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내고도 공급 못받는 억울한 주민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3.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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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불로동 / 땅 주인 '승낙서' 없이 공사, 중단...동구청.의회.대성에너지 '무대책'


대구시 동구 불로동에 사는 김팔근(70) 할아버지는 매년 겨울 기름보일러 연료비로 월 60만원 이상을 쓴다. 연료비를 아끼려고 전기장판만 사용해 봐도 해마다 치솟는 기름값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2011년 주민들과 함께 도시가스 공급을 요청하고 설치비 310만원을 냈다.

그리고, 지난해 공사가 시작되면서 동네 주민들은 하나, 둘 가스를 공급받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이제 겨울철 난방비 걱정은 덜게 됐다"고 기대하면서 이전에 사용하던 기름보일러를 뗐다. 그러나, 10월이 돼도 할아버지는 도시가스를 공급받지 못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11월까지 냉방에서 지내다 다시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 그리고, 해를 넘긴 28일 현재도 할아버지는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기름값 아껴보겠다고 어렵게 모은 돈을 가스비로 냈는데 무슨 날벼락이냐.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구청, 시청에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겨울철 냉방에서 집사람이랑 몸을 누이며 너무 서러웠다. 서민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다"고 분노했다.

불로동 29-11번지에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고 있는 두 골목(2013.3.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불로동 29-11번지에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고 있는 두 골목(2013.3.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구 불로동 일대 주민들이 도시가스 설치비를 내고도 1년째 가스를 공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불로동 29-11번지 일대 주민 38세대는 2011년 3월 공동으로 도시가스 전문 시공사인 대아에너지에 도시가스 설치를 요청했다. 시공사는 공사를 결정하고 가스 공급업체인 대성에너지(주)에 신청서를 냈다. 대성에너지는 허가를 확정했고 시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골목길에 본관을 공사하고 각 가정집에 인입관과 밸브도 설치했다. 주민들은 6월 중순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중간공사 대금을 시공사에 내고, 대성에너지에도 50만원에서 100원 가량의 도시가스비를 냈다. 38세대 중 30세대는 10월부터 가스를 공급받게 됐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토지 소유주가 가스 공급을 위한 토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현재까지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가 토지 소유주에게 '토지 점용.사용 승낙서'를 받지 않고 말로만 동의를 받은 뒤 공사를 진행했고, 대성에너지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본관과 인입관을 연결하는 공급관 공사가 중단돼 60-70대 노년층 3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도시가스 인입관과 밸브에 공급관이 연결되지 않았다(2013.3.27.동구 불로동 29-11번지)
도시가스 인입관과 밸브에 공급관이 연결되지 않았다(2013.3.27.동구 불로동 29-11번지)

주민들은 대성에너지와 시공사, 동사무소, 동구청, 동구의회, 대구시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 "토지 소유주와 해결을 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소송도 시도해봤지만 개인당 500만원이 넘는 돈이 부담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불로동 주민 차말용(64)씨는 "이 동네는 노인들과 일용직 근로자들이 어렵게 사는 곳이다. 우리한테 200-300만원은 크다. 생애 처음 가스 고지서도 받았는데 돈만 내고 공급 못 받는다니 말이 되냐. 승인 못 받았으면 애초부터 공사하지 말아야지. 책임전가만 하고 있으니 미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동사무소를 가도 구의원을 만나도 구청을 가도 다들 '못한다', '안된다'는 말만 하고 지원도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생떼를 부리는 것도 아닌데 무시만 하니 서럽다. 구청장 면담이라도 한번 하고 싶어서 구청에 가면 '점심시간'이라고, '약속 있다'고 만나주지도 않는다. 표 받을 때는 뭐라도 해줄 것처럼 하더니 이제는 주민 문제에 관심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6월 차말용씨의 도시가스 지로영수증(2013.3.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해 6월 차말용씨의 도시가스 지로영수증(2013.3.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대성에너지(주) 이성한 수요개발팀 계장은 "시공사가 토지 소유주 구두 약속만 믿고 공사를 시작했다가 후에 사용을 승낙하지 않아 몇몇 집이 피해를 입게 됐다"며 "우리도 수요를 못 채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단으로 공사를 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동구청 권영관 경제과 도시가스 담당자는 "사유지에 대해 구청이 강제할 방안이 없다. 그러나, 주민 사정이 안타까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소유주를 찾아가 계속 설득할 예정이다"고 했다. 동구의회 김종태(불로동, 봉무동, 공산동, 도평동) 의원은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주민과 구청장, 의회 면담을 추진하고 소유주도 설득하고 구청의 사유지 매입 방안도 고려하겠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강제할 방법이 없다. 함께 대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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