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조례도 무시, '사회복지사' 복지에 무관심한 대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1.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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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금기준의 72% 수준, 개선 계획도 없어..."처우 개선" / 대구시 "국비지원 필요"


"왜 이렇게 대구는 사회복지사 복지에 무관심한가. 벌써 5명의 사회복지사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손만 놓고 있을 것인가. 적어도 정부 가이드라인과 스스로 만든 조례 정도는 지켜야하는 것 아닌가"


송정기 공공운수노조연맹 청암재단지회장은 5일 이 같이 말하며 대구지역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대구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청암재단이 운영하는 경산 와촌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13년째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매일 아침 9시~저녁 6시까지 일하며 평균 주 4일을 야간근무를 선다. 특히, 야근을 하는 날은 24시간 동안 장애인 수십명을 돌봐야 한다.

처음 근무를 시작한 몇 년 동안 받은 월급은 50만원 남짓. 현재는 그보다 많은 월급을 받지만 여전히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생활시설 종사자 기본급 권고 기준'의 90% 수준 밖에 안된다. 복지부는 올해 사회복지사 임금기준을 공무원 대비 95%로 끌어올리라는 가이드라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게다가, 그와 함께 일하는 복지사 초년생들은 월 90~1백만원 남짓한 급여만 받고 있다. 정부 임금기준의 60~70%대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월 평균 130-140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은 40시간으로만 계산돼 지급된다. 대구시의 지원비가 그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최대 60시간까지의 연장근무에 대해서는 복지사에게 수당을 지원하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 사회복지사 임금과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2013.11.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사회복지사 임금과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2013.11.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사회복지사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처우개선" 촉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를 포함한 11개 시민단체는 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법과 조례를 유명무실화시키고 무원칙과 무대책으로 복지사들의 고통을 방관하고 있다"면서 "임금을 비롯한 처우개선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법과 조례에 의하면 복지사 처우개선은 공무원 수준을 목표로 하지만 대구시는 임금체계 실태파악이 전무하고 주먹구구식 행정을 하고 있다"며 "열악한 처우로 이직률이 높고 서비스 저하가 우려될 뿐 아니라, 심지어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는데도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업무 과다'와 '열악한 처우'를 이유로 사망한 복지사는 모두 5명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사회복지사들의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대구광역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2014년 예산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 않아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사회복지시설과 복지사들을 업주에게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광역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조례' / 대구시 홈페이지 캡쳐
'대구광역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조례' / 대구시 홈페이지 캡쳐

조례를 보면, 대구시장은 사회복지사 임금을 복지전담공무원 임금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실태조사를 펼치는 등 사회복지사 처우개선과 복지증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서, 국회도 지난 2011년 3월 사회복지사들의 임금을 2015년까지 공무원의 95%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각 지자체에 사회복지사 임금을 공무원 대비 95%로 끌어올리라는 가이드라인을 보냈다. 

그러나, 대구시는 여전히 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실태조사와 처우개선계획도 수립하지 않았으며 임금도 조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은 ▷"처우개선위원회 구성", ▷"임금 실태조사", ▷"처우개선 계획 수립", ▷"내년 예산에 처우개선 비용 반영",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구와 달리 서울은 복지사 임금을 95%까지 끌어올리라는 복지부 가이드라인 대로 예산을 짜고 있다"면서 "대구는 법과 조례도 무시하고 명확한 잣대도 없이 고무줄 임금을 적용해 복지사들의 임금편차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성재 우리복지시민연합 활동가는 "대구시의 이 같은 무관심은 복지사들에 대한 임금인상 억제 수단으로까지 남용된다"며 "제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조례와 정부의 법이라도 제대로 지켜 복지사의 처우개선에 힘써달라"고 했다.

(왼쪽부터)송정기 공공운수노조연맹 청암재단지회장,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황성재 우리복지시민연합 활동가(2013.11.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송정기 공공운수노조연맹 청암재단지회장,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황성재 우리복지시민연합 활동가(2013.11.5.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박병철 대구시 사회복지여성국 복지정책관 담당자는 "재정이 열악해 국비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실태파악 중이니 내년부터는 처우개선에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우개선 할 복지시설의 범위를 정하고, 복지시설 종사자들과 공무원의 직급을 비교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실태파악이 끝나고 중앙에서 재원이 마련되면 반드시 처우개선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가 지난 4월 실시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 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사회복지시설 중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곳은 서울・충남 두 곳에 불과하다. 특히, 임금기준 준수율(10호봉 기준)은 서울이 공무원 임금 대비 112%로 가장 높았고, 대구는 72.8%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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