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 첫 '패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1.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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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시 경영악화" / AVO카본코리아 노조 "기업 편향적" 항소


대구지역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처음으로 패소했다. 법원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낸 'AVO카본코리아' 노조에 대해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됐고,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노조는 "사법부가 기업 편향적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이동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송을 낸 AVO카본코리아 노동자 27명에 대해 지난달 1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시 이미 노사가 합의한 사안에 어긋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하게 되며,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 중대한 경영상의 악화를 초래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사측 손을 들어줬다.

또 "노조가 이 사건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 하기 전 이미 교섭과정에서 통상임금에 대해 사용자측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사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시 회사 당기순이익의 33%가 넘는 추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VO카본코리아 노조 통상임금 패소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2014.11.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AVO카본코리아 노조 통상임금 패소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2014.11.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시 노조는 2010년 3억5천만원, 2011년 3억1천만원, 2012년 3억7천만원, 2013년 4억원 등 미지급분 14억5천만원을 사측에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AVO카본코리아는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차량용 부품 제조 회사로 프랑스 기업이며 전체 노동자는 8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대구지역 통상임금 소송 10건 중 노조가 처음 패소한 것이다. 금아리무진노조, 대구염색공단노조는 승소했고, 대동공업노조는 1심 진행 중이며 삼우정밀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해 소를 취하했다. 산도고경, 상신브레이크, 이월드, 대구지하철, 민주버스대구지부는 소송 진행 중이다.

때문에 AVO카본코리아노조는 이달 12일 사법부 판결에 반발해 대구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21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지법의 판결은 저임금, 장시간, 고위험 노동을 감수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노동자를 무시하고 한쪽 편에 선 기업 편향 판결"이라며 "통상임금 관련 수많은 소송에서 대구지법 판결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판결에서 통상임금 확대분이 당기순이익 99.8%를 잠식한다는 이유로 신의원칙을 적용한 것을 언급하며 "대구지법이 판결 이유로 내세운 33%는 절반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지법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핵심 이유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 '미래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지적하며 "도깨비 방망이, 기상천외한 법리 남용"이라며 "노동권을 막아 정당한 임금청구권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한 해석"이라고 사법부를 비난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2014.11.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2014.11.2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중식 AVO카본코리아노조 지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촉발시킨 통상임금 문제를 적어도 사법부는 노동자 편에서 정당하게 판결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것은 저임금 탈피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되는 일이다. 통상임금은 노동자들에게 마땅히 줘야 하는 임금이다. 사법부가 진정 노동권을 인정한다면 정당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통상임금은 퇴직금, 휴일, 시간외, 연차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금액으로 각종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에 따라 임금체계는 달라진다. 상여금이 포함되면 노동자들이 받게 되는 수당이 늘어나 임금이 높아지는 반면, 기업의 임금지급 부담은 커진다. 때문에, 노동계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재계는 "상여금은 평균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1994년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996년에는 명절, 여름휴가비, 복리후생비를, 2011년 '한국지엠' 소송에서는 성과급, 세금환불금, 학자금 등 명목을 불문하고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된 것이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2012년 '금아리무진' 건에서는 분기별로 일정금액이 지급되는 상여금과 근속수당도 통상임금이라고 판결 내렸다. 이후 전국적으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늘어났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아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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