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점심 한끼와 일한만큼 임금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4.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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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ㆍ대구대 등 경산 5개 대학 환경미화원, '8시간 기본급, 밥값, 연장근무 수당' 요구


"미화원들은 9시간 일하지만 7시간 임금만 받고 있다. 점심 밥값도 못 받고 제대로 된 쉼터도 없다. 용역회사 책임도 크지만 수수방관하는 대학도 문제다. 인간답게 대접받고 따듯하게 일하고 싶다"  


경산지역 4년제 사립대 경일대학교에서 7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숙이(55)씨는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9시간 동안 학교에서 청소를 한다. 그러나, 오전, 오후 각각 30분씩의 휴게시간과 점심시간 1시간이 모두 '무급'으로 처리돼 7년째 7시간 임금만 받고 있다.  

'1일 8시간 임금, 점심밥값지급'(2013.4.25.경산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일 8시간 임금, 점심밥값지급'(2013.4.25.경산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점심 값도 받지 못해 직접 도시락을 싸와야 하고 쉼터도 마련되지 않아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식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명절과 휴가 상여금도 없어 9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박씨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따뜻한 점심 한 끼와 일한만큼의 임금만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산지역 4년제 사립대 환경미화원들이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공동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와 <환경미화원 권리보장 경산지역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5일 경산시청 앞에서 '대학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촉구대회'를 갖고 "경산시와 경산지역 대학은 미화원 처우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5월 중순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촉구대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학 환경미화원 처우개선 촉구대회'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집회에는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영남대・한의대 등 5개 대학 환경미화원을 포함해 통합진보당 김재연 국회의원, 경산시의회 박정애 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시간가량 집회를 갖고 자신들의 요구를 적은 노란리본을 경산시청 앞에 걸었다. 이후, 경산시청을 출발해 최경환 국회의원(경산・청도) 사무실까지 30분가량 행진을 하고 최경환 의원 사무실에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특히,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정규직 미화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교육도시를 표방한 경산시와 대학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고용과 정년(만67세) 보장 ▶하루 8시간 기본급과 연장근무에 따른 수당보장 ▶하루 5,000원 실근무일 20일 기준 월 10만원 점심제공 ▶ 설, 추석, 여름휴가 기본급의 50% 상여금 지급 ▶노동조합 활동보장 등 '5대 공동요구안'을 촉구했다.

미화원들이 요구를 적은 노란리본을 경산시청 앞에 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미화원들이 요구를 적은 노란리본을 경산시청 앞에 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경산시에는 12개의 사립대학교가 있으며 이곳에는 500여명의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청소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해 미화원들은 1년마다 업체와 재계약을 맺어야 하고, 대학이 업체를 변경하면 해고를 하는 경우도 있어 미화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 미화원들은 하루 9시간을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7시간 임금만 월급으로 지급받고 있으며 기본급 이외에는 점심 값이나 수당,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쉼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계단 밑이나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쪽잠을 자거나 식사를 하는 곳도 있다. 

(왼쪽부터)경일대 미화원 박숙이씨, 대구대 미화원 현태늠씨, 권태흥 대구일반노조 위원장, 박정애 경산시의원, 김재연 국회의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경일대 미화원 박숙이씨, 대구대 미화원 현태늠씨, 권태흥 대구일반노조 위원장, 박정애 경산시의원, 김재연 국회의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대 미화원 현태늠씨는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보따리 장사꾼처럼 떠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다"며 "대학도시 경산이 미화원들의 피와 땀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했다. 권태흥 대구일반노조 위원장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파리 목숨에 곰팡이가 피고 냄새 나는 쉼터에서 10년, 20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교육도시 경산의 현실이다. 시장과 총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정애 의원은 "대학은 용역을 주었다는 이유로 경산시는 대학의 일이라고 미화원 처우개선에 눈을 감고 있다"며 "대학 내 비정규직 미화원 문제는 지역 주민 문제다. 대학과 경산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의원은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밥값조차 못 받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대학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논의하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경산시청에서 경산시장으로 행진 중인 대학 미화원 노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산시청에서 경산시장으로 행진 중인 대학 미화원 노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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