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방문간호사' 계약기간 축소에 해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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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8곳 중 5곳 '무기계약직 전환지침' 위반 / 동구, 5년차 선임간호사 '해고' 논란


"나를 제외한 모든 방문간호사들이 재고용됐다. 때문에, 조용히 사라질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없다. 4년 넘게 방문 간호했던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아는데...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지난해 12월 말 '계약 종료'를 이유로 동구보건소 방문간호사직에서 해고된 김모(54)씨는 30일 이렇게 말하며 "재고용"을 요구했다. 김씨는 4년 5개월동안 동구보건소에서 일했고, 지난해에는 '선임간호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구보건소는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라며 "면접에서 탈락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기계약한다더니 11개월이 웬말이냐'(2013.1.30.대구 동구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기계약한다더니 11개월이 웬말이냐'(2013.1.30.대구 동구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구.군 보건소가 방문간호사에 대한 정부의 '무기계약직 전환지침'을 어기고 계약기간과 고용 인원을 축소하거나 기존 인력까지 해고해 반발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건강 증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각각 50%의 예산을 부담해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각 보건소는 영양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 10명 이내의 기간제 비정규직 '방문간호사(방문건강 관리사)'를 고용하고 1인당 400-450여명에 이르는 취약계층건강을 관리하도록 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2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합동 지침'을 발표하고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방문간호사들은 제외돼 이들은 계속 '1년 기간제'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됐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정부는 기간제 방문간호사도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 포함된다고 발표하고 각 지자체에 시행 지침을 내렸다. 서울, 경기도, 충청도, 광주, 강원도 등 대부분 지자체 보건소는 2년 이상 근무한 방문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처우 개선도 시행했다. 

'동구보건소 방문간호사 계약해지 철회 및 무기계약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2013.1.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구보건소 방문간호사 계약해지 철회 및 무기계약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2013.1.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대구 8곳 구.군 보건소 중 서구(10명 중 5명), 달서구(10명 중 3명), 수성구(8명 중 5명)만 방문간호사 일부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나머지 5곳은 단 한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다. 또, 동구, 북구, 달서구, 수성구, 달성군보건소는 '1년' 계약기간을 '11개월'로 단축시켰고, 달서구, 수성구, 달성군보건소는 고용 인원까지 지난해 보다 각각 3명, 4명, 2명 축소했다. 때문에, 자연감원으로 축소된 남구까지 더하면 대구지역 방문간호사는 16명이나 줄었다.

특히, 동구보건소는 방문간호사 정원 12명 중에 1명을 미채용하고도 4년 5개월 동안 근무한 선임간호사 김씨를 지난해 12월 말 '계약 종료'를 이유로 해고했다. 대구 전 지역 보건소 중 무기계약 대상에 포함되는 방문간호사를 재계약하지 않은 곳은 동구보건소가 유일하다.

때문에,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는 30일 오전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문간호사에 대한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지역 보건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을 역행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권택흥 대구지역일반노조위원장, 황순규 동구의원,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2013.1.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권택흥 대구지역일반노조위원장, 황순규 동구의원,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2013.1.3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택흥 대구지역일반노조위원장은 "대구는 정부 지침을 어긴 것도 모자라 1년 계약기간을 11개월로 축소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동구보건소는 '일을 잘한다'고 선임간호사로까지 임명한 사람을 해고했다. 왜 정부 지침을 멋대로 적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순규 동구의원은 "노동문제에 있어 모범이 돼야 할 공기관이 오히려 정부 지침을 악용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다른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면 핑계를 대지 말고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역시 "대구만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누군가로부터 배제당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 타살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동구보건소는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라며 "면접에서 탈락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지침 위반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올해부터 2년이 지난 방문간호사"라고 반박했다. 김미향 동구보건소 행정팀장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해고가 아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일했다 해도 면접에서 탈락하면 재계약도 할 수 없고, 무기계약직으로도 전환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지침이 적용되는 것은 올해부터"라며 "정부지침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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