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로는 언론 길들이기만 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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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로는 언론 길들이기만 심해질 것이다

지난 달 22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취재인력 2명 이상, 취재 및 편집인력 3명 이상’이라는 기존 등록요건을 ‘취재인력 3명 이상, 취재 및 편집인력 5명 이상’으로 변경하고, 실질적인 상시고용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체부는 이를 통해 과도한 경쟁과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 기사 어뷰징 등의 폐해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핵심을 잘못 짚었다. 문체부가 내놓은 방책은 인터넷 언론의 폐해를 바로잡는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언론의 현실이 눈뜨고 못 볼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기사로 엿 바꿔먹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오고가는 광고비와 접대가 기사를 없애기도 하고, 광고성 기사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 뿐인가? 더 높은 광고비를 따내기 위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른 기사를 포털에 반복 전송해 조회 수를 올리는 어뷰징 기사도 넘쳐난다. 또 부정한 사례를 적발한 후 국민에게 공개해 알권리를 보장하기는커녕, 기사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나온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폐해의 발생 원인이 소규모 인터넷 매체에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문체부는 이런 현상이 수익기반이 약한 소규모 매체가 난립하면서 벌어진 문제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문체부에 등록된 인터넷언론 수가 매해 1천개씩 늘어 현재 6천개에 달한다는 것과 2014년 기준으로 언론중재조정신청 건수의 44.3%가 인터넷신문이라는 것을 들었다. 하여 일정 규모가 안 되는 언론은 속칭 ‘사이비언론행위’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없애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 규모가 되는 언론은 ‘사이비언론행위’를 하더라도 건들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체부의 주장은 허점투성이다.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는 것은 언론사 규모와 상관없다. 실제로 조선닷컴도 ‘어뷰징 기사쓰기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음이 미디어오늘 1월 13일 <기레기와의 대화 “하루 30여건 기사 작성, 어뷰징 자괴감 심해”>에서 폭로되었다. 해당 기사에는 매체명은 거론되지 않았으나 보수일간지와 계열사가 여럿 있는 스포츠지에서 어뷰징을 담당했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문체부가 제시한 인터넷신문 대상 언론중재 조정 신청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논리가 빈약하다. 인터넷신문에 대한 조정 신청건수가 많은 것은 대부분의 조정자가 신문과 방송, 잡지 등이 제공하는 뉴스에 대해 조정을 신청하면서 인터넷 판 기사까지 함께 신청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의 <2014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 사례집>에 실린 조정중재 신청이 가장 높은 인터넷신문을 보면 “e머니투데이가 9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노컷뉴스 42건, 조선닷컴 31건, 동아닷컴 30건, 세계닷컴 29건”순이다. 자료에서 언급된 조정 신청건수가 높은 상위 16개 인터넷신문의 목록에서 작은 규모의 인터넷매체는 단 한곳도 없다.

무엇보다 기사를 바꿔먹는 ‘유사언론행위’, ‘사이비언론행위’도 힘이 없는 소규모 언론보다 주류 언론이 더 통 크게 벌이고 있다.  당장 어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종편 MBN도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프로그램을 방송‧편성했으며, 심지어 뉴스까지 돈을 받고 만들어 줬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결국 ‘유사언론행위’를 일으키는 것이 규모가 작은 인터넷언론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진단이며, 따라서 소규모 언론의 등록을 어렵게 한 ‘인터넷언론의 등록 강화제’는 매우 잘못된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문체부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려는 한다면, 우리는 문체부가 마녀사냥 방식으로 인터넷신문을 위축시키면서 기존 대형 언론사의 입지를 높여주고, 정부의 비판적인 기사들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저널리즘이 무너지는 이유는 언론이 시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저버린 채 사적이익과 권력을 쫓은 결과다. 문체부는 규모의 대소를 막론하고 쓰레기로 전락한 오늘의 인터넷 언론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낙하산 사장 내려 보내지 않기, 정부 광고로 언론 길들이지 않기 등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을 독립시키는 것부터 해야 한다. 망가진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첫걸음은 규모가 작은 인터넷언론을 무조건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일이 아니다. 1인 미디어 시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언론 등록제 강화라는 것은 언론통제만을 공고히 하고, 언론 길들이기만 심화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15년 9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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