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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해고되는 학교 비정규직 사서
대구시교육청, 31일 362명 해고 "학교장 권한" / 사서 "해마다 실직자, 정규직으로 전환"
2012년 12월 26일 (수) 16:58:5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겨울이 되면 불안해요. 실직자가 되니까요. 또 이력서를 내고 5-6곳에 면접을 다녀야겠지만 그것도 불투명해요. 아이들이 준 '사서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힌 쪽지를 보면 뿌듯하지만 서글프기도 해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한 대구동인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 하민정(40)씨는 사서 꿈을 안고 대학을 갔다. 자격증도 따고 전공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사서로 취업해 꿈을 이뤘다. '비정규직'이 될 거라는 예상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하면 언제가 '정규직'이 될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3월부터 12월까지만 고용을 보장하는 '10개월짜리' 계약을 제시했다. 교장과 면담도 해보고 대구시교육청에 부당함도 알렸지만 "대안을 찾는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때문에, 하씨는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계약이 만료돼 자동 해고가 됐다. 올 겨울도 하씨는 실직자가 된다.

   
▲ 학생과 얘기를 나누는 대구동인초 도서관 사서 하민정씨(2012.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해고를 5일 앞둔 26일 오후, 하씨는 점심시간 동안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며 독서지도를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점심은 먹었어? 책은 재밌어? 어려운 부분은 없어?"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하씨와 대화를 이어갔다. 이 밖에도, 대출과 반납, 청소, 도서 정리, 구입목록 확인, 독서행사 스케줄을 짜느라 분주했다.

도서관 한쪽 벽에는 '도서관 선생님 사랑해요. 너무 착한 선생님', '나는 사서쌤이 젤로 좋아요', '도서관은 천국', '내는 도서관이 젤로 좋테이' 등 아이들이 하씨에게 애정을 담아 보낸 쪽지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그러나, 쪽지를 바라보는 하씨 표정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하씨는 "방학이 되면 따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도시락까지 싸서 아이를 학교 도서관으로 보낸다. 그런데, 사서가 없어 아이들을 챙겨주고 지도를 할 사람이 없다"며 "실직보다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선생님들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과 학교는 사서 전원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동인초 학생들이 하민정씨에게 보낸 쪽지들(2012.12.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09년 정부 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따라 지역 모든 학교에 사서를 배치하도록 했다. 고용 당사자는 학교장이지만 임금은 각 학교와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을 지원 받은 시교육청이 각각 50%씩 지급했다. 그러나, 사서를 고용한 전국 시.도 각 학교장은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대부분 1-2년짜리 기간제 계약을 맺어왔다. 

특히, 대구지역 학교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10개월짜리'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년 3월부터 12월 말까지 계약을 맺은 뒤 계약이 해지되면 이들을 '해고'했다. 때문에, '비정규직보호법 악용'과 '비정규직 양상'이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올 1월 '공공부문 비정규 고용개선 지침'을 발표하고 "2년 이상 됐거나, 지속될 직무는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 결과, 서울, 충북, 경기, 광주 등 전국 대부분 광역 시.도는 학교 도서관 사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3월 정부 지침과 달리 각 학교에 '학교 사서 인건비 지원 종료'를 통보했다. 사실상, 올해 12월 31일까지 362명의 사서를 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을 찾은 대구동인초 학생들(2012.1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신성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 정애란(38)씨도 그 중 한명이다. 정씨는 "꿈을 가지고 사서 교사가 됐는데 10개월짜리 계약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며 "학교에 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3년째 사서로 일하며 12월만 되면 불안하다"며 "아이들이 '선생님 또 바뀌어요?', '이제 안 오세요'라는 질문을 하면 난처하다"고 했다. 때문에, "우동기 교육감은 사서를 전문가로 인정하고 지속적인 업무를 하도록 해야한다"며 "해마다 사서를 해고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대구감삼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 조미숙(42)씨도 "겨울만 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년 실직자가 된다"며 해고 전 우울한 심정을 말했다. 조씨는 "실직자가 되는 2달 동안 또 이력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다녀야 한다"며 "1년 정도 근무하면 더 나은 희망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시작했는데 올 해 또 해고를 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제 아이들 이름도 다 외우고 어떤 책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다 알게 됐는데...그래서, 방학 때 도서관 행사를 묻는 아이들도 있는데 해고를 앞두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어 한 없이 가슴이 먹먹하다"며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하교 전 도서관을 찾은 동인초 저학년 학생들(2012.1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해고가 아닌 계약종료"라며 "고용주는 학교장이기 때문에 교육청은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주외숙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학교도서관 담당은 "고용 내용을 교육청이 강제할 수 없다"며 "학교장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지침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조정하고 있다"며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대구경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19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이영우 경북교육감을 '노동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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