상담시간을 강요하지만 각종 공문과 시험 처리로 학생과 얘기할 시간도 없다"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인성교육 위주 수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많은 언론이 '왜 대구에서만 이러죠'라는 질문을 하지만 답할 수가 없었다"며 "대구 아이들만 특별히 폭력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형일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학교는 아이들을 살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곳이지만 대구시교육청과 교육감은 학교를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며 "교육청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우동기 교육감은 독불장군처럼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임시방편이 아닌 전반적인 교육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조형일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프키'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손모(18.)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 조형일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프키'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손모(18.)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프키'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손모(18.)군은 "시교육청과 교육감은 '학생들 자살은 노무현 탓', '유독 대구에서 학생 자살이 많은 것은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며 "자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동기 교육감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폭력이 발생해도 12시간 이상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실시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도 4일 논평을 내고 "입시 경쟁과 학력 중심 교육정책이 낳은 소외와 차별 대가를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우동기 교육감과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일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송회옥 대구시교육청 학교보건담당은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시기"라며 "가정과 학교, 교육청이 지켜줘야 하지만 학교 밖에서 일어난 사항까지 커버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또, "시교육청이 위기학생을 상담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역 사회 전문가와 함께 방안을 모색하는 중에 또 다른 학생이 숨졌다"며 "교육청도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청소년 자살에 대한 시교육청의 대책은 재발방지에 소용없었다"며 대구시교육청과 우동기 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2012.6.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교조 대구지부는 "청소년 자살에 대한 시교육청의 대책은 재발방지에 소용없었다"며 대구시교육청과 우동기 교육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2012.6.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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