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파업, 노・사 합의점 못 찾아 '장기화' 조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2.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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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교섭 또 결렬...노조 "제3병원 철회, 인력충원해야 파업 푼다" / 병원 "비현실적 요구"


경북대학교병원 노조 파업이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와 병원은 파업 5일째인 1일 오후 교섭을 가졌지만 병원측이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교섭은 결렬됐다. 앞서 파업 첫날인 27일에도 노사는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 입씨름만 벌이다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나흘 동안은 조병채 경북대병원장이 "진료"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해 노사가 한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파업이 5일째 진행되고 있지만 어떠한 접점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교섭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교섭에서 노조는 ▷임금복지 축소안 반대  ▷제3병원 건립 중단 ▷2013년 합의 사항 간호사 30명 ▷핵의학과 주사 간호사 1명 충원 ▷상시업무 정규직화 ▷경북대병원 칠곡분원 정규직화 ▷칠곡분원 환자식당 직영 전환 ▷월급 6.1%인상(월 22만5,600원)을 파업 전과 마찬가지로 요구했다.

경북대학교병원(2014.11.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학교병원(2014.11.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병원은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공공기관 방만경영 해결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임금 복지 축소' 조건부 임금 1.7%인상을 고수했다. 복지를 줄여야지 임금을 인상해주겠다는 것이다. 임금 복지 축소안에는 ▷퇴직수당 20년 이상 기준 60%에서 39%로 삭감 ▷연차보상 수당 150%에서 100%로 삭감 ▷소정 근로시간 192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연장 ▷하계휴가 폐지 ▷자녀 대학 학자금 50만원 폐지 ▷퇴직자 격려금 폐지 등 10개 임금복지 축소안이 포함됐다. 연봉 10% 정도가 삭감되는 셈이다.

또 제3병원 건립과 관련해서는 "정부 건립 승인이 완료돼 중단할 수 없다"고 했고, 2013년 합의 사항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적자 심각", "정부 미승인"을 이유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기재부는 정부 방침을 어길 경우 3년 임금동결, 기관장 해임 등을 패널티로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 26일 노사는 파업을 막기위해 마지막 교섭을 벌였지만, 병원이 임금복지 축소안 없는 임금 1.7%인상 요구만 수용하고 제3병원 건립과 인력충원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해 결국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 게다가 병원은 파업 후 이어진 교섭에서 노조의 모든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간 갈등이 팽팽해지면서 파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파업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1천여명 가운데 응급실과 수술실 등 필수인력을 뺀 35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때문에 병원은 파업 후 가동 병상 수를 940개에서 630개로 30%가량 줄이고, 응급 수술을 뺀 전체 수술도 50%정도로 줄였다. 또 병원은 파업이 지속될 경우 병상 수를 20%가까이 더 줄일 방침이다.

대구시도 1일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에 따라 대구지역에 있는 13개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경북대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요청했다.

경북대병원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2014.11.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2014.11.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노조는 "적자 경영은 무리한 제3병원 건립과 방만 경영 때문"이라며 "병원은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또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헌법에 보장된 노사자율교섭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공공기관 정상화가 아니라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민영화 전초 단계"라고 주장했다.

김영희 경북대병원분회장은 "파업이 5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병원은 파업 장기화를 막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력부족으로 병들어가는 현장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칠곡병원 건립으로 늘어난 병원 부채를 더 늘리는 제3병원 건립은 계속해서 고집하고 있어 실망스런 태도만 보이고 있다"며 "노조의 파업은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질을 높이는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것이다. 병원이 노조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만 무기한 파업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동민 경북대병원 노무담당은 "정부가 방만운영을 해소할 임금복지 축소안을 국립대병원에 주문했기 때문에 우리 병원으로선 이를 어겨가면서 교섭을 진행할 수 없다. 이미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 병원만 이를 어길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제3병원 건립도 "시공사까지 정해져 이달에 공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제와 철회하기 어렵다"고 했고, 인력충원 문제도 "정부에 정원을 늘려달라 말했지만 허가를 얻지 못했다. 안되면 경북대병원 다른 연구기관의 인력을 보충해주기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모두 거부했다"며 "병원은 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비현실적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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