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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내 친구가...그러나 변한 게 없다"
<대구 추모집회> "학교에는 여전히 폭력이...실효성 없는 대책, 학생보다 관료들 얘기 뿐"
2012년 01월 14일 (토) 10:45:39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pnnews@pn.or.kr

  

   
▲ 13일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폭력없는 학교를 위한 합동추모집회 '안녕''에 참가한 시민들 (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지난 해 12월 대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폭력없는 학교를 위한 합동추모집회 '안녕''이 13일 대구에서 열렸다.

15살 어린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 정부와 교육계에서 각종 정책을 제시 했지만  이후에도 '청소년 폭력 사건'은 잇따라 발생했다. 때문에 추모집회 자유발언에서는 기성세대가 제시하는 문제 해결책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2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추모집회는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가량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진행됐다.  (사)반딧불이, (사)아수나로, (사) 우리세상이 공동주관한 이날 추모집회는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들을 위로하고 비인권적인 교육 현실을 비판하며,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추모집회에 참가했다.(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어둠이 깊어지자 참가자들은 바닥에 앉아 촛불을 켰다. 바람에 촛불이 꺼질세라 두 손으로 바람을 막고 불이 없는 참가자에게 불씨를 옮겨주기도 했다. 많은 10대들이 교복을 입고 추모집회에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곧 추모묵념으로 집회는 시작됐다.

   

▲ 시민들이 채운 글귀로 만들어진 '추모의 국화'(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 '하늘나라 가서 꼭 천국가...'친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세지(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추모집회 1시간 전. 짧은 머리에 교복을 입은 10대 2명이 무대 앞에 앉아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를 눌러쓴 학생들은 "기자세요? 우리가 얘기하는 대로 안쓸거죠?"라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김모군(15)은 "신문들은 내 친구를 어떻게 죽이는지만 쓴다"며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암담하다. 내 친구가 죽었는데...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집단 상담 후 추가상담까지 받았지만 일반적인 치료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악몽을 꾼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소는 (사람들의)관심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라며 "학교 내에서는 여전히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누피(18), 박준우(고3), 진냥(이희진.31)이 합동추모집회 '안녕'에서...(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추모집회의 사회를 맡은 누피(18)양은 학생과 학생 사이 폭력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 사이 폭력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생님들은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다. 나도 중학교를 다니며 선생님께 맞았다"며 이번 행사는 "학교폭력에 노출된 우리 모두를 추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 박준우(고3)군은 학교 신고 시스템을 비판했다. "피해학생이 신고하면 가해자는 누가 신고했는지 다 알고 있다"며 "선생님께서 두 학생을 불러 같이 상담을 한다거나,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아 보복성 폭력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발언대에선 이모양(18)은 "나는 중학교에서는 왕따였고, 고등학교에서는 왕따를 시키는 사람이었다"며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 처벌과 경찰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며 "신고할 곳은 지금도 많다. 문제는 입시교육으로 인한 서열문화"라고 강조했다.

   
▲ 저녁 7시 30분쯤. 30-40대들이 퇴근 후 추모집회에 참가했다. (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이날 집회에 참가한 많은 청소년들 사이로 30-50대 기성세대들의 모습도 보였다. 김성근(36.남)씨는 "어려서부터 경쟁적 입시위주 교육에 노출된 것이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등수로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부모들의 이기심도 큰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성애(47)씨는 전직교사로 추모회에 참가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무거워 보였다. 박성애씨는 "청소년들이 주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지지를 보낸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직접 나섰을까. 교사였던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이어 "학교별 성과급제, 교사별 성과급제, 아이들 사이의 입시 경쟁. 교육체계가 강자와 약자를  나눈다"며 입시를 통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음을 걱정했다.

   
▲ (사) 청소년교육문화센터 반딧불이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기대고 싶을 때 내 곁에 있고 싶을 때 내가 옆에 있어 주지 못해 그대 힘들었나요' (이날 반딧불이가 부른 '리쌍'의 '챔피언' 가사 중)

집회를 주관한 아수나로의 진냥(이희진.31)은 "12월 20일 이후 지역사회가 패닉상태에 빠졌지만 정작 목소리를 내는 건 문제를 만든 관료들"이라며 "이 문제의 피해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떠난 학생만이 아니라 오늘도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청소년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며 추모집회 끝무렵에 '폭력없는 학교, 평화적인 사회'를 선언했다.  

   
▲ (사)우리세상이 선보인 '귀한 자식 때리지 마세요' 카드섹션 (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요구하는 우리세상의 카드섹션 (2012.1.1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합동추모집회는 전시물 게시▶시민 자유발언 ▶반딧불이 공연'오지은'의 '작은자유', '리쌍'의 '챔피언' ▶시민 자유발언 ▶우리세상 카드섹션 ▶시민 자유발언 ▶전화연결 ▶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주최측은 추모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쓴 엽서를 모아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 27일 한일극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학생인권을 위해 행진할 계획이다. 이 행진은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해 지난 해 12월부터 계속 된 1위 시위에 "정점을 찍는 것"이라고 주최측은 말했다. 한편, 16일 서울과 경기도에서 같은 내용의 합동추모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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