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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측정 한 번도 제대로 한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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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산 측정 장비 없이 대기측정차량만 '덜렁'

 
구미 4공업단지에서 1급 독성물질로 분류되는 불산 가스가 유출된 지 11일이 지났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기 중 불산 농도를 단 한 차례도 정밀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오전 국립환경과학원(과학원)은 대기오염측정차량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마을 안에 세웠다. 과학원은 사건 당일인 27일 대기오염측정차량을 투입했지만 마을로부터 500m 밖에서 떨어진 곳에서 측정했다. 이곳은 불산으로 인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곳이었다.

마을 주민들과 대구경북 환경연합에 따르면 당시 과학원은 '차량이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당시 과학원은 "대기오염측정차량이 들어가지 못한 곳은 직원들이 일일이 가서 불산 잔류 여부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제대로 측정해달라고 항의하자 이날 마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산을 측정할 수 없는 차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이 이날 "이곳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어느 정도 가까운 곳에서 불산을 측정했나"라고 따져묻자 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대기오염 정도만 측정할 수 있다. 불산 측정장비는 월요일날(8일) 내려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기측정차량은 ‘본부’ 역할을 할 뿐 불산에 대해서 정미랗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마을주민은 "그러면 한 번도 제대로 불산 농도를 측정한 적이 없는 것 아니냐"고 재차 항의했다. 
 
불산에 노출돼 붉게 변한 배나무 / 조수경 기자 jsk@
불산에 노출돼 붉게 변한 배나무 / 조수경 기자 jsk@
 
연합뉴스에 따르면 과학원은 27일 당시 사용한 불산 측정 장비는 정밀 기기가 아닌 PH 페이퍼, 검지관 등 간단한 검사만 할 수 있는 속성측정기기를 사용했다.

환경원은 사고 다음 날인 28일 사고지의 불산 농도가 1ppm이라며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인근 마을로 대피했던 주민들은 다시 봉산마을로 복귀, 하지만 그이후에도 목 따가움과 기침 등의 호호흡기 질환 등을 호소했다. 시민환경연구소 등 환경단체들도 "산업환경 기준에 따른 작업장 불산 안전농도는 8시간에 0.5ppm"이라며 "1ppm은 두 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에 의해 안일한 기준이라고 지적받았던 '1ppm'조차도 제대로 된 장비를 통해 측정된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 김진석 산업의학과 부교수는 "미국 텍사스에 구미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사고 난 지 2년이 지난 후에도 일부 주민들이 호흡기 이상 증상을 호소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봉산마을을 방문해 정부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주민들과의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마을 전체를 둘러보며 사태 파악에 나섰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마을을 방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조수경 기자 jsk@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마을을 방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조수경 기자 jsk@

[미디어오늘] 2012-10-07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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