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주여성노동자, 5명 중 1명 '성희롱' 피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2.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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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 강제접촉ㆍ술 따르라, 신고해도 70% 미구제..."지자체 담당부서 절실"


대구지역 이주여성노동자들이 5명 중 1명꼴로 직장 내 '성희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농담을 건네거나 음란물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유형의 성희롱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해자는 한국인이 대다수 였으며 직위는 직장 동료가 절반 가까이로 가장 많았고 상사나 사업주, 거래처 직원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를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해결된 경우는 30%대에 그쳐 오히려 직장 내 따돌림이나 가해자로부터의 협박, 업무상 차별, 강제 퇴직 등 2차 피해까지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역 이주여성 노동 실태조사' 결과 발표(2014.1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이주여성 노동 실태조사' 결과 발표(2014.1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ㆍ노동권연대회의>는 18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노동들의 경합에 선 이주여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대구지역 이주여성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대구 사업체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노동자 203명을 대상으로 8~10월까지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는 전체 응답자의 19.8%로 나탔났다. 성희롱 '피해 유형'은 신체 접촉이 4.7%로 가장 높았으며 술을 따르라는 요구도 3.2%나 차지했다. 성희롱 '피해 장소'는 직장 내가  42.9%로 절반 가까이 됐으며 휴대폰 문자와 전화, 이메일 등 통신수단도 38.1%로 조사됐다.

'대구 이주여성노동자 성희롱 피해 현황' / 자료.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연대회의
'대구 이주여성노동자 성희롱 피해 현황' / 자료.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연대회의

'가해자 국적'은 72.2%가 한국인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가해자 직위'는 직장 동료가 절반가량인 47.1%, 상사나 사업주도 5.9%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 횟수'는 3차례가 33.3%로 가장 많았고 10차례 당했다는 피해자도 8.3%나 돼 성희롱 피해가 직장 안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신고하는 기관'은 경찰과 종교단체로 각각 16.7%로 나타났다. 그러나 37.5%는 수사과정에서 '차별이 있었다'고 답했으며, '제대로 해결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33.3%에 그쳐 70%대의 피해자들이 성희롱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된 구제를 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거나 거부했을 경우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25%, '임금을 체불당했다'는 경우도 25%로 나타났다. 게다가 82.1%가 '성희롱 담당 부서가 없다'고 답했고, 성희롱 관련 교육도 78%가 받지 않아 대구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업주는 1년에 1회 이상 근로자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대구 이주여성노동자 임금 현황' / 자료.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연대회의
'대구 이주여성노동자 임금 현황' / 자료.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연대회의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최저임금은 5,210원이지만 42.3%는 5,210원 미만을 받아 최저임금법 보호를 못 받았고, '하루 평균 근로시간'도 8시간 초과가 절반인 49%나 됐으며, '월평균 휴일'이 하루라고 답한 응답자도 6%나 돼 저임금ㆍ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한 비율은 46.2%에 불과했다. 53.8%%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작성한 경우도 73.5%가 한글로 체결했다.

'대구 이주여성노동자 근로계약서 작성 현황' / 자료.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연대회의
'대구 이주여성노동자 근로계약서 작성 현황' / 자료.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연대회의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002년 국가인권위가 이주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성희롱 피해를 조사한 결과 4.3%가 피해를 입었지만 2013년 조사에서는 10.7%로 두 배 증가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정책 부족과 실패를 보였다. 대구는 이 보다 높게 나타나 이주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의식이 바닥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자체와 사내에 담당부서가 절실하다"면서 "성희롱 교육도 시키고, 주거권을 보장하고, 저임금ㆍ장시간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이주여성들은 경제활동 욕구는 큰데 질 좋은 일자리가 없어 비정규직같은 질 나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며 "또 정책 부재로 성희롱이나 성폭력같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저임금이나 장시간 노동에서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자체나 정부의 복지시스템 또는 질 좋은 일자리 마련, 성희롱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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