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강사들이 "현병철 위원장 연임 반대"를 주장하며 31일 집단 사퇴했다.
대구인권사무소 정신보건분야 인권강사 15명 중 12명은 7월 31일 오전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병철 위원장 연임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오늘 사퇴하고자 한다"며 "천박한 인권 감수성을 지닌 현병철 위원장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현병철 위원장 연임 반대"를 요구하는 대구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20여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권위에 최대한 협조했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전문성과 도덕성 그 어떤 것도 인권위 수장이 되기에 부족해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는 오히려 우리 강사단의 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현병철 위원장이 다시 인권위 수장이 된다면 대한민국 인권의 미래는 없다"며 "새 위원장은 인권문제에 대해 전문 지식이 있고 인권 보장을 위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이 뽑은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되면 안되는 40가지 이'와 지난 7월 16일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의혹들을 언급하며 "현병철 위원장은 지난 3년 동안 인권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기보다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강사단은 이날 오후 인권위본부(서울), 광주인권사무소, 부산인권사무소 인권 강사들에게 "사퇴 동참"을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다.
지난 2009년부터 정신보건분야 강사를 맡아온 육성완 대구DPI 대표는 "현병철 위원장은 최근 열린 청문회에서조차 구차한 변명으로 잘못을 회피하며 반성할 줄 몰랐다"며 "그 자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끝까지 버티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또, 연임을 결정한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명한 사람에 대한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입장을 밝히지 않고 휴가를 떠난 것은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라며 "잘못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지친다. 인권위 의미를 거꾸로 돌린 사람이다. 사퇴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도 "3년 동안 기회를 주고 잘못을 반성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었지만 그는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국민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권 감수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에게 위원장 자리를 준 청와대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분야 강사를 맡고 있는 진냥(별칭)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현병철이 준 위촉장을 받은 인권위 강사로서 같이 사퇴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퇴를 결정한 정신보건분야 강사들의 뜻에 마음으로 동참한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앞에서 "현병철 연임 반대"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소년들과 장애인들에 대해 언급하며 "인권위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리고 약한 이들이 가장 뜨겁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그가 연임을 해서는 안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죄목이 너무 많은 사람. 그 동안 있었던 것도 수치스러운데 연임까지 하려 하다니 강도나 다름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최근 불거진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기피", "업무추진비 유용" 등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지적하며 "한 번도 억울한데 연임까지 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사퇴의사를 밝힌 인권위 정신보건분야 인권 강사는 육성완 대구DPI 대표를 비롯해 이명주 영남대 인권교육센터 선임연구원, 박대현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팀장, 조윤숙 전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장진아 한상담소 소장, 정은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복수 포항 임성병원 간호부장, 김지영 대한에이즈예방협회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 허향 대한에이즈예방협회대구경북지부 교육팀장,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노현수 영남대 인권교육센터 연구원, 김진희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사회복지사 모두 12명이다.
국회는 지난 2009년 3월 22일 '정신보건법'을 개정하고 정신보건시설 종사자 인권 교육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 본부(서울)와 대구인권사무소, 광주인권사무소, 부산인권사무소 4곳에 인권 강사를 선발했다. 강사들은 정신보건시설 종사를 대상으로 국내.외 인권 상황과 이슈에 대해 1년 중 4시간을 강의했다. 올해에는 서울에 24명, 대구에 15명, 광주에 10명, 부산에 5명 모두 54명의 강사가 선발됐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다문화인권분야, 아동청소년분야,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분야 인권 강사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국회는 오늘 운영위원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현병철 위원장 연임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하자 야당 운영위 위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퇴장해, 여당 운영위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보고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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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활동가가 "현병철은 인권교육부터 받아라"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2012.7.31.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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