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

창비
  • 입력 2012.11.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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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윤지관 / 문재인ㆍ안철수 야권후보 진영의 교육공약을 보고


문재인, 안철수 두 야권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본격화되었다. 단일화의 당면목표는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을 막고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것이며, 이 과정을 이끌어가는 화두는 2013년 이후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정치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개혁은 좁게는 정치구조의 개편을 의미하겠지만 더 넓게는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기득권의 묵은 질서를 새로운 전망 속에서 총체적으로 바꾸어나가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대선 국면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그 일환이라면 교육도 그 못지않게 근본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다. 탈근대를 지향하는 세계화의 시대임에도 우리 교육은 시장논리에 휩쓸려 공교육이 제 기능을 상실한 한편, 족벌세습 등 전근대적 운영방식이 온존하는 기득권세력의 텃밭이 되어 있다. 두 후보의 교육개혁정책에 거는 기대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오전 발표된 두 후보의 '종합공약'을 보면 이같은 기대가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리 충족되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의 미래로 가는 '5대 문(門)'에 교육부문이 빠진 것은 그가 무엇보다 앞세우는 '사람 중심'의 사회를 위해서도 아쉽지만, 이 문들이 교육과도 연결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교육으로 공교육 황폐화 심각' '만성적 고질병 사교육 문제'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고착화'가 현 교육의 현황이자 문제점이라는 올바른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책 자체에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이라고 할 만한 것이 빠져 있는 점이다. 이 문제의식의 자연스런 귀결은 공교육을 정상화하여 고질화된 병폐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대책이다. 그러나 문후보의 교육공약에는 이같은 큰 방향에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동력도 전망도 부족하다.

문 후보, 문제 진단 옳지만 본격 대응은 부족

현재 공교육의 위기는 초·중등에서부터 심화되어 있고 그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몫도 있지만, 근원적인 해법은 고등교육의 개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학은 그간 신자유주의정책으로 팽창된 사학의 지나친 비중 때문에 대폭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출산율 저하로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 정원의 3분의 1을 줄여야 하는 현실에서 이명박정부가 취업률 등 대학간 경쟁 위주의 성과지표를 근거로 구조조정의 칼을 함부로 휘둘러서 고등교육전반이 혼란에 처해 있다.

집권을 하겠다면 마땅히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여 공교육 강화의 계기를 마련할지 혁신적인 전망과 대응이 있어야 함에도 문후보의 정책에는 이같은 현실에 대한 인식부터 분명치 않다. 더구나 이미 내세운 반값등록금 정책에서조차, 이를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진보학계의 합당한 요구에 대해 아직은 미온적이다. 물론 국립대학네트워크 안을 대학간 서열타파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공립이 전체 대학의 20퍼센트도 채 안되는 현실에서 이 방안만으로 서열구조가 무너질 리도 없거니와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사립대학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공립 비율을 50퍼센트 이상으로 높이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예정된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발표에서 충분한 보완이 있기를 바란다.

안 후보, 정책방향 잘 짜여져... 사립대 문제에 더 주목해주길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정책집 '안철수의 약속'에 망라되어 있고, 교육 또한 24가지 과제 가운데 "격차를 해소하는 창의 희망 교육"이라는 항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문캠프에 비하면 교육문제에 대한 정책방향과 세부안들이 전체적으로 제시되어 활발함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고질적 대학서열화와 지역교육 격차"로 인한 '공교육 파행'으로 규정하고 이를 핵심과제로 삼아 다양한 정책들을 통합하려 한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고등교육 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라고 할 고질적인 사학 문제에 대한 해법을 따로 한 항목으로 제시한다거나 중등학교뿐 아니라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중요 목적으로 내세운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당면한 대학구조조정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없기로는 민주당과 마찬가지거니와, 각 항목의 내용이 제대로 채워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안철수 캠프의 교육정책이 진일보해 있다는 것은 가령 고등학교에 학점제를 도입하겠다는 새 발상이라든가 문제 사학이나 원하는 사립대에 대해 정부가 '일정한 재정'을 보조하고 운영을 감독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채택한 데서도 엿보인다. 정부책임형 사립대 혹은 준공립대 안은 사학의 과도한 비중을 줄여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정책 제안이다. 다만 정부의 '일정한 재정' 보조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이를테면 반값등록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유도한다는 좀더 구체적인 모델이 제시되면 좋을 것이다. 이것은 반값등록금 부문 공약에서도 이 지원을 사학 문제의 발본적인 해결이라는 과제와 연계시키지 못한 한계와도 상응한다. 전체적으로 안 캠프의 교육공약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령 '사립학교법 개정' 항목에서 엿보이는 부정확성이 그렇듯 아직은 허술한 구석이 많다.

차기정부의 교육공약에는 무엇보다 왜곡된 공교육 질서를 획기적으로 바로잡는 전망과 방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교육비 부담이라는 통계에서도 보이듯 공교육 위기의 폐해는 전 국민에게 미친다. 두 후보는 차기정부의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각각 '국가교육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의 구성을 공약하고 있는데, 그 이름이 무엇이든 그것이 수행해야 할 목적은 다름아닌 공교육 정상화여야 하며, 아예 이를 위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대통령 직속의 '공교육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일화나 정책연합 과정에서 차기정부 교육정책의 큰 그림이 제대로 그려질 것을 기대한다.




[창비주간논평]
윤지관 / 덕성여대 교수, 영문학


[창비주간논평] 2012-11-14 (창비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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