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명 '산재 사망'..."솜방망이 처벌, 산재 악순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4.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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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 한국, 산재사망률 OECD 1위..."처벌강화특별법 제정"


"간병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안전장치 미비로 안구건조증이나 근골격계 질환, 피부병 같은 직업병을 갖고 있다. 감염된 주사바늘에 찔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라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외돼 있다. 아픈 몸으로 그냥 병원에 일하러 갈 수밖에 없다"


경북대학교병원에서 11년째 간병사로 일하고 있는 권명숙(60) 씨는 24일 이같이 말하며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 비정규직과 하청기업 노동자 산재에 대해 "원청업체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하루빨리 산재예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건강권쟁취 대구경북결의대회'(2013.4.24.대구지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자건강권쟁취 대구경북결의대회'(2013.4.24.대구지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산업재해예방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는 24일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노동자건강권쟁취를 위한 대구경북노동자결의대회'를 갖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1시간가량 진행됐다.  

결의대회에서 이들은 '산재뉴스'를 통해 국내에서 있었던 사건을 재현했고, 삼성전자와 LG화학, GS건설, STX,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던 기업들에 대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용노동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1,864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9만여명이 재해를 입어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 산재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균 5명, 5시간마다 1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앞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은 2만7,327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올해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3명이 3월 한 달 동안 패혈증과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고, 현대제철(당진) 건설노동자도 같은 달 근무 중 쓰러져 숨을 거뒀다. 또,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사고(3.14)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1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산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판정위원회'의 불승인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08년에는 55.3%, 2009년에는 60.6%, 2010년에는 63%를 기각했다. 게다가, 사업주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200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5천여명을 조사하면서 4명만 기소했고 이듬해에는 7천여명 중 단 한명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실형을 선고 받은 사업주는 2009명 3명, 2010년 2명 등 5명에 불과하다.

산재 기업에 대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처벌을 풍자하는 퍼포먼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산재 기업에 대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처벌을 풍자하는 퍼포먼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민주노총은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기업살인법) 제정, ▶원청업체 사장 처벌, ▶유해물질 사용업체 관리감독 실시 ▶특수고용노동자(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전면적용을 촉구하며 "솜방망이 처벌로는 산재를 근절할 수 없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김은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로 '산재왕국' 오명을 씻을 수 없다"며 "산재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재를 엄격하게 다스릴 특별법을 제정해 재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경북대병원 간병사 권명숙씨, 김은미 노동안전보건국장,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경북대병원 간병사 권명숙씨, 김은미 노동안전보건국장,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많은 노동자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서 산재로 죽거나 다치고 있지만 정부는 무신경하다"며 "정부는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해 사업주 처벌강화 특별법을 제정해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부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달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로 정하고 오는 26일 서울에서 '산재사망처벌 및 원청 책임강화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바트' 인형을 만들던 태국의 '케이더' 공장에서 화재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199.4)하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1996년부터 4월 28일을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당시, 인형 분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이 문을 잠가 인명피해가 늘어났다. 현재 캐나다와 브라질 등 세계 13개 국가가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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