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북한 뺀 5자회담, 명분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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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북 핵실험은 모두 6자회담 중단 때 발생...대화 재개는 이념이 아닌 상식의 문제"


"한국 정부는 효과도 없는 대북제재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확성기를 틀면서 최강도의 제재를 한다며 선전한다. 대화와 경제협력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말해야 한다."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은 26일 저녁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확성기와 같은 의미 없는 대북 제재를 그만두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경제의 저성장 돌파구로서도 북한을 주목하고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교류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 강연(2016.1.26. 대구가톨리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 강연(2016.1.26. 대구가톨리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북핵문제와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상임대표 배한동)와 (사)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주최로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렸다. 강창덕(89) 4.9인혁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민주화운동 원로들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 시민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은 최근 북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긴장국면에 들어간 것에 대해 "정부가 명분도, 실익도 없이 적대적 불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에게 나서달라 요구했지만 오히려 한국이 두 나라를 설득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 대북강경책을 내세웠던 부시정부도 설득했다. 정부가 오바마 정부와 얘기 못할 이유가 왜 없겠는가"라며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네 차례 핵실험은 모두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에서 일어났다"면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대통령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해선 안 되는 말을 해서 망신을 당한 외교적 참사"라고 말했다. 또 "5자회담 주장은 부시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시도하다 실패한 정책이다. 대북 강경책으로 6자회담을 우리 스스로가 못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실효성을 의심해 5자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강연에는 6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2016.1.26. 대구가톨리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강연에는 6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2016.1.26. 대구가톨리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어 대북확성기 재개에 대해서도 "국방부장관조차도 8.25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외교부, 통일부 모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현실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안되는걸 알면서도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참모가 진정한 간언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외교통일안보정책을 우려했다.

또 "리비아와 우크라이나처럼 핵무기를 포기한 두 나라가 모두 미국과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 때문에 북한은 핵을 쉽게 포기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내에 적대적 불신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이 나서서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이해관계가 있어서 쉽게 나서지 않는다. 당사자인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6자회담 재개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사를 할 때 이문이 남는지 점검하는 것처럼 정책도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대북정책 변화는 이념문제가 아니라 상식적 문제"라며 "정부가 대북제재를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북한을 고립시켜 제재를 가하게 되면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한반도의 위기는 고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장관은 남북간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신뢰를 구축하고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은 개성공단을 단순히 북한을 돕는 시혜적 입장으로 보고 중단하려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자본주의적 입장에서 기업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 강연(2016.1.26. 대구가톨리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 강연(2016.1.26. 대구가톨리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그는 "이미 중국은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매년 10~15만명이 중국에 나가 개성공단 임금 3배를 받아가면서 일하고 있다. 중국자본 역시 북한에 들어와 백화점, 시장, 주유소, 관광지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미래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 경제적 협력을 하고 있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남쪽으로의 물류통로, 관광사업 등에 투자해 만주·동북지역의 저성장을 극복하려 한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의 대북외교정책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선거를 통한 정책변화를 이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처럼 한 정당이 과반수가 될 경우 10년 안에 우리나라의 민족문제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면서 "4.13 총선을 통해 정치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대북외교정책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거쳐 제32대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이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단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세종연구소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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